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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우린 처음이니까, 욕심내지 말고, 연습 삼아 한두 권만 훔쳐 오자!” 내 짝도 그 말에 “그래, 그래자!” 했다. 우린 손발이 맞는 완벽한 도둑놈이 되기로 했다. 교실에서 동냥 만화를 보지 않고, 우리가 쌔비 온 만화를 볼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청소를 해놓고 가게 앞으로 갔다.
돈 내고 만화 보러 갈 땐 안 그랬다. 훔칠 생각을 품어서 그런지, 멀리서 본 가게가 낯설고 서먹서먹하다. 가까이 갈수록 가슴도 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벌써 거부반응이다. 걸음걸이마저 꼬이며, 비협조적이다. 그냥 있어도 몸이 떨렸다. 내 짝 얼굴도 밝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수 짜식들한테, 기본 교육을 받고 오는 건데 후회가 됐다.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은 이미 가게 쪽을 향하고 있었다. 얄궂다. 오늘 같은 날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머리통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눈먼 소경이 앞장선다고, 내가 앞장서서 들어갔다. 작은 가게에 아이들도 많지 않았다. 일이 되려면 북적거려야 할 텐데, 만화 공부에 빠져 조용하기만 했다. ’아, 이거 잘 못 들어왔다.‘ 영험한 내 직감이다. 불안했다. 이때 그냥 나갔어야 했었다. 머리통은 달랐다. 이왕 마음먹고 온 건데, 버텨보라고 했다. 일방통행이다. 하긴 그랬다. 교실에서 당한 서러움이 있는데, 어째 그냥 갈 수가 있나! 하고, 눌러앉았다. 이 만화 저 만화를 골랐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그러는 중에도 가슴은 계속 한 근 두 근, 하면서 뛰었다. 난 마치 커닝하듯이 주인아저씨 얼굴에 눈이 갔다. 전엔 그렇게 재미있던 만화였는데, 만화는 안 들어오고, 아저씨만 들어왔다. 눈 따로, 가슴 따로, 따로국밥이 됐다. 눈은 여전히 아저씨를 떠나지 못했다. ’아저씨가 우릴 안 볼 때, 슬쩍해야지‘ 하면서 목표를 상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