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후에는 근육의 긴장이 전면적으로 소실되므로 인체는 일시적으로 이완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관절이 고정되므로 시체는 뻣뻣해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시체경직 (postmortem rigidity 혹은 rigor mortis) 또는 시강(屍剛)이라 한다.
1. 발생기전
현재는 사후 경직 현상을 ATP설로 설명하고 있으며 큰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ATP(adenosine triphosphate)는 근육수축의 에너지원으로서 사후에는 생성이 중단되고 소비는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근육내 ATP가 저하되어 완전히 소실되면 actin과 myosin이 영구히 결합하여 actomyosin을 형성함으로써 경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과거에 유산설(乳酸設), 신경설(神經設) 및 건조설(乾燥設)이 제창되었었으나 현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때로는 시체경직이 수분내, 드물기는 하지만 사망 즉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시련(屍攣, cadaveric spasm) 또는 즉시성 시체경직(卽時性 屍體 直,instantaneous rigor)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를 신경설로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현재는 ATP의 급격한 소실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같은 기전으로 인해 심근(心筋) 및 횡격막(橫隔膜)을 비롯한 내부장기의 근육에서도 경직이 발생한다.
2. 영향인자
가. 기온(氣溫)
온도가 높을수록 출현과 소실이 모두 빠르며 온도가 낮을수록 느리다.
나. 개인차(個人差)
근육의 발달이 좋을수록 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어린이, 노인과 쇠약자는 출현이 빠른 대신 지속시간이 짧고 정도도 약하다.
다. 죽음 직전의 상태 및 사인(死因)
죽기 직전에 격렬한 근육운동을 하거나 strychnine(살충제의 일종)중독 때와 같이 경련(痙攣)이 일어나면 ATP가 빨리 소실되어 경직의 출현이 빠르다. 급성열성질환, 열사병을 비롯한 고체온증(高體溫症,hyperthermia) 및 체온조절중추의 실조(失調) 등에 의해 사망 당시의 체온이 높을 때에도 출현이 빠르다.
3. 사후경과시간
가. 발현정도
경직은 거의 대부분 악관절(아래턱뼈와 머리뼈사이에 이루어지는 관절을 말하며, 해부학적으로 귀바로 앞쪽) 및 경부관절에서 시작되어 몸통, 상지 및 하지로 진행되는 하행형이며, 그 역순을 취하는 상행형도 있으나 매우 드물다. 극히 드물게 전신적으로 동시에 발현되기도 한다.
봄,가을철에는 빠르면 1시간, 일반적으로 2~4 시간이 지나면 악관절에 이어서 경추관절에 제일 먼저 출현된다. 6~7 시간이 지나면 사지의 큰 관절을 비롯하여 전신에 출현되며, 7~8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 발가락에도 출현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가 점점 강하여져 20 시간 정도에서 최고조에 달하여 30 시간까지 그 강도가 지속된다.
나. 소실(消失)
최고조에 달하였던 경직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근육의 자가융해로 인해 발생된 순서에 따라 서서히 소실된다. 따라서 자가융해및 부패가 잘 일어나는 조건일수록 빨리 소실된다. 봄,가을철에는 48-60시간, 여름철에는 24-36시간, 겨울철에는 3-7일 후에 소실된다. 조건이 적절하여 부패가 빨리 시작되면 9~12 시간만에 소실될 수도 있고 온도가 매우 낮을 때는 수주일이 지나도 풀어지지 않을 수 있다.
다. 재경직
사후 5~7 시간 이내에 경직을 인위적으로 소실시키면 경직이 다시 일어난다. 그러나 그 정도는 처음과 같이 강하지 않다. 7~8 시간 이상 경과된 후라면 재경직이 일어나지 않는다.
라. 심근경직
심근은 사후 약 1~2 시간부터 경직이 오기 시작하여 14~15 시간후에는 소실되나 개인차가 크다. 그외 횡격막을 비롯하여 위장관 등 골격근 이외에도 경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