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고을 음식에는 자연이 살아 있다
인제의 막국수와 황태·산채정식
우리나라 ‘청정 곳간’ 인제는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깊은 산골이라 물산이 풍부하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모자라고 부족한 덕분에 원재료의 수수한 맛이 살아 있다. 그래서 음식을 통해 인제의 청정 자연을 발견할 수 있다. 인제의 맛은 막국수, 황태, 산채 등을 꼽을 수 있다. 모험레포츠를 즐기다 허기진 배를 인제의 깊은 맛으로 채워보자.
인제막국수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투박한 맛 VS 달달한 맛, 남북면옥과 인제막국수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국수’ 중에서)
백석 시인의 국수 예찬이다. 여기서 국수는 메밀국수를 말한다. 백석의 시가 꾸밈없고 수수한 것처럼 그의 음식 취향도 마찬가지다. 메밀은 강원도와 이북 출신 시인들의 작품 속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많이 먹어 짙어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남북면옥의 막국수와 수육 상차림. 메밀전은 서비스로 나온다
산골마을에서는 쌀과 보리가 귀하다. 반면 감자, 메밀, 콩, 옥수수 같은 작물이 흔하다. 메밀은 대표적인 산골 작물이다.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고, 논농사가 어려운 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메밀을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재배를 장려했다.
막국수는 강원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본래 막국수는 서민 음식이며 즉석 음식이다. 막국수의 사전적 의미는 ‘마구’, ‘바로 지금’이다. 막 만들어 바로 먹는 국수라는 뜻이다. 100% 메밀로 만들수록 반죽하고 면을 뽑아서 빨리 먹어야 한다. 동치미국물을 부었을 때 면이 풀어지지 않고 엉키기 때문이다.
[왼쪽/오른쪽]남북면옥의 막국수는 순메밀 100%를 고집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남북면옥의 메뉴판 아래는 50년간 한결같이 100% 순메밀을 사용한 자긍심이 묻어 있다
“저기~ 빨리 드세요.”
남북면옥에서 막국수를 시켜놓고 사진 찍느라 뜸을 들이자 안주인 신채숙씨가 큰 소리로 말한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미 동치미국물을 부어 면발이 불었다. 남북면옥은 100% 메밀을 자랑한다. 그래서 조금만 늦게 먹어도 면발이 쉽게 퍼지고 엉킨다. 메밀 순도에 대해서는 식당 주인마다 말이 제각각이다. ‘100%가 최고다’, ‘70~80%면 충분하다’ 등등. 하지만 남북면옥은 오직 100% 순메밀만 고집한다.
남북면옥은 1955년 남북리에서 가게를 열어 남북면옥이란 상호를 쓴다
남북면옥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농사를 짓던 한채숙씨의 시어머니 김옥희씨가 농한기 때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가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자, 남북리에서 정식으로 막국수 가게를 열어 50년이 흘렀다. 한채숙씨의 아들이 대학에서 조리과를 나와 가업을 이을 예정이니 3대가 막국수를 만들게 된다. 남북면옥 맛의 비결은 김옥희씨가 100% 메밀국수를 만든 전통이다. 이를 며느리가 묵묵히 이어받아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남북면옥은 국내산 고기를 쓰는 수육의 맛도 일품이다
물막국수는 아무 양념 없이 나온다. 다진 양념, 식초, 겨자 등 본인의 취향에 따라 맛을 가미해야 한다. 손님 중에서는 아무 양념 없이 그냥 면만 먹는 사람도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쓰는 수육의 맛도 일품이다. 한채숙씨는 많은 양을 삶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남북면옥은 특히 단골손님이 많다. 50년 넘게 한결같이 심심하고 수수한 재료의 깊은 맛을 살리기 때문이다.
[왼쪽/오른쪽]인제막국수의 막국수와 메밀전병의 상차림. 묵무침과 전은 서비스로 나온다 / 매콤한 김치와 고소한 메밀이 잘 어울리는 인제막국수의 메밀전병
반면 인제막국수는 물막국수에 양념을 해서 나온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양념을 동치미국물에 풀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 된다. 국수는 100% 순메밀을 쓰지 않는다. 약간의 밀가루를 섞는 것이 좋다는 주인장의 취향 때문이다. 메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재료는 직접 농사를 지어 조달하는 것도 미덕이다. 또한 서비스로 나오는 부침개와 묵무침도 푸짐하다. 매콤하면서 고소한 메밀전병을 빼놓으면 서운하다. 인제막국수는 순메밀의 깊은 맛보다는 부담 없이 막국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황태와 산채의 환상적인 만남! 황태정식과 산채정식
황태와 산채는 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인제 용대리는 황태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황태 생산지다.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연 건조로 말려야만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최상품의 황태가 탄생하는데, 인제 용대리는 이러한 지리적·기후적 특성의 최적지다.
마루가든의 산채정식 상차림. 나물을 비롯한 푸짐한 반찬이 상을 가득 채운다
용대리에는 수많은 황태식당이 성업하며 비슷비슷한 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황태와 산채를 함께 내놓는다. 우리나라에서 산이 가장 험준한 인제에서 자라는 청정 산채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태계의 보고 점봉산 일대에서 나오는 산채는 맛이 깊기로 유명하다. 매년 5월 진동리에서는 산나물축제를 개최한다.
마루가든의 곰취, 취나물, 다래순, 망초, 고사리, 표고 등의 산나물
황태와 산채가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식당이 인제 시내의 마루가든과 원통의 송희식당이다. 마루가든은 지역에서 나는 질 좋은 산채를 시장과 약재상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산채정식을 주문하자 호박전·콩나물·감자조림·김치 등 10여 가지 반찬이 깔리고, 곰취·취나물·고사리·표고·다래순·망초·더덕 등의 산채요리가 딸려 나온다. 재밌는 것은 망초가 함께 나온 것. 인제 지역에서 망초를 나물로 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노릇노릇 잘 구운 황태구이가 함께 나온다. 나물들은 간이 약간 센 편이지만, 알맞게 삶아 나물 고유의 향과 맛을 잘 살렸다.
[왼쪽/오른쪽]마루가든은 인제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황태구이를 함께 내온다 / 마루가든의 토속적인 외관. 건물 앞에 주차장이 넓다
송희식당의 주력 메뉴는 황태정식이다. 주문을 하면 나물 위주 12찬과 황태구이, 황태국으로 일사불란하게 상이 차려진다. 우선 사골 국물처럼 뽀얀 황태국이 인상적이다. 국물은 구수하고 맛이 깊다. 황태를 많이 넣고 오래 끓여야 이런 국물이 나온다. 살이 야들야들한 황태구이도 자꾸 젓가락이 간다. 약간 매운맛과 달콤함이 잘 어우러진다.
송희식당의 황태정식. 12가지 반찬과 황태구이, 황태국이 함께 나온다
송희식당을 애용하는 사람들은 황태보다 나물에 후한 점수를 준다. 나물은 바깥주인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직접 산에서 캔다. 나물은 간이 세지 않고 심심하며 나물 본연의 향이 살아 있다. 또한 모든 나물은 들기름으로 무쳐 더욱 고소한 맛을 낸다. 대접에 나물을 듬뿍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여행정보
남북면옥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78번길 24
문의 : 033-461-2219
인제막국수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68번길
문의 : 033-461-5313
마루가든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31-3
문의 : 033-461-3223 , korean.visitkorea.or.kr
송희식당
주소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로 298
문의 : 033-462-7522
기타정보
강원도 인제군 홈페이지 : http://www.inje.go.kr/
1.숙소
하추자연휴양림 : 강원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87번길 8 / 033-461-0056 / http://www.hachuhuyang.go.kr/
하늘내린호텔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43 하늘내린호텔 / 033-463-5700 / korean.visitkorea.or.kr
파인밸리 가족호텔 :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124 / 033-462-8955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