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동창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고향 부여에서의 이별이 한 해를 넘기고 있군요.
작년 6월 고향 부여초등에서 개최된 체육대회를 마치고, 오랜 시간 하늘을 날아 버클리 대학에 도착한 것은 작년 7월 24일이었습니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영어와 싸우면서 미국을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세계를 두 개의 언어로 이해하라고 한다면, 첫째 영어, 둘째 중국어입니다. 물론 우리의 모국어인 한글를 통해서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동창 여러분, 자녀들에게 이 두 개의 언어를 습득하여 세상을 훨훨 날며 살아가도록 교육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연구하고 교육했던 버클리 대학은 서부의 하버드라고 합니다. 세계의 대학 중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입니다. 수백만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에는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로 가득합니다. 이 대학에는 아시안이 전 학생의 1/4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와 아주 친숙합니다. 일찍이 우리의 이웃나라 중국인들은 150여년 전에 이곳에 도착하여 미국 안에 중국문화를 심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클리 대학안에 수많은 아시안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도서관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1년동안 미국인의 '여유'와 '낭만'을 배웠습니다. 미국인은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노동은 바로 이러한 신념을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잔디밭'을 예로 들어보면, 미국인은 잔디란 밟으며 노는 공간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그냥 구경하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즐기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은 동물의 천국입니다. 개와 같은 애완용은 차치하고라도, 야생동물 즉 곰, 너구리, 다람쥐, 오리, 사슴 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며칠전 내가 사는 동네 대로에 지나가던 차가 모두 정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를 데리고 길을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약 5분을 뒤뚱거리며 가는 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차들이 기다리더군요. 그야말로 자연보호를 목숨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꿈'이라고 합니다. 170년 전, 금광을 찾아 전세계, 전 미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골드러쉬'라는 것입니다. 금이라는 꿈을 찾아 사막과 험준한 산맥을 넘었던 것입니다. 그 금광에서 나온 것이 유명한 리바이스 청바지라고 합니다. 금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험한 노동 속에 질긴 천으로 만든 옷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때 리바이스라는 사람이 천막의 천을 가지고 청바지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정작 광산업자보다 오히려 금 채굴을 위한 도구나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벌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돈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말이 길었네요.
끝으로, 미국 속에 한국문화가 너무 빈약합니다. 또한 한국인들 끼리 반목을 하며 지내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습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미국'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는 조국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이제 저는 미국의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대학 연구실로, 그리고 대학생에게로 돌아갑니다.
동창 여러분,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귀국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버클리대학 중국학센테에서 권석환 삼가 인사드립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가장 험준한 핼프돔. 12시간의 도전 끝에 정상정복, 그리고 1600미터 절벽의 벼랑 끝에 앉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레익 타오. 에머랄드 빛에 사로 잡혀 오랫동안 구경하다

버클리대 대학 도서관과 상징탑인 세러탑. 12시에 약 15분동안 아름다운 종소리가 도서관에 퍼진다

버클리대학의 남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고 활동하는 대표적인 문.
첫댓글 벌써!...... 평화롭고 여유스런 모습 ,건강한 모습 보기만 해도좋네 ^.............^ 환영!!!
인생의 미 는 배움이다.~~~석환친구의모습 넘 부럽다.~~~고생했수이다.건강히 잘 와서 이야기 속에 소주한잔하세
석환친구 반갑고, 아무토록 건강조심하고 축하 하네 ......
무셔
빨랑 내려왓,,


1년이란 시간이 빠르구나...귀국해 얼굴좀 보자.
넓은 세상을 몸소 체험하며 공부하고 그리고 생활을 알리는 글까지 정말 반갑네 ~ 언제 여유롭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먼 ~ 귀국해서 활동한다니까 그럴 때가 오겠지 ~~
오랫만이야.어케 얼굴이 안보이나 싶었지.미국에서 넓은 세상을 보았구나? 정상 정복후의 1600미터 절벽의 벼랑끝에서? "나는 자유인이다~~~" 멋져! 권교수님, 담 동창회에서 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