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시경’으로 류영구 시인을 만나자.
그는 ‘내시경’을 통해 몸속 병을 진단하듯, 사회 문제들을 바라본다.
내시경이라는 제목으로 낱낱의 일상에 대해, 그리운 사람에 대해, 미워한 사람에 대해, 속죄할 사람과 용서해야 할 사람에 대해 쓰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때로는 걱정스러운 얼굴, 때로는 화난 얼굴, 때로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쨌거나 간에 시인 류영구는 ‘세월’과 이른바 동행하는 사람이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에 대해 쓰고 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쓰고, 절규하고, 하하하 큰소리로 웃기도 한다.
그의 시에는 사회성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하늘 회원으로 조용히 활동하면서 묵묵히 힘을 보태주신 분이다.
시인과 함께 내시경으로 우리 사회를 찬찬히 들여다 보자.
이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사회의 구석구석에 우리의 눈을 들이대어 보자.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대구MBC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 빌딩 지하 1층 카페 '스타지오'(053-247-4700)
-참가회비 10,000원(식사, 낭송 소책자, 시집, 시하늘, 다과)
-연락처 : 가우(011-818-9604)/전향(017-501-0611)/제4막(011-9080-1296)
*시인 류영구
-경북 상주 고향, 부산 출생
-경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한울문학, 문학저널 시부문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공동 시집 [영혼 속에 젖어드는 그대], [도래샘], [침묵 속의 메아리], [하늘빛 풍경], [꽃을 심다]
*시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내시경 - 사랑
-류영구
내가 너를 모르고
네가 나를 모르는
가슴 깊숙이
불빛 하나
비춰 보면
거기
아직 사랑하는 마음
한 가닥
뻘밭 비바람에 울고 있지
내시경 - 짱돌
-류영구
아직도 더 닳아야 하는가
모난 돌이 물었다
머리 박고 침묵하면
매끄럽고 윤이 나는 글로벌
돌이 될 거다
비록 거룩한 비석 아니지만
달빛 젖은 밤바다 소리
별빛 아래 천년 약속의
사랑의 그림자 볼 수 있을 거다
모남이 짱돌이 되면
참 편한 세상 되어
더불어 세상이 되는 거다
내시경 - 터널
-류영구
터널 지나며
빛을 만나기 전
바오로 요한 2세처럼
풀어 갚아야할
빚 천 냥 쌓여
수액 나무 높이 오르고
바위 천 년 바람 맞고
강 물새 소리 함께 흐르고 있다
쌀 한 톨 애처로이 바라보는 애완견 재롱이
아침마다 구구구 울어대는 비둘기
옥상 앵두나무 밑 벌레한테도
갚아야할 빚 너무 많아
수행 보따리 메고 일상日常에 서 보지만
목이 탄다, 가슴이 불붙는다
아직도 긴 터널 멀고
빛은 어디쯤일까
빚은 쌓여만 가고
다음 생生은 어디쯤일까
내가 머물 삶은 어디쯤일까
내시경 - 병
-류영구
삶의 깊은 곳에
이상기류異常氣流가 감지되었다
조직검사를 하여 삶이
구성원으로서 합당한가를 검사해야 한단다
한 주일 동안 조각을 분해하여
그리운 사람, 미워한 사람
속죄贖罪할 사람, 용서容恕할 사람
낱낱의 일상日常을 점검해 보아야 한단다
비이커 속에 주마등처럼 스치는
삶의 모습이 넣어지고
기억의 괄한 언어가 숨을 헐떡인다
하늘과 땅도 누우런 빛을 내며 저물어간다
모두가 떠나가야 할 열차에 앉아 정말 숙연肅然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보다가
문득, 차창 밖에 소슬한 낙엽 한 잎 떨어짐을 보았다
그렇지만
-류영구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늦게까지 전도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박꽃 하얗게 달빛 받고 피어 있는
초가지붕 이어진 골목길
누군가 옆에서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갔다
창밖 새벽 새 소리가 나를 깨웠다
꿈이었다
그렇지만 청아淸雅한 꿈이었다
흔적
-류영구
점 하나 어디엔가
찍어 보았으면
서럽지 않고 부끄럽지 않는
미안하지 않고
천 년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는
점 하나 찍어 보았으면
거리에 깊은 심장 섶에
너의 사랑 샘에
이끼 낀 깊은 울음 속에
점하나 찍어 보았으면
달빛 별빛 세월빛으로
점 하나 찍으려 했지만
밤 지나 해 뜨면
덩그러니 남는 건
흐느낌의 나를 지우는 슬픈 노래
그래도 나를 알리는
작은 무늬 보라 빛 향기의
점 하나 찍어 보았으면
점 하나 찍어 보았으면
별것 아닌 것
-류영구
별것 아닌 것이다
몰래 가슴 깊이에 조금씩 싹을 튀우며
별 그늘 밤에 시나브로 자리를 잡고
숨을 가늘게 올려 뿜는 물줄기
밤바람 나뭇 가지
냉기로 피어오르는 스릴 같은 것
속 깊은 작은 밑그림으로 팔딱거리며
울려오는 밤 산사의 풍경소리 같은 것
거대한 밀실 포장된 허망의
명품거리에 붙여진 영화 광고
눈물 비처럼 쏟아지는 고독한 그런 것이다
겨우내 땅 어드메쯤 눈 밝히는
껍질 깨고 나오는 악어새끼 찬란한 눈빛
반짝거리는 빛깔의 두근거림으로
한번쯤 불러 보고픈 그윽한 번뇌
사랑은 별것 아닌 것,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한 밤 지나면 그리운 것으로
또 한 밤 흘러가는 별것 아닌 것이다
하루살이
-류영구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단다
가슴 펴, 나래 팔락이며
봄 길섶
여름 늪가에
일가친척 함께 날게 해 주니까
행복하단다
불빛 날아
비록 몸 불태우지만
빛 바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단다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를 살지만
행복하단다
분재원에서
-류영구
틀 속에서 숨을 쉰다
바람도 햇빛도 모두 그렇게 숨을 쉰다
무겁게 둘러싼 쇠줄 가슴 팔 다리에 안고
가위가 세월을 구조화시켜 요동친다
잘 가꾸어진 정원의 화려한 꽃의 변신이 아닌
오래고 모질게 자라기를 기도하는
시간들이 멈춰진 그 속에
하, 감탄의 단어들로 구석구석 장식된
마술사의 손안에 놀아나는 큰 고통이
아라비안나이트의 밤을 기다린다
끝나지 않는 비명의 문은 늘 배고픔으로
자유를 향한 몸부림으로 울고 있다
야망이 명예처럼 빛나고 있는 슬픈 족속들의
틀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고여 빛나고 있다
내 아픔의 절규가 언제나 죽순처럼 자라고 있다
산 길
-류영구
눈물꽃 아롱아롱 날리는 산길 걸어 보았네
갈잎 서걱이며 갈잎노래 부르고
나뭇가지에 까치 두서너 마리
반가운 듯 까악 까악 날 부르고
어디에선 가느다랗게 울려오는
하모니카 ‘가을밤’의 선율
내 영혼 깊숙이 아이스 와인처럼 스며드네
금새 달려올 것 같은
이름 모를 가을꽃 맑은 향기
그리움으로 바람 끝에 날리고
아, 나 이제 떨켜 새치 휘날리며
암브로시아 가슴에 품고 혼불 다듬어 걸어가리
메피스토펠레스여, 잠시 멈추어라
이 붉어진 가을 산길 나와 함께 걸어보자
한 줄기 가을 빛 하늘 끝닿을 때까지
가을산
-류영구
불붙었네 불붙었네
앞산 뒷산
불붙었네
임 그리워 불붙었나
임 못잊어 불붙었나
지들만 불붙고
이내 맘 불붙는 건
모르는가 뵈
첫댓글 정삼일 선생님께서 "가을산" 찜하셨습니다.
김도희 낭송가님께서 "분재원에서"를 찜하셨습니다.
하모하모님께서 "그렇지만"을 찜하셨습니다.
시주머니 님은 무얼 찜~~하셨는지요?*^^* 그리고 류영구 님께 미리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 네에 전향님 위에 세 분께서 낭송할 시를 정하셨답니다. 낭송회 날이 기대가 됩니다.
그러게요..저도 꼭 가서 축하를 해드려야 하는데 16일, 17일 일산과 서울로 출장을 간답니다. 마치고 도착하면 9시가 넘을텐데...제가 따로 한 턱 사드려야 겠어요. 그 날 낭송회 준비 잘 부탁드려요~~*^^*
얼떨결에 찜은 했지만 너무 좋은 시라 낭송하기 차암 어렵네요..특히 왕초보가...그래도 한번 해볼랍니다...못해도 박수 마이 보내 주이소...내일은 더 잘할게요...
산길은 제가 찜 합니다.ㅎㅎ
우아~ "산길"을 찜하셨군요. 예쁜 모습 기대합니다.
요즘 바빠서 시간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가능한 사람을 잡아서라도 참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당연히 와야하는데, 그래야 옆에서 술 한잔 권하지요...............
우짜나...그때 저는 휴가...딸아이와 너른 세상 구경 시켜하자꼬 약속되어 있답니다...낭송회...자알~ 푸짐하게~ 몸이 못가는 대신 마음을 보낼께요~ 운재선생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아무래도 먼 길 떠나시나 본데.....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 많이 많이 만드시길 바래요~~
''하루살이" 찜합니다
류영구 님~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찜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부럽습니다~~
낭송(독)해주시는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전향님, 매발톱님, 미워, 미워 - 모든 계획 잘 하시고 다음에 - 마음으로 받을게요
ㅎㅎㅎ 미워, 미워, 한참 웃습니다. 구여워서...힛..지송혀유~
시를 사랑하는 시하늘님 시하늘 시 낭송회 행사에 많은 참석 바랍니다. 시를 나누는 마음 함께 하시면 기쁨 두 배됩니다.
운재 선생님 '산길'이라는 시에 오타가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봐 주세요. '두너너' '떨켜' 이 두 단어 땜에 걸려서 시가 안 읽혀지는데 혹시 오타라면 수정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낭송회 날 뵐께요. 꾸벅!
작은 꽃바구니 들고 갈께요 운재님 축하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 축하의 마음 보냅니다.^^ 늘 건필하소서~~^^
운제 류영구 시인님 너무나 감격입니다, 가서 뵙겠습니다,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