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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성가(刻薄成家)
각박하여 집을 이룬다는 뜻으로,
몰인정 하도록 인색한 행위로 부자가 됨을 이르는 말이다.
刻 : 새길 각
薄 : 엷을 박
成 : 이룰 성
家 : 집 가
주자(朱子)의 치가격언(治家格言)에 나오는 말이다.
주자가훈(朱子家訓)은 명(明)나라 때의 백려(柏廬) 주용순(朱用純)이 주자의 거가격언(居家格言)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주백려치가격언(朱柏廬治家格言) 또는 주자치가격언(朱子治家格言)이라고도 한다.
각박성가 이무구향(刻薄成家 理無久享)이라.
남들의 원망 속에 이뤄진 일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刻薄成家(각박성가)
理無久享(이무구향)
倫常乖舛(윤상괴천)
立見消亡(입견소망)
남에게 각박하게 하여 집안을 이룬 자는 이를 오래 누릴 리가 만무하며, 윤상(윤리)을 어그러뜨린 집은 곧바로 소멸하고 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됐다면 각박성가(刻薄成家)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자위할지 모른다. 그러나 각박성가의 끝은 이무구향(理無久享)이다. 남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면서 쌓은 부(富)를 오래 누릴 리 없다는 선각(先覺)이다.
성가(成家)의 의미를 재산(財産)에 한정할 이유는 없다. 외연을 넓히면 인간사 전반에 두루 적용 가능한 말이다.
중국 제(齊)나라 중대부, 즉 고위관료 중에 이사(李斯)라는 이가 있었다. 방심했는지, 착각했는지, 피로가 쌓였는지 왕이 베푼 잔치에 참석한 이사가 그만 만취(滿醉)해 버렸다. 비틀거리며 연회장을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때 문지기가 다가왔다. 문지기는 다리가 잘리는 벌을 받아 몸이 불편해 보였다. 그는 '먹다 남은 술과 음식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 이사는 발끈했다. "죄를 지어 벌을 받은 것도 모자라 상전에게 술을 조르느냐"며 꾸짖었다.
문지기는 일단 물러섰다. 이사가 다시 잔치판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지기는 이사가 잠시 서 있던 마루와 기둥에 물을 뿌렸다.
다음날 왕이 물에 젖은 기둥과 마루를 봤다. 영락없이 오줌에 젖은 꼴이었다. 문지기를 불러 누구의 소행인지 물었다. 문지기는 '소변을 보는 현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젯밤 중대부 이사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고 대답했다.
왕은 이사를 처형했다. 문지기를 향한 이사의 순간적 각박(刻薄)이 이무구향(理無久享)으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신숙주(申叔舟)는 각박(刻薄)하지 않은 덕에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었다. 세조(世祖)와의 술자리에서 만취해 세조에게 팔씨름을 이긴 후 팔을 아프게 잡아당기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신숙주는 무사했다. 동료 한명회(韓明澮) 덕이었다.
한명회는 신숙주의 집으로 청지기를 보내 집안의 촛대를 모두 치우도록 했다. 술이 깨면 책을 읽다 다시 자는 신숙주의 습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세조는 신숙주가 진짜로 대취(大醉)했는지 신숙주의 집으로 은밀히 사람을 보내 살피게 했다. 한밤중에 깨어난 신숙주가 책을 읽으려 했지만 초가 없었다. 신숙주의 방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세조에게 보고됐다. 그렇게 신숙주는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신숙주도 한명회의 구향(久享)을 도왔다. 이미 신숙주와 사돈지간이 된 한명회에게 권람(權擥)이 매파(媒婆)를 넣었다. 같은 계유정난(癸酉靖難) 공신의 제의를 거절할 만한 사유가 한명회에게는 없었다.
이때 신숙주가 아이디어를 냈다. '공신 셋이 사돈관계로 얽히고설키면 왕이 주목할 것이니 각별히 근신할 필요가 있다고 둘러대라'고 귀띔했다.
일리 있는 핑계 앞에 권람도 결국 뜻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각박(刻薄)하면 기브 앤 테이크, 바터 시스템은 가동불가(稼動不可)다. 구향(久享) 또한 기대난망(期待難忘)이게 마련이다.
각박성가(刻薄成家)와 이무구향(理無久享)은 대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 형태를 보인다.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군사가 진(秦)의 수도 함양(咸陽)으로 쳐들어 왔다. 그러자 조고(趙高)는 호해(胡亥)를 죽이고 부소(扶蘇)의 아들 자영(子孀)을 3세 황제로 삼으며 구향(久享)을 꾀했다. 그러다 자영에게 주살(誅殺)당하고 말았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보복의 사슬을 끊는 자는 영웅이 된다.
유방을 도와 한(漢)나라를 건설한 한신(韓信)은 어려서 고아가 됐다. 시장 바닥에서 시비를 걸어 온 건달과 맞싸우는 대신 그의 가랑이 아래를 기었다. 겁쟁이라는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훗날 漢나라의 장군으로 금의환향한 한신 앞에 건달이 끌려왔다. 한신은 '그때 너를 죽이고 살인자가 돼 도망 다니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없을 듯해 참았다'며 건달을 용서했다.
털 끝 만큼도 손해 보지 않으련다는 모진 마음의 끝에 각박성가(刻薄成家)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순서는 이무구향(理無久享)이다. 각박해지려는 본능을 참아 낸 보답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짧지만 긴 게 인생이다.
각박성가(刻薄成家) 이무구향(理無久享)은 조강지처(糟糠之妻)와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다.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어 가며 고생한 본처(本妻)가 조강지처(糟糠之妻)다.
貧賤之交不可忘(빈천지교불가망)
糟糠之妻不下堂(조강지처불하당)
가난할 때 친했던 친구를 잊어서는 안되고, 조강지처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는 후한시대의 이 말은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
구향(久享)하려면 구업(口業)을 조심해야 한다.
입에서 비롯되는 모든 죄업(罪業)이다.
젊은 과부 집에 자주 드나드는 성직자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악소문을 퍼뜨리며 그를 비난했다. 와중에 과부가 숨졌다. 그리고 진실이 드러났다. 성직자는 암(癌)에 걸린 젊은 과부를 기도하며 돌봤던 것이다.
성직자를 욕했던 주민들이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 성직자는 그들에게 닭털을 한 봉지씩 나눠 주며 들판에 날려 버리라고 시켰다. 사람들은 성직자가 하라는 대로 했다. 그러자 성직자는 이번에는 그 닭털들을 주워 오라고 했다.
속수무책(束手無策),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사람들에게 성직자가 일렀다. '용서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지 못한다.'
칼로 입은 상처는 치유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토록 간다.
천수경(千手經)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한다. 구업(口業)을 깨끗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각박성가(刻薄成家)하는 과정에서 희생당한 원한의 씨는 삶과 죽음을 초월해 작용하기도 한다. 가해자의 구향(久享)을 끈질기게 방해한다.
우리말로 '말명', 한자로는 萬明(만명)이라 적는 원귀(寃鬼)가 대표적이다. 평생 행세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간 넋들이다. 죽어서도 각박성가의 구향을 이무로 유도하고 있다. 태어나지 못한 채 숨진 태아, 자살한 원혼들도 영산(靈山)으로 탈바꿈해 각박성가의 구향을 집요하게 막는다. 우리나라에는 6,25와 4,19 그리고 5,18 등이 낳은 영산이 수두룩하다.
음식점이나 술집, 골프장 등에서 지배인, 사장, 주인을 불러 가며 종업원을 못살게 구는 각박을 떨면서 구향(久享)를 바라는 것은 난센스다. 상대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곧 자신의 인격이요, 능력이다.
목에 걸린 가시를 빼 주면 호랑이도 보답한다. 까치, 구렁이, 생쥐, 사슴 등 미물(微物)들도 은혜를 갚는다. 행여 돌팔매질 당할세라 전전긍긍(戰戰兢兢)하지 않아도 좋은 개구리라면 나의 구향(久享)를 도울 수 있다. 하물며 사람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각박(刻薄)하지 않으면 구향(久享)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구향(久享)은 영생(永生)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은 극소수만으로도 각박성가를 타이르는 세상의 빛이 되기에 충분하다.
윤리(倫理)가 무너진 집은 곧바로 소멸하고 망한다. 동냥은 안 주더라도 쪽박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실패한 자, 실수한 자, 폭로로 물러난 자, 탄로로 궁지에 몰린자 라고 죄다 영원한 실패자는 아니다. 칠전팔기(七顚八起), 당장의 패자(敗者)에게도 기회는 여럿 남아 있다. 현재의 승자(勝子)가 어느 날 갑자기 일곱 번씩이나 바닥을 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 刻(각)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亥(해; 분명하게 하다)로 이루어졌다. '칼로 새기다'의 뜻으로 칼인 刂(도)가 의미요소이다. 각골(刻骨)은 마음속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뜻한다. 인장 새기는 일을 뜻하는 전각(篆刻)은 전서(篆書)로 인장을 새긴 데서 비롯됐다. 위의 각박(刻薄)처럼 '가혹하다'는 뜻도 있다. 시간 단위로서의 刻(각)은 하루의 100분의 1에서 지금의 15분이 되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길 간(刊)이 있다. 용례로는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失敗)해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된다는 각곡유목(刻鵠類鶩), 입은 은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뼈에까지 사무쳐 잊혀지지 아니한다는 각골난망(刻骨難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각주구검(刻舟求劍), 촛불이 한 치 타는 동안에 詩(시)를 지음이라는 각촉위시(刻燭爲詩) 등에 쓰인다.
▶ 薄(박)은 형성문자로 簿(박)의 속자(俗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가까이 다다른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溥(부,박)이 合하여 이루어졌다. 풀이 서로 가까이 모여 무더기로 더부룩하게 나다, 가까이 모인다는 뜻에서 '얇다'는 뜻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얕을 천(淺),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두터울 후(厚)이다. 여리박빙(如履薄氷)은 살얼음을 밟듯 조심함을 비유한다. 박봉(薄俸)처럼 적다, 박색(薄色)처럼 못하다, 척박(瘠薄)처럼 비옥하지 않다는 뜻이 있다. 또 위의 각박(刻薄)처럼 인정이 없거나 인색하다, 박명(薄命)처럼 불운하다는 뜻도 있다.
▶ 成(성)은 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창과(戈; 창, 무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성)은 나중에 변한 모양이며, 十(십; 모이다), 午(오; 다지다), 甲(갑; 덮다)이라 썼다. 戊(무)는 '무기, 도구'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도구를 써서 사물을 '만들다, 완성되다, 이루어지다'의 뜻으로 되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통할 통(通), 통달할 달(達)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패할 패(敗), 질 부(負)가 있다. 용례로 성사(成事)는 일이 이루어짐, 성공(成功)은 뜻한 것의 목적을 이룸, 성원(成員)은 어떤 단체를 이루는 사람, 성취(成就)는 목적대로 일을 이룸,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성공자퇴(成功者退),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나는 순간을 성패지기(成敗之機), 다른 사람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점을 도와주어 더욱 빛나게 해 준다는 성인지미(成人之美) 등에 쓰인다.
▶ 家(가)는 회의문자로 宊(가)와 동자(同字)이고, 姑(시어미 고)와 통한다. 집(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안에서 돼지(豕)를 기른다는 뜻을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家(가)는 일부 한자어 명사 다음에 붙어 그 방면의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떤 일에 능하거나 또는 지식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 어떤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궁(宮) 등이 있다. 용례로 가사(家事)는 집안 살림에 관한 일, 가출(家出)은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말, 가보(家寶)는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 빈한(貧寒)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가도벽립(家徒壁立), 타국이나 타향에 살 때는 고향 가족의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가서만금(家書萬金) 등에 쓰인다.
▶ 理(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가 합(合)하여 '다스리다'를 뜻한다.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는 길이 가로 세로로 통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뜻이 갈라져서 '사리가 바르다, 규칙이 바르다'의 뜻과 '속, 속에 숨어 있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낸다. 玉(옥)은 중국의 서북에서 나는 보석으로, 理(리)는 옥의 원석(原石)속에 숨어 있는 고운 결을 갈아내는 일, 나중에 옥에 한한지 않고 일을 다스리다, 사리 따위의 뜻에 쓰였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리(厘), 다스릴 발(撥), 다스릴 섭(攝), 다스릴 치(治), 간략할 약(略), 지날 경(經), 다스릴 할(轄), 다스릴 리(釐)와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 어지러울 란(亂)이 있다. 용례로 관리(管理)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는 것, 정리(整理)는 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바로잡음, 도리(道理)는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의 연리지(連理枝), 사람이 상상해 낸 이상적이며 완전한 곳을 이상향(理想鄕), 모든 문제를 흑이 아니면 백,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방식의 두 가지로만 구분하려는 흑백논리(黑白論理) 등에 쓰인다.
▶ 無(무)는 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 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로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하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와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 있을 존(存), 있을 유(有)가 있다. 용례로 무사고(無事故)는 아무런 사고(事故)가 없음, 무주택(無住宅)은 자기 소유의 주택이 없음, 또한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 있는 일을 망각한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지역이라는 무인지경(無人之境),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 등에 쓰인다.
▶ 久(구)는 지사문자로 乆(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람의 뒤 또는 엉덩이에 붙어 잡아 끄는 모양이며 잡아 끌고 오랫동안 놓지 않는다는 데서 '오래다'를 뜻한다. 사람을 '만류하다, 거기에 머물게 하여두다, 길다, 오래되다'를 뜻한다. 久(구)는 사람의 두 다리 뒤에 받쳐주는 것이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영구(永久)처럼 기간이 오래됨을 뜻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두루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원(遠), 길 장(長)이 있다. 용례로 구굴(久屈)은 오랫동안 뜻을 굽히고 있음, 구주(久住)는 한 곳에 오래 삶, 구류(久留)는 오랫동안 머무름, 그리고 오래도록 소식이 없다는 구무소식(久無消息), 오래도록 공경한다는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는 구한감우(久旱甘雨) 등에 쓰인다.
▶ 享(향)은 상형문자로 饗(향)과 동자(同字)이다. 정자(正字)는 돼지해머리(亠; 머리 부분, 위)部+口+曰로 이루어진 글자로 거리를 둘러싼 성벽위의 높은 건물을 나타내고, 후에 '형통하다'의 뜻에 빌어 쓰인다. 享(향)은 높은 데에 물건을 바치는 것을 나타낸 것이 변했다. 제사 또는 바치다의 뜻과 반대 입장에서의 받다 또는 누리다의 뜻이 있다. 용례로 향사(享祀)는 제사를 올리는 일, 향수(享壽)는 오래 사는 복을 누림, 향익(享益)은 이익을 골고루 나누어 받음, 향춘객(享春客)은 봄을 즐겁게 누리는 사람, 그리고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라는 뜻으로, 죽은 사람의 나이를 말하는 향년(享年) 등에 쓰인다.
주자가훈(朱子家訓)/주용순(朱用純)
주자가훈(朱子家訓)-1
黎明即起(여명즉기)
灑掃庭除(쇄소정제)
要內外整潔(요내외정결)
새벽이면 곧장 일어나, 물 뿌려 마당을 쓸고, 집 안팎을 치우고 깨끗이 한다
既昏便息(기혼편식)
關鎖門戶(관쇄문호)
必親自檢點(필친자검점)
어두워지면 휴식해야 하니 대문과 방문을 닫아 잠그되 반드시 직접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一粥一飯(일죽일반)
當思來處不易(당사래처불이)
半絲半縷(반사반루)
恒念物力爲艱(항념물력위간)
한 그릇 죽과 한 그릇 밥도, 이곳까지 와서 먹게 되기가 쉽지 않음을 생각하고, 절반 끊어진 실이나 절반 풀어진 옷이라도, 항상 물건에 들인 노력이 어려움을 생각해야 한다.
宜未雨而綢繆(의미우이주무)
毋臨渴而掘井(무림갈이굴정)
비 오기 전에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목마를 때 임해서야 우물을 파서는 안된다.
自奉必須儉約(자봉필수검약)
宴客切勿留連(연객절물류련)
스스로 모름지기 검약하여야 하며, 잔치 손님이 되면 오래도록 머물지 말라.
器具質而潔(기구질이결)
瓦缶勝金玉(와부승금옥)
기구가 질박하지만 깨끗이만 쓰면, 옹기그릇도 보석그릇보다 낫습니다.
飮食約而精(음식약이정)
園蔬愈珍饈(원소유진수)
음식을 절약하되 정갈히 하면, 울타리의 푸성귀도 진수성찬보다 낫다.
勿營華屋(물영화옥)
勿謀良田(물모량전)
화려한 집을 지으려 하지 말고, 좋은 농토만 도모하지 마십시오.
三姑六婆(삼고육파)
實淫盜之媒(실음도지매)
婢美妾嬌(비미첩교)
非閨房之福(비규방지복)
삼고육파의 여인네들은, 실로 음란함을 도적질하는 매개요, 아름다운 여자 시종과 교태로운 첩은, 안방의 복이 아닙니다.
奴僕勿用俊美(노복물용준미)
妻妾切忌艶裝(처첩절기염장)
사내종은 준수하고 아름다운 이를 쓰지 말고 처첩이 요염하게 꾸미는 것을 꺼려해라.
祖宗雖遠(조종수원)
祭祀不可不誠(제사불가불성)
子孫雖愚(자손수우)
經書不可不讀(경서불가불독)
비록 먼 조상이라도, 제사는 정성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비록 어리석은 자손이라도, 경서를 소리 내어 읽게 하지 않을 수 없다.
居身務其質樸(거신무기질박)
敎子要有義方(교자요유의방)
몸가짐은 질박하도록 힘써야 하며, 자녀교육은 의협심과 몸을 단정히 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勿貪意外之財(물탐의외지재)
勿飮過量之酒(물음과량지주)
뜻밖의 재물을 탐하지 않으며, 술은 너무 지나치게 마셔서는 안 됩니다.
주자가훈(朱子家訓)-2
與肩挑貿易(여견도무역)
勿佔便宜(물점편의)
見貧若親鄰(견빈약친린)
須加溫恤(수가온휼)
어깨에 짊어지고 장사하는 행상인과 거래 함에는, 잇속만을 챙기지 말고, 가난한 이를 보면 친지나 이웃 보듯, 모름지기 따뜻하게 구휼하여야 합니다.
刻薄成家(각박성가)
理無久享(이무구향)
倫常乖舛(윤상괴천)
立見消亡(입견소망)
인정이 각박하게 집안을 이루면, 오래 누릴 리가 없으며, 윤리도덕에 어긋나 온당하지 않은 집은, 곧 바로 소멸하여 망하는 것을 보게 된다.
兄弟叔侄(형제숙질)
須多分潤寡(수다분윤과)
長幼內外(장유내외)
宜法肅嚴詞(의법숙엄사)
형제 숙질간에는, 모름지기 나눔은 많아야 하고 윤택함은 적어야 하며, 어른과 어린이 남편과 아내 간에는, 마땅히 법도는 정중해야 하며 말은 엄숙해야 한다.
聽婦言(청부언)
乖骨肉(괴골육)
豈是丈夫(기시장부)
부인의 말을 듣고, 혈통이 같은 부자형제를 배반하면, 어찌 장부라 하겠는가.
重資財(중자재)
薄父母(박부모)
不成人子(불성인자)
재물을 중히 여겨, 부모를 가볍게 여기면, 사람의 자식이 될 수 없다.
嫁女擇佳婿(가녀택가서)
毋索重聘(무색중빙)
娶媳求淑女(취식구숙녀)
勿計厚奩(물계후렴)
딸을 시집보내면서 훌륭한 사위를 택하되, 무거운 예를 갖춤을 다구치지 말며, 며느리를 들임에 정숙한 여자를 구하되, 과중한 혼수를 꾀하지 말아야 한다.
見富貴而生餡容者(견부귀이생함용자)
最可恥(최가치)
遇貧窮而作驕態者(우빈궁이작교태자),
賤莫甚(천막심)
부귀한 자를 볼 때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것은, 가장 수치스러울 수 있고, 빈궁한 자를 만날 때, 교만한 태도를 짓는 것은 가장 천박한 것이다.
居家戒爭訟(거가계쟁송)
訟則終凶(송칙종흉)
집에 있으면서 송사(訟事)를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고, 송사는 곧 재앙으로 끝이 날것이다.
處世戒多言(처세계다언)
言多必失(언다필실)
처세에서는 말 많은 것을 경계하고, 말이 많은 것은 반드시 실언을 하게 된다.
毋持勢力而凌逼孤寡(무지세력이릉핍고과)
勿貪口腹而恣殺生禽(물탐구복이자살생금)
세력을 믿고 고아나 과부를 능멸하거나 핍박하지 말고, 먹고 살려고 탐내어 짐승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한다.
乖僻自是(괴벽자시)
悔誤必多(회오필다)
頹情自甘(퇴정자감)
家道難成(가도난성)
괴벽스러움을 스스로 옳다고 하면, 유감스럽게도 잘못됨이 반드시 많아지며, 게으른 본성을 스스로 달갑게 여기면, 집안의 법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주자가훈(朱子家訓)-3
狎昵惡少(압닐악소)
久必受其累(구필수기루)
屈志老成(굴지노성)
急則可相依(급칙가상의)
고약하고 못된 짓 하는 아이들과 지나치레 친하면, 오랜 뒤에는 반드시 누를 받아 들이게 되고, 경험을 쌓아 익숙한 자에게 뜻을 굽히면, 위급해질 때에 서로 의지 할 수 있다.
輕聽發言(경청발언)
安知非人之請願譖訴(안지비인지청원참소)
當忍耐三思(당인내삼사)
가벼이 듣고 쉽게 말을 하면, 그릇된 사람이 참소를 청할 줄을 어찌 알겠는가. 마땅히 인내하면서 세 번을 생각하라.
因事相爭(인사상쟁)
安知非我之不是(안지비아지불시)
須平心遭暗想(수평심조암상)
일로 서로 다투면, 그릇된 내가 부족함을 어찌 압겠는가. 모름지기 마음을 평정하고 곰곰이 생각하십시오.
施惠勿念(시혜물념)
受恩莫忘(수은막망)
은혜를 베풀었다고 마음에 두지 말고, 은혜를 받았다면 잊지를 말아야 합니다.
凡事當留余地(범사당류여지)
得意不宜再往(득의불의재왕)
모든 일에는 가능성을 두어야 하며, 뜻을 이룸을 자랑하면 다시 오지 않는다.
人有喜慶(인유희경)
不可生妒忌心(불가생투기심)
남에게 기쁜 경사가 있으면, 시기하고 투기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人有禍患(인유화환)
不可生喜幸心(불가생희행심)
남에게 재난과 근심이 있으면,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善欲人見(선욕인견)
不是真善(불시진선)
착함을 남에게 보이려고 하면, 참된 착함이 아니요.
惡恐人知(악공인지)
便是大惡(편시대악)
악함을 남이 알까 두려워하면, 이것이 바로 큰 악이 된다고 한다.
見色而起淫心(견색이기음심)
報在妻女(보재처녀)
여색을 보고 음심을 일으키면, 그 응보 아내와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匿怨而用暗箭(닉원이용암전)
禍延子孫(화연자손)
원망을 숨기고 몰래 화살을 쏘면, 그 화가 자손에게 이어진다.
家門和順(가문화순)
雖饔飧不繼(수옹손불계)
亦有余歡(역유여환)
가문이 온화하고 순하면, 비록 끼니를 못 잇더라도, 뒤 날 그의 자손들에게 기쁨이 있을 것이다.
國課早完(국과조완)
即囊橐無余(즉낭탁무여)
自得至樂(자득지악)
국가 세금을 일찍 완결하면, 주머니와 전대가 비어 여유가 없더라도, 스스로 지극한 즐거움을 얻습니다.
讀書誌在聖賢(독서지재성현)
為官心存君國(위관심존군국)
책을 읽음에 뜻은 성현에게 두고, 벼슬을 하면 마음은 임금과 나라에 두어야 한다.
守分安命(수분안명)
順時聽天(순시청천)
분수를 지키면 운명도 편안한 것이니, 때를 좇아 하늘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為人若此(위인약차)
庶乎近焉(서호근언)
만약 사람됨이 이와 같다면, 거의(성현/도인)에 가까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