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5-09-25 06:48 조회 : 1226 |
| |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여수에서 제주도까지 선박이 운항되어 불현 듯이 가게 되었다. 오전 8시20분 여수 출발이 되어 한 시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제주도는 지금까지는 비행기 만 타고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배편으로 가게 되어 새로운 기분으로 마음이 매우 들떴다. 200 키로 미터가 넘는 장거리이지만 여수에서 바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흥분이 되고 무언가 새롭거나 신기한 것에 끌리는 마음이었다. 선박이 매우 커 자동차도 수 백 대 탑재하고, 사람도 수 천 명 탑승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여객선이다. 여객선 터미널은 여수엑스포역에서 100미터 거리이다.
여객선에 오르니 경찰과 검사원이 세 번이나 표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조사한다. 배에 올라와 선실을 찾으니 미로와 같이 복잡하다. 3층에 내가 타고 가야할 선실에 이르니 교실과 같은 객실이 여러 개다. 내부 시설이 넉넉하고 선박 복도에서 보는 망막한 바다는 끝도 안 보인다. 한반도 대륙을 벗어나 우리 땅 제주도를 향한 바다 위에서 생각하니 우리나라 국토도 영해가 포함되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독일이나 헝가리 폴란드는 달랑 내륙뿐인데 우리나라는 바다를 포함하고 있으니 앞으로 해양 개발을 하면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차 바다를 개척하여 삶의 생활 기반을 구축하면 무한한 생활의 공간이 커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전세를 낸듯한 편안한 큰 객실을 불과 몇 명이 독차지 하고 가게 되었다. 선박이 운항한지 얼마 안 되어 승객들도 조신하고 얌전을 떨어 조용하지만, 앞으로 선박 사정을 차차 알게 되면 한국인의 장기인 '화투놀이''고성대호' '멍석 깔고 판 벌려 하하 호호 식도락'하는 모습도 머지않아 보리라는 생각에 눈에 선하다. 화조풍월에 만경의 넓은 공간이니 자고로 우리 민족은 놀기 좋아하고 유달리 풍류가 있으니 그냥 둘리가 있겠는가! 비치 해 놓은 베개를 갔다가 누워서 잠도 자고 앉아서 신문도 읽고 동행한 L님과 환담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제주항에 이르러, 오후 1시 20분경에 제주 여객선 터미널 4부두에 도착했다.
선창에서 내려 시내 관광을 위해 택시를 기다렸다. 거의 10분 이상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탔다. 먼저 제주도의 신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 바로 들어서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홍보 전시관이 있다. 조금 걸으니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제주를 상징하는 대형 하로방이 맞이하여, 거기서 수학여행 온 학생으로 부터 사진도 찍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수학여행 학생들과 중국 관광객이 성황을 이룬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니 제주에서 잡혔다는 못생긴 큰 가오리와 갈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마어마하게 큰 가오리 박제와 공룡과 같은 고래 뼈가 전시되어 있다. 화성암인 현무암을 전시해 놨다. 수석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기기묘묘하고 아름다운 돌들이 참으로 장관이다. 제주에는 신기하게 생긴 수석도 많고 화성암이 많아 참으로 경이롭다. 화성암들이 저마다 구멍이 송송 나있고 관통석도 많으며 수석으로서 품격있는 돌이 많았다.
제주에 있는 동물들을 박제로 만들어 놓았다. 매 중에서도 독수리 같이생긴 큰 송골매와 흰꼬리수리가 있다. 큰 곰이 박제 되어 있는데 옛날에 곰이 이곳에 살았다고 하니 의아했다.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는 동물이 살았다고 하니 박물관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전통가옥도 있다. ‘테우’라 불리 우는 제주 전통방식의 통나무배도 있었다. 테우는 한라산에서 베어온 구상나무로 만들었다. 연안에서 자리 돔이나 멸치 등을 잡을 때 사용했다고 한다. 엉성하게 뗏목으로 만들었는데 이런 배를 타고 처음에는 인근에서 고기를 잡으니 좋아하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차차 멀리 가다 원치 않는 큰 파도를 만나 바다 속에 수장되어 어부들은 고기밥이 되었겠다. 아내들은 과부가 되고, 살기 위해 남은 부인들은 궂은일도 마다 않고 험한 일도 억척같이 했으리라!
죽은 사람을 달래기 위해 무당이 주관하는 씻김굿 무속 장면이 섬쩍지근했다. 영등굿에서 행하는 ‘떼몰이 놀이’는 남자들이 ‘테우’를 타고 영등할망을 보내는 ‘배방선’ 제차의 마지막 순서였다. 영등굿은 해녀와 어부들이 중심이 돼 한 해의 풍어와 농원을 기원하나, 씻김굿은 망자의 혼을 씻어주고 남은 가족들에 위안을 주는 장면이다. 이래서 대개 섬 부인들은 살아 있는 동안 육지의 남자일 같은 힘센 일도 하게 되고 남편 섬기기를 하늘같이 섬기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여자들의 삶을 엿 볼 수 있는 모형들이 실물과 같이 적나라하게 만들어져 있다. 예전에는 젊은 해녀들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해녀들이 많이 없단다. 할머니들만 물질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혼례, 굿, 제사, 장례, 조랑말로 물방아에서 곡식 찧는 모습 등 제주도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모형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의 밥상, 지금이야 제주도가 먹거리가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제주도가 참 먹을 게 없는 곳이라 들었다. 와서 보니 역시 조를 재배한 흔적 뿐 벼나 여타 오곡을 농사짓는 민속자료는 미미하다. 제주도는 과거 조선시대 관료들의 유배지가 되어 선비들이 많이 왔던 곳이다. 공부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몇 년 전 제주도 고등학교 졸업생이 전국 대학입시에서 수석을 여러 번 했음을 보도함은 우연히 아니다.
제주 전통가옥이 있다. 이제는 보기 힘들다. 성읍민속마을이나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넓은 곳에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적절히 배치해 놔서 관람하는데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제주도의 민속박물관을 보면 제주도 전체를 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 시간 겨우 보고 오후 3시에 여객선터미널에 왔다. 네 시 오십분에 출항하니 30분전만 오면 충분한데 미리서 오느라고 구경도 못하고 급히 서둔 것이 아쉬웠다. 앞으로 이번과 같이 제주도에 온다면 승용차도 가지고 가야 하겠다. 여행은 식도락도 빼 놀 수 없는 것이니 미리 회, 떡, 과일, 주류를 준비해 가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리 최소의 일정이라도 1박 2일 정도는 되어야 구경이 되지 그렇지 않고서는 오고 가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아깝다. |
| 임병식 | 15-09-25 09:05 | | 아쉽기는 했어도 함께한 여행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수석을 좋아하니 제주돌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제주돌은 구멍이 숭숭뚫린 툭튜의 현무암이 특징인데 전시해 놓은 돌들이 모두가 기기묘묘하여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언제 자세히 살피고 인상에 남은 전시물을 잘 묘사해 놓으셨습니다. | |
| | 김권섭 | 15-09-25 15:56 | | 불시에 제주도 여행을 응했는데, 권한 장사 ' 손해 안 간다'고 하더니 만 딱 맞았습니다. 생각을 깊이 할 것 없이 즉흥적으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하는 것이 세상을 즐겁게 사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여행은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미가'식당에서 황선생과 식사할 때 들었던 그 말씀 따라 제주도 여행을 순간 결정으로 다녀오기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양순태 | 15-09-26 05:12 | | 김권섭 선생님, 짧은 시간동안 돌아보신 제주여행에 동참한 기분으로 독자도 신이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광활한 영해를 포함하고 있어 곳곳이 신비롭고 계절마다 달리하는 풍경은 매번을 둘러보아도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지요. 파도치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실어 올려주신 한가위 선물 보따리, 재주여행의 풍성함을 감사드립니다. | |
| | 김권섭 | 15-09-26 06:41 | | 양순태선생님, 내일이면 한가위 대 명절이군요! 온 가족과 함께 평안하고 행복한 날 되세요. 제주도는 갈 때 마다 볼 거리가 새로 있어서 늘 즐거웠습니다. 이번 선박으로 가니 새로운 여행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늘 축복해주시고 아름다운 글로 성찬을 주시니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 |
| | 정진철 | 15-09-28 18:08 | | 제가 가본 제주도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역시 자연미를 보고 그런것이지요. 또한 옥색바다.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것 이외에 입맛으로 즐기는 제주는 얼마나 풍성합니까. 좋은 여행 하셨습니다 | |
| | 김권섭 | 15-09-28 18:15 | | 정진철선생님 한가위 잘 보내셨지요! 제주도는 볼 것이 참 많은 곳이었습니다. 육지에서 선박으로 바다를 항해하니 더욱 설렘이었습니다. 저렴한 선박비로 제주도를 잘 다녀 왔으니 행운이었습니다. 늘 댓글 달아 주시어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
| | 일만성철용 | 15-09-29 15:30 | | 저도 5일간 제주도를 최근에 다녀왔습니다. 렌트카를 빌려서 3일을 남이 가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돌았는데 그중 돌박물관이 인상에 남더군요. 그리고 조개 세계박물관도, 그리고 추자도를 2박 3일로 다녀왔지요. 그 글로 인사를 드릴께요. | |
| | 김권섭 | 15-09-29 16:25 | | 일만성철용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팔순의 연세 노익장이 심히 부럽군요. 국내외를 불문, 그 많은 곳들을 여행하시고 기록으로 남기시니 청사에 길이 남을 일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