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정책진단: 플러스] ② 기대를 갖게 한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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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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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7일
▲small steps are still progress. /사진=언스플래쉬
#2021년을 마무리하며
[더인디고 편집진]
■ 법무부 시정명령, 10년 만의 4건… 차별구제 탄력받나
권리나 차별 구제를 위해 사법절차를 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문을 두드린다. 인권위는 그때마다 기각과 각하 또는 권고, 조정, 수사의뢰, 긴급구제, 고발 등의 답을 내놨다.
지난 12월 22일 애플기기 전문 판매점 프리스비코리아 대구지점은 ‘인권위의 장애인 편의시설(경사로) 설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https://theindigo.co.kr/archives/27288)’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방문 사례가 진정인 외에 없다는 식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서비스업체로서 과도한 비용이 아닐 수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한데는 시정권고가 법적 강제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점, 법무부는 방송사 웹사이트와 CJ CGV 등을 상대로 4건의 장애인차별 시정명령(https://theindigo.co.kr/archives/26791 12월 7일)’을 내렸다. ‘시정명령’은 장애인 차별이 발생하여 인권위가 개선 권고를 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차별행위를 개선할 것을 명령하는 강제 조치이다. 법무부는 또 시정명령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를 연1회에서 분기별 개최로 개선했다.
▲법무부 청사. 사진=유튜브 캡처
인권위의 시정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법무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어기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후 단 2건의 시정명령만이 내려져 그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시정명령 제도를 개선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고,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이어 작년 6월30일부터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시정명령 요건 완화, 즉 피해의 심각성, 공익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없앴다.
시정명령 개선 자체로 차별구제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 입장에서 3천만원의 과태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내재된 정당한 편의제공의 단서조항, 장애인 차별에 대한 사법부 인식, 소관 부처의 권한 등을 놓고 볼 때 더 그렇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의 판단을 보면 10년 넘게 잠자던 시정명령 제도가 법개정으로 활성화되고, 또 법무부가 의지를 갖고 행사할 경우 진일보 한 권리구제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 UN CRPD, 13년 만에 완전 비준 기대
13년 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에 청신호가 켜졌다. 3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https://theindigo.co.kr/archives/18312 3월 31일)’함으로써 연내 비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3월 31일 UN CRPD 선택의정서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김예지 의원실 페이스북
2008년 국회는 협약 비준 당시 25조 마항(생명보험 가입 차별금지)과 선택의정서 비준을 유보한 바 있다. 장애계는 매년 유보조항 철회와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9년 3월 유엔에 제출한 ‘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선택의정서 비준에 대한 추진 계획을 명시했고, 2020년부터는 장애인단체들이 선택의정서 비준 필요성에 대한 국제토론 등으로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어 2021년에는 ’개인진정제도의 실효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https://theindigo.co.kr/archives/21139 6월 11일) 등을 통해 내용적으로 구체화와 논리를 강화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러한 흐름을 비준 촉구 결의안이라는 회심의 카드로 정리한 셈이다.
▲‘UNCRPD NGO연대’의 선택의정서 비준 절차 추진 촉구 기자회견 ⓒ더인디고
6월 국회는 ‘본회의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https://theindigo.co.kr/archives/21727 6월 29일)’ 시켰다. 장애계는 ‘복지부, 비준열차 출발시켜야(https://theindigo.co.kr/archives/21811 7월 1일)’라는 성명을 통해 복지부에 비준 의뢰를 촉구했고, 복지부는 외교부에 ‘비준 의뢰(https://theindigo.co.kr/archives/23147 8월 10일)’함으로써 연내 비준 가능성을 높였다.
더인디고는 이후 외교부와 법제처의 진행과정을 지속해서 취재한 결과 ‘비준 순항… 생명보험 유보 철회 확실(https://theindigo.co.kr/archives/24154 9월 9일)’하지만, 연내 비준은 어려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김예지 의원은 법제처 관계자를 통해 조속한 추진을 재차 촉구했고, ‘내달(12월) 9일 차관 회의 상정(https://theindigo.co.kr/archives/26312 11월 24일)’ 하겠다는 일정을 최종 확인했다. 한편 장애계는 선택의정서 비준을 전제로 ‘개인진정 지원 주체가 누가?(https://theindigo.co.kr/archives/26215 11월 20일)’라는 주제를 놓고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를 대비하기도 했다.
▲19일 한국장애인연맹 주관으로 개인진정제도 지원 체계 구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인디고
2020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비준 움직임은 결국 2021년 장애계와 국회, 복지부가 적극 나서며 ‘국무회의 통과… 생명보험 유보도 철회(https://theindigo.co.kr/archives/27088 12월 15일)’에 이어 정부는 23일 UN에 ‘생명보험 가입 차별금지 조항 유보 철회를 통보(https://theindigo.co.kr/archives/27538 12월 28일)’했다. 또 28일에는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선택의정서 비준 동의안을 제출함으로써 ‘이르면 올해 1월 임시 국회 통과(https://theindigo.co.kr/archives/27645 12월 30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과정이 2021년 탄력을 받아 급속하게 진전됐을 뿐이다. 생명보험 가입은 기업의 논리에, 선택의정서 비준은 국내법 상충이나 주권침해 논리를 뚫고 오는 데 13년이 걸린 셈이다.
■ 겨우 절반의 과제를 넘었을 뿐!
장애인의 삶을 진일보하게 하는 것은 결국 제도나 정책이 이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와 그에 따른 예산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으로 시정명령 요건을 완화한 것이나 13년 만의 생명보험 가입 차별금지 유보를 철회하고, 또 선택의정서가 비준이 된다 해서 그것들이 곧바로 장애인의 완전한 권리실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2021년 한 해도 인권을 향해 겨우 한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탈시설 추진 또는 반대 진영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한 ‘시설유지·20년간 지역사회 자립지원 완성’이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탈시설 로드맵(https://theindigo.co.kr/archives/22865 8월 2일)’이 발표됐다. 40년간 지속해 온 시설 보호 위주에서 지역사회 자립 지원이라는 탈시설 정책이 시작된 셈이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를 마치고 탈시설 로드맵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개정 등 안건을 중심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TV 캡처
예산과 관련해서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9일간의 단식 농성과 ‘잘 봐, 스트릿 부모 파이터들의 투쟁(https://theindigo.co.kr/archives/26601 12월 2일)’ 끝에 주간활동 최대 8시간과 발달장애실태조사 1만명 표본조사를 위한 예산 확보가 눈에 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시도지부장들이 2층 컨테이너에 올라 출범 13년 선언을 낭독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더인디고
의미 있는 법 개정도 있었다. 우선 중복 수급을 이유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배제한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https://theindigo.co.kr/archives/26687 12월 3일)’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15조의 과도한 해석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주체적 삶과 복지의 수급권자로서의 권리는 배제되고 단지 보건의료 대상으로 전락해 왔기 때문이다.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 등 30개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1시 30분 이룸센터 앞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철폐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연대(이하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 출범식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또한 2022년 새해를 하루 남겨 두고는 ‘저상버스 의무도입… 교통약자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https://theindigo.co.kr/archives/27761 12월 31일)’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후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교체 시 저상버스를 의무도입하고,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지역간 환승체계 등이 마련됐다. 시외버스 제외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의 경우 국가지원이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이라는 점 등은 아쉽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이 대부분 30% 미만 밑도는 상황만큼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6일 오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교통약자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흔히 인권을 막연한 보편적 권리이자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권은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일한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보장이기도 하다.
더인디고는 그 최소한의 보장마저 국가나 제도가 외면할 때 혹은 그럴듯한 외피만 둘렀을 때도 감춰진 속살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감시자의 역할을 지켜가고자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