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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몇 일이 지났네요. 아직도 제가 귀국을 했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머리 속에는 그 동안 본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이 생각납니다.
그 동안의 여행을 여러 가지로 정리하겠지만 먼저 첫 단계로 지난 1년 간의 여행 중 어떤 여행지가 가장 인상적이고 좋았는지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세계의 200개가 넘는 나라들 중 겨우 22 개국을 여행했기 때문에 ‘세계’여행이라고 부르기 부끄럽지만 딱히 다르게 부를 이름이 없어 일단 ‘세계’여행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전 30대 남자이고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혼자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술 마시고 시끄럽게 노는 것보다 조그맣고 경치 좋은 마을을 좋아합니다. 이런 취향에 맞춰서 정리한 것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이런 짓을 왜 하는고하니.. 몇 일 전에 귀국해서 백수이기 때문이죠 ㅋㅋ
ㅇ 여행국가
- 중미(2개월) :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멕시코는.. 그냥 중미라고 치죠)
- 남미(5.5개월) :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 지중해(3.5개월) :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 동남아(1개월) :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ㅇ 여행기간 : ’08. 7. 12 ~ ’09. 7. 17 (370일)
★ 최고로 아름다웠던 풍경
그 동안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등 여러 지역을 여행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지역을 한 곳 뽑으라면 단연 중남미였다. 그 아름답던 중남미의 산, 하늘, 바다, 사막, 호수.. 모두 아직도 머리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중남미를 여행하고 나니 다른 모든 여행지가 시시해 보일 정도로 그 곳의 풍경은 단연 압권이다.
1. 파타고니아 (칠레 & 아르헨티나)
여행 6개월째, 여행이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 도착한 남미 대륙의 끝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바릴로체(Bariloche)를 떠난 비행기가 칼라파테(El Calafate)에 내리는 그 순간부터 난 그만 파타고니아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드넓은 대지와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하늘색 호수, 티없이 맑은 하늘과 미친 듯이 부는 바람, 그 바람에 따라 살아있는 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구름들, 눈 덮인 설산들과 멋진 트레킹 코스. 정말 ‘대(大)자연’이라고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던 곳. 남미 최고의 트레킹 코스인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가 가장 멋있긴 하지만 칼라파테, 엘 찰튼(El Chalten), 우수아이아(Ushuaia) 등 모든 곳의 하늘과 땅이 아름다운 남미 최고의 풍경, 바로 파타고니아다
2. 와라스 주변의 안데스 산맥 (페루)
베네수엘라부터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를 거치면서 몇 달에 걸쳐 안데스 산맥 지역을 계속 여행했는데 그 중 최고를 뽑으라면 난 주저 없이 페루 와라스 (Huaraz)를 뽑는다. 5,700~6,700m 정도의 만년설이 덮인 산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호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역시 아직 도로나 교통편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찾아가기는 힘들지만, 비좁은 콜렉티보를 몇 시간씩 타고 고산 증세에 머리가 아파가며 등산하는 보람이 충분히 있었던 곳. 일일 투어로는 절대 이 절경을 볼 수 없으니 꼭 산타 마르타 트레킹을 하거나 당일 코스로 직접 등산을 해봐야만 한다. 페루 다른 일정을 다 줄이더라도, 아니 페루에서 다른 곳 다 안 가더라도 이 곳은 무조건 들렀다 가시길.
3. 우유니 사막 (볼리비아)
역시 명불허전. 우유니는 우유니다. 눈이 닿는 사막 모두가 소금으로 덮인 남미에서 가장 유니크한 풍경을 자랑했던 곳. 특히 해발 3,800 m의 사막에서 바라 본 밤 하늘의 별들은 다른 사막에서 본 별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금 사막 뿐만 아니라 수 십만 마리의 플라밍고들이 모여있는 호수들도 단연 압권. 단, 우유니 사막이 완전 하얀 색일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말 것. 사막이라 먼지가 날아오는데 완전 하얀색인 것은 불가능함.
4. 홍해의 바다 속 (이집트)
중남미를 8개월 여행한 후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를 거치면서 사실 여행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사막은 우유니보다 못하고 산은 와라스보다 못하고 해변은 카리브 해와 비교 불가. 그러던 어느 날 이집트 후루가다(Hurugada)에서 홍해의 바다 속으로 다이빙을 한 순간 내 가슴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투명하다고 느껴질 만큼 맑은 물과 수 많은 종류의 물고기와 아름다운 산호. 비록 다이빙을 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긴 하지만 홍해의 바다 속은 충분히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다만 홍해에서 다이빙 하고 나면 왠만한 다른 다이빙 포인트는 다 눈에 안 찬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다.
5. 카나이마 국립공원 (베네수엘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 폭포(976m)가 있는 국립공원. 앙헬 폭포로 가는 2박 3일 투어로 가야 하지만 다른 풍경들도 아주 멋있다. 검고 투명한 블랙 크리스탈 같은 강물과 장대한 테푸이스가 절경을 이루는 곳. 다만 아직 도로가 뚫리지 않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비싼 투어가격이 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08.9월 내가 갔을 때 한창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도로가 뚫리면 가격은 싸지겠지만 글쎄, 제대로 보존될 수 있을까?
6. 산토리니의 절벽과 에게 해 (그리스)
그 동안 ‘XX의 산토리니’라고 광고하는 여러 도시들을 가보았다. 하지만 산토리니 같은 풍경을 가진 곳은 오직 산토리니뿐.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높은 절벽을 따라 늘어선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의 집들, 짙푸른 에게 해의 바다와 새파란 그리스의 하늘. 그 어떤 곳보다 로맨틱한 곳이라 하겠다. 특히 피라(Fira)에서 절벽을 따라 이아(Oia)까지 걷는 트레킹 코스는 그 어떤 트레킹 코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풍경이니 시간이 되는 사람은 반드시 걸어보기를 강추함. 하지만 난 이런 곳을 두 번이나 혼자서 갔으니.. 에효.
★ 가장 멋진 유적지
1. 테오티우아칸 (멕시코)
거대한 하나의 도시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그 속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태양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 ‘달의 피라미드’ 위에서 바라본 장대하게 뻗은 ‘죽은 자의 거리’는 압권 중의 압권. 그 장대함은 어떤 다른 중남미 유적지와도 비교 불가였다. 입장료도 다른 유적지들에 비해 착한 편(약 4달러). 또한 아즈텍 문명의 피라미드들은 무덤으로 지어진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달리 제단으로 쓰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앙코르 (캄보디아)
멕시코에서 테오티우아칸을 본 이후 마주친 마야, 잉카,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문명의 유적들은 테오티우아칸의 장대함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여행이 거의 끝나갈 때쯤 캄보디아 시엠 립(Siem Reap)에서 본 앙코르 유적은 테오티우아칸을 봤을 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남성적인 테오티우아칸과 달리 유적별로 아기자기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앙코르 왓, 바욘, 따 프롬 등의 멋진 유적들은 여성적이었다고 할까. 내가 태양의 피라미드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2위로 꼽았지만 테오티우아칸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최고의 유적이다.
3. 티칼 (과테말라)
중미 마야 문명 유적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1/2호 신전이 있는 Gran Plaza의 규모는 다른 마야 문명 유적을 압도한다. 정글 구석구석에 숨은 유적지들을 다 돌아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청난 더위와 비싼 편인 입장료가 흠(약 20달러)
4. 아부심벨 (이집트)
이집트의 유명한 룩소르(Luxor) 근방 유적들은 훼손 정도가 심하고 복원도 이집트 특유의 ‘시멘트 쳐바르기’ 공법으로 이루어져 실제로 보면 그 규모에 비해 감흥이 떨어졌다. 이에 반해 깊은 사막에 숨겨져 있던 아부심벨은 훼손이 거의 되지 않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잘 보존되어 있고 다른 신전들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석상들이 있어 아주 인상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적들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작고 바가지가 극심한 이집트에 있다는 것, 그리고 아스완(Aswan)에서도 세 시간 이상 가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유적이다.
5. 크락 데 슈발리에 (시리아)
크락 데 슈발리에(Crac des Chevaliers)를 뽑은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찌하랴, 난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을. 언덕 위에 자리잡은 견고한 외성과 보는 순간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그대로 느끼게 되는 거대한 내성은 이 때까지 본 그 어떠한 성채보다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배낭여행자가 여행하기 좋은 시리아에 있다는 점과 국제학생증이 있을 경우 너무나 착해지는 입장료 (겨우450원!) 때문에 순위가 확 높아졌다.
★ 가장 여행하기 좋았던 도시/마을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가끔 마음에 딱 드는 도시를 마주치게 된다. 사람마다 어떤 도시가 마음에 드는지에 대한 기준은 틀리겠지만 나 같은 경우 착한 현지인들, 저렴한 물가, 깔끔한 숙소, 멋진 풍경와 함께 각종 액티비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음에 들더라. 이런 마을들을 만나면 짐 보따리를 풀고 오래오래 있고 싶어지는데 이렇게 장기여행자의 다리를 붙잡던 도시/마을을 정리해본다.
1. 바뇨스 (에콰도르)
아담하지만 식당/마트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은 다 있는 마을, 여행객으로 가득하지만 전혀 상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주민들, 저렴한 물가, 맛있는 길거리 음식. 그리고 래프팅/산악자전거/레펠링/카약 등 각종 액티비티를 다른 나라들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 거기다 낮의 피로를 녹여주는 노천 온천과 Chimenea라는 가격 대비 성능 최강의 숙소까지 있다.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랴. 하지만 액티비티를 싫어하고 온천만 즐기러 온 사람은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설의 노천온천에 크게 실망할 수 있음.
2. 제리코아코아라 (브라질)
브라질 북부에서 발견한 완전 소중한 제리코아코아라(Jericoacoara). 국립공원 내에 있는 마을이라 마을 전체가 모래사장 위에 있고 모든 것이 느리게 느리게 흘러가는 곳. 버기 투어/서핑/카이트서핑 등 해양 액티비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브라질 치고는 물가도 상당히 착한 편. 하지만 브라질 북부 저~~~ 멀리에 있어 찾아가기는 무진장 힘들다.
3. 괴레메 (터키)
‘배낭여행자의 천국 어쩌구 저쩌구’하는 말을 들었던 터키는 실제로 가보니 완전 실망이었다. 다른 아랍권 국가에 비해 별 차별성 없는 볼거리에 비해 물가는 완전 비싸 안습. 비싼 유럽만 여행하던 사람이 가면 상대적으로 싸고 다른 분위기가 좋겠지만 이집트/요르단/시리아 같은 곳에 비해 글쎄, 뭐가 좋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카파도키아(Cappadocia) 지방의 보석 괴레메(Goreme).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작고 아기자기한 풍경과 깔끔하고 저렴한 숙소, 굳이 투어를 하지 않아도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쉽고 다양한 트레킹 코스들은 금방 하루하루를 지나가게 한다. 다만 마을 전체가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곳이라 지나치게 Touristic 하다는 점과 비싼 식사 가격, 그리고 부엌을 쓸 수 있는 숙소가 거의 없다는 점은 단점.
4. 칼라파테 (아르헨티나)
하늘색 호수와 하얀 구름, 강한 바람이 있는 파타고니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주변에 빙하 트레킹, 승마 등 여러 가지 투어를 할 수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투어와 식당이 지나치게 비싼 것은 큰 약점. 비싼 투어비를 지출할 수 없는 가난한 여행자라면 그저 늘 밥 해먹고 숙소에 짱 박혀 있어야 하는 심심한 동네일 것이다.
★ 가장 아름다운 해변
여행 초반에 멕시코, 쿠바, 베네수엘라 같은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 말도 안 되게 멋진 해변들을 본 후 나는 세상에 그런 멋진 해변들은 널려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브라질 북부에서 만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다른 여행지의 해변은 도저히 카리브해와 비교할 수 가 없는 수준이었다.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리스 섬들의 해변도 카리브해와는 도저히 어깨를 겨룰 수 없을 정도. 앞으로는 사이판이나 몰디브 정도는 가야만 해변들이 내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윽..
1. 툴룸 (멕시코)
서양 애들이 ‘카리브해의 깊은 밤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카리브 해에 환장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곳. 너무나 부드럽고 새하얀 백사장과 깨끗한 에메랄드 빛 바닷물. 그리고 하얀 백사장에 늘어선 야자수들.. 우리가 상상하는 카리브해 그대로의 모습이다. 칸쿤에서 툴룸(Tulum) 유적 투어를 가는 사람들은 마야 유적지 안에 있는 조그만 해변 밖에 갈 수 없으므로 제대로 된 툴룸 해변을 보려면 반드시 더 깊숙한 곳에 있는 해변을 개인적으로 찾아가봐야 한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잘 보존되어 있으나 칸쿤이나 플라야 델 카르멘처럼 개발이 완료되는 순간 망가질 수 있으니 빨리 가봐야 하는 곳
2. 포르토 데 가리냐스 (브라질)
멕시코, 쿠바, 베네수엘라의 카리브 해를 지난 이후 해변은 카리브해와 비교할 때 다 눈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5개월을 보낸 후 브라질 북부에서 마주치게 된 포르토 데 가리냐스 (Porto de Galinhas). 해변 바로 앞에 산호초 지대가 있고 물이 빠지면 그 곳의 연못에서 수많은 물고기와 함께 수영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 중남미에서 가장 아름답지는 않지만 가장 유니크했던 해변이라 꼽고 싶다.
3. 바라데로 (쿠바)
난 쿠바의 모든 것을 싫어하지만 딱 하나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바로 바라데로(Baradero)의 해변. 칸쿤처럼 해변에서 길게 뻗어 나온 지형에 호텔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안에는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운 카리브 해 바다가 있다. 정말 멋있긴 하지만 내가 젤 싫어하는 쿠바라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곳.
★ 가장 맛있었던 음식
난 여행의 즐거움의 1/3은 볼거리, 1/3은 액티비티, 나머지 1/3은 새로운 먹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어느 나라를 가건 최대한 많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그 중 최고라 생각되는 음식들을 뽑아봤다. 단, 어떤 음식이 더 맛있냐는 평가는 그야말로 주관적이므로 이 평가가 보편타당 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참고로 난 고수, 민트, 커민 등 어떤 향신료도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는 스타일임.
1. 타코 (멕시코)
1위를 뽑는 데 고민은 없다. 다른 것 다 필요없다. 무조건 타코(Taco)다. 그 저렴함과 맛, 다양함으로 모든 요리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특히 따꼬는 재래시장 좌판에 앉아 눈 앞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바로 넣어 먹어야 제맛. 식당에서는 그 맛이 안난다. 멕시코 내에서도 과달라하라 지방의 따꼬가 종류도 많고 가장 맛있다고들 하더라. 가격은 보통 개당 3~5페소(300~500원). 물론 이것보다 맛있는 음식들은 많지만 가격 대비 성능비로 볼 때 그 어떤 음식도 따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
2. 추라스코 (브라질)
추라스코(Churrasco)라는 이름은 남미 고기요리에 흔히 붙는 이름. 하지만 브라질의 추라스꼬는 다르다. TV에서 보던 웨이터들이 갖가지 부위의 고기를 들고 다니며 테이블에서 썰어주는 바로 그 요리이다. 물론 양은 무제한. 계속 먹고 있으면 웨이터들이 '어쭈, 어디까지 먹을 수 있나 보자'라고 벼르는 듯 계속 다른 종류의 고기를 들고온다. 먹으러 가기 전에 반드시 허리띠 풀고 단단히 준비해서 가야 하는 요리. 고기 요리 중 맛은 최고급이지만 배낭여행자가 자주 먹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흠. 가격은 가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는 23레알 (약 14,000원) 정도에 먹었었다.
3. 따진 (모로코)
모로코는 내가 상당히 싫어하는 나라 중의 하나다. 별 특징 없는 볼거리와 지저분한 거리, 냄새 나고 지저분한 숙소들, 거기다 짜증의 극한을 시험하던 파리떼만큼 많고 소 힘줄처럼 질기던 삐끼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딱 하나 완전 마음에 들던 것이 있으니 바로 모로코의 음식들이다. 모로코의 음식들은 기름과 설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느끼할 것 같지만 커민 같은 강한 향신료를 듬뿍 사용해 실제로 먹어보면 그 맛은 입에 착착 감긴다. 그 중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찌개쯤 되는 위치의 따진(Tajine)은 일반적으로 고기와 감자 등 각종 야채를 우리나라 뚝배기 같은 그릇에다 넣고 향신료 등을 넣어 숯불에 오랜 시간 동안 끓여 만든다. 기름을 좋아하는 모로코 사람들이 음식 답게 기름이 워낙 많아 바닥에는 흥건히 기름이 고여서 거기에 빵(홉스)을 찍어 먹는다. 얼핏 보면 아주 느끼할 것 같지만 푹 익혀진 재료와 향신료의 맛이 어우러져 아주 미친 듯이 먹게 된다. 가격은 보통 20~30 디르함으로 조금 부담스럽지만 맛은 확실하다. (약 3,400~5,000원)
4. 칠레의 해물과 과일
요리는 아니지만 그 어떤 요리보다 맛있던 것이 바로 칠레의 저렴하고 풍부한 해물과 과일. 너무나 신선하고 맛있는데다가 전복 1kg에 5천원, 연어 3천원, 조개류 600원, 체리 600원 정도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싸다. 워낙 재료가 싸고 싱싱하기 때문에 해물을 사다가 끓이기만 해도 요리 끝. 칠레에 있는 내내 해물과 과일 맛에 푹 빠져 입이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거기다 식사를 하면서 저렴하고 훌륭한 품질의 칠레의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
5. 태국의 길거리 음식들
중남미, 지중해를 11개월간 여행하다 태국에 온 그 순간부터 내 입은 너무 바빴다. 거리에는 온통 내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데다가 30바트(1,200원) 정도면 거의 모든 음식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입은 쉴 틈이 없었고 그 덕분에 한 달 만에 5kg이 찌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다양한 종류와 맛은 브라질 길거리 음식과 더불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나의 뱃살을 왕창 늘어나게 한 죄(?)가 괘씸해 5위다 ㅡ.ㅡ;;
★ 가장 여행하기 좋았던 나라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바로 어떤 나라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장기 배낭여행자에게 여행하기 좋은 나라의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 친절하고 착한 현지인들. 왜냐하면 여행할 때 사람을 상대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기다 멋진 볼거리(도시, 유적, 해변, 산 등)와 저렴한 물가, 깨끗한 숙소, 이동의 편리함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1. 멕시코
가장 여행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바로 멕시코.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친절하면서 유쾌하고 낙천적인 멕시코 사람들은 여행하는 내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또 도시들마다 분위기가 전혀 달라 한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가면 항상 도시 구경을 하고 싶은 욕망을 샘솟게 해주었고 유적, 해변, 박물관, 미술관들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거기다 물가도 비싸지 않고 깔끔한 호스텔과 저렴한 마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덤으로 방학 기간에는 국제학생증으로 버스비를 50% 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이상 배낭 여행자에게 무엇이 필요하랴. 멕시코는 최고다.
2. 에콰도르
에콰도르는 화려하지 않다. 페루 와라스 같은 멋진 산들도 없고 볼리비아 우유니 같은 환상적인 사막도 없다. 또 콜롬비아처럼 매일 술과 음악과 춤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없다. 하지만 에콰도르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착한 에콰도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에콰도를 회상할 때마다 내 머리 속에는 항상 다른 나라와 달리 원주민 혈통이 강한 그들의 수줍은 미소와 선한 눈매가 떠오른다. 그리고 에콰도르의 산과 계곡, 강과 호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치 시골 고향에 온 듯 푸근하고 아늑하다. 거기다 남미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물가 덕분에 다양한 액티비티와 음식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깔끔하면서 저렴하고 있을 것 다 있는 숙소들이 많아 페루나 볼리비아처럼 맘에 드는 숙소를 찾기 위해 고생할 필요도 적다. 마치 고향처럼 푸근한 곳, 바로 에콰도르다.(물론 수도인 키토(Quito)는 다른 남미 대도시처럼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3. 칠레
칠레 사람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미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꼼꼼하고 확실하게 일을 하면서도 밝고 유머스럽고 인정도 많다. 그리고 바로 이웃 나라인 아르헨티나에 비해 물가도 저렴하고 해산물과 과일, 돼지고기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아르헨티나는 매일 소!고!기!를 먹어야 해서 나중에는 신물이 날 정도였다) 또 긴 국토를 따라 아타카마(Atacama) 사막, 발디비아(Valdivia), 이스터 섬, 남미 최고의 트레킹 코스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등 다양한 종류의 볼거리도 풍부하다. 거기다 버스비와 항공료도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만 나라가 워낙 길어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리고 페루, 볼리비아 같은 이웃 못사는 나라들보다는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레는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하나였다.
4. 시리아
모로코/이집트/요르단 같은 아랍권 국가들은 저렴하긴 하지만 여행하기는 정말 짜증난다. 길거리로 나가기 싫어질 정도로 나를 괴롭히던 질긴 모로코 삐끼들, 전 국민이 바가지를 씌우고 사기를 치기 위해 달려들기 때문에 하루하루 피를 말리던 이집트, 외국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두 배 가격을 요구하는 전 국민 요금 담합의 요르단. 거기다 더운 날씨까지 겹치니 아랍권을 여행하는 내내 짜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시리아로 넘어오자 와,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정가 그대로 받는 식당과 구멍 가게(이 얼마나 놀랍냐!!), 뭘 하나 물어보면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벌떼(?)처럼 달려들어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친절한 사람들, 저렴한 교통비와 숙박비는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을 여행하면서 짜증지수가 하늘을 찌르던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거기다 나라가 조그만 해 이동에 대한 부담도 적고 보스라, 크락 데 슈발리에, 마눌라 등 예상 밖으로 인상적인 볼거리도 풍부하니 이 얼마나 좋은가. 물론 택시 기사들은 역시나 사기꾼들이고 몇 년 전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올라 이집트나 요르단에 비해 싸지 않긴 하지만 사기꾼이 바글바글한 아랍인들 상대하기에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시리아는 정말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라 하겠다. 아, 단 다른 아랍권 국가들처럼 외국인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길거리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기 때문에 여성 여행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남들은 결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는 30대 중반에 1년 간의 긴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것이요? 너무 많아서 뭘 먼저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 세상은 너무 넓고 아름답다는 것,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 속의 욕심을 버리는 찾아온다는 것,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은 배낭 하나에 들어갈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 제가 투자한 시간과 돈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배운 지난 1년 간의 여행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찬 1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좁은 한국 땅에 있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떠나는 여행으로 우리는 넓은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p.s. 사진과 함께 올리려고 했는데 또 업로드가 안되네요. 다음 게시판은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업로드를 해도 사진이 안 보이네요. 사진이 있는 version은 제 블로그에 있는데 링크 겁니다. http://blog.naver.com/jy9218/110057300663 유치하게 블로그 광고하려는 것 아닙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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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럽습니다..아직 중남미땅을 밟아보지도 못했기에^^ 아이들이 내년까진 차례로 고3이라 지금 자제모드중이거든요..준비를 잘해서 2011년엔 꼭 떠나보리라 다짐합니다~
와 정말 최고입니다.
블로그에서 사진설명과 함께 보니까 더좋네요~~^^ 잘봤습니다~ 사진들을 보니...더 불끈해지네요..흑...가고싶다.
아메리카 대륙종단 게시판에서 하늘 호수님 글 보고, 얼마전부터 툴룸에 꼭 가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원래는 칸쿤만 살짝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제 올해 여행지 1순위가 툴룸이 되었네요.
잘 보았습니다~
오우~ 파타고니아가 일등인가^^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지네~~ 새로운 일 시작 전에 한번 더 와버려~용.. 칼라파테는 내가 책임질테니깐요~~
글을 읽으니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맘이 굴뚝같네요. 그리고 태국에서 한달만에 5kg ㅋㅋ 완전 저랑 똑같네요.그래서 태국다시 가기가 두렵다는...정말 최고예요!!
저도 내년에 잘 갔다가 잘 돌아와서 이런 글 꼭 남기고싶네요. 여행 수고하셨습니다. ^^
ㅠㅠㅠㅠㅠ. 위 가운데 겨우 한군데 가보았네요..
사진도 같이 올려주시지...... ^^;;
추천제도 없는게 한스럽습니다. 좋은 정보와 글에 감사드립니다. 9월이후에는 저도 저 모든 곳들을 가볼 수 있겠네요^^
저 이번에 신행지를 멕시코 칸쿤으로 정했는데, 멕시코가 좋다는 말을 들이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
퍼갑니다. 그냥 읽기가 뭐해서 ... 숙독중
사람의 느낌은 다 비슷한가보네요... 여행지가 많이 겹치는데,,제가 좋다고 생각한 곳은 거의 다 들어가 있네요.. 다시 여행지 생각할 기회에 감사감사^^^
ㅋ 와 멋지시네요... 터키의 동부도 가보셨나요? 그곳에선 터키서부와는 다른 사람들...살아가는 모습들..멋진 호수와풍경들..특히 밤하늘이 정말 멋져요. 프랑스 개선문에서 올려다본 야경이 너무 멋져서 다음번에 이보다 더 멋진 야경을 볼수있을까..심각한 고민까지 했었는데...개선문에서보는 야경보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때그때의 아름다움이 다 틀리더라구요. 아마 그때의 여행의 정도에 따라서 아무리 작은 바다라도 어느 웅장한 바다보다 더 멋지게 보일때도 있을거예요.. 암튼 너무 부러워요. ..저도 곧 남미를 갈예정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럽습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블로그 가서 사진과 함께 보니 훨씬 좋네요^^
좋은 글좋아요 역시 대세는 남미인가 ^^
멋진 여행 하셨네요 .. 나도 다녀와서 이렇게 정리를 해야겠네요 사진이 없는게 아쉽당.. 퍼갈께요 여행준비 참고용으로요
마냥 부럽네요. 정말 사표가 막 내고 싶어 집니다..
이제것,읽어봤던 여행후기중에..가장~ 와닿는 글이었습니다..간결하면서도 깔끔한게..암튼,인생의 한 목표를 이루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잘다녀오셨습니다. 부러움반 궁금증반...막 그러네요.
부럽습니다. ^^
정말 부럽네요 늘 꿈만꾸던 중남미,꼭 가야겠다는생각이...헌데 이나이에? 망설여지네요.모셔갑니다 교과서?로 보관할려구요 감사 ...^^
누군가 했더니 즐겨찾기 해서 계속 보던 하늘호수 님 이시군요..
이곳에서 너무소중한 정보를 많이얻고 가게된 남미여행, 다녀와서 하늘호수님처럼 꼭 되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벌써 3년이나지났네요- 반성중;; 긴 글 쓰시느라고 고생 많으셨겠어요- 보고있으니, 내가 저곳에 있었나싶은게 당장이라도 또 떠나고싶은마음이 불끈 :-)
하늘호수님의 글에 용기를 얻습니다. 저도 나이 36에..세계여행을 갈수 있을지 꿈꾸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냥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하게 되어지는데..님의 글을 읽고 또 한번 다잡게 되네요. 부럽고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은 가기전이 아니라 갔다와서가 시작이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계시길 바라며 또 좋은 여행 후기 기대합니다. 혹시 떠나게 되면 도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와우~~~~ 짝짝짝!!!!!!!!
글쓰느라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