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과 아버지(부제:아버지 제삿날에 부쳐)
오늘은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딱 20년 되는 날이다.
나의 옛 고향집 사랑체 앞 정원 한가운데는 수국이 심어 있었다.
아버지는 일년 12달 중 한 가운데 달 두달인 6월과 7월에 피는 꽃이라서 수국을 정원 한가운데 심었다 하셨다.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신 촌로가 그런 깊은 뜻을 가지고 정원의 각종 나무나 꽃들을 심었다는 사실에 경외를 느낀다.
우리가 수국을 알아도 6월은 오고
수국을 몰라도 6월은 간다
수국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혼자라도 저녁에 옛 고향집을 생각한다면
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한눈팔지 않고 6월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거나 보라빛이지
자줏빛이나 보라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부처님 머리처럼 꼬아진 꽃잎들이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도 그런 거야
6월은, 수국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지 않지만
수국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지″
아버지 제삿날에 문득 어디선가 본 듯한 글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흐드러지게 핀 불두화(수국)를 봐도 예전과 달리 감흥이 없었던 까닭을 비로소 알게 됐다.
6월은 수국과 함께 온다. 자연이 선사하는 화려한 아름다움과 무더위를 밀어 올리는 특별한 수국의 계절이 돌아온다는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7월까지 선사한다.
수국을 보면 비로소 여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 출근길에 어느 허름한 돌담에서, 혹은 생각지도 못한 어떤 곳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형형색색의 꽃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어찌나 반가운지. "올해도 어김없이 와주었구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요즘 사람들은 주위 풍경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다. 그 안에는 재미도, 정보도, 세상 모든 게 다 있지만, 수국은 없다.
한 번쯤은 허리를 낮추고, 오매불망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수국과 눈을 마주쳐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 대상이 꼭 수국일 필요는 없다. 수국만이 아니다.
어디선가 정원에는 능소화나 접시꽃들이 앞다퉈 선보일 것이다.
걷다 보면 운이 좋게 여름 내내 산이나 들에서 많은 꽃들을 볼수 있다.
옛 시골집 사랑체 앞에 심어진 사시사철 꽃들을..........
오늘따라 부모님이 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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