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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문화 연구 - 중간 보고서>
Sense of Details
- H2에서의 삼각관계 분석 -
I. 삼각관계1 (HIKARI - HIRO - HARUKA)
H2는 아다치 미쯔루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아다치는 이 만화가 ‘열혈 야구만화’라고 중간 중간에 강조하고 있지만, 야구보다 더 독자들을 만화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히로, 히까리, 하루까의 미묘한 삼각관계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H2』를 야구 만화가 아닌 연애 만화적 측면을 중심으로, 히로와 히까리 하루까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상세감각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히로는 어려서부터 친구이자, 첫사랑이며,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인 히까리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리고 히까리도 히로에게 미묘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히데오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표출하지 못한다. 히까리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는 히로는 고등학교 등교 첫 날, 하루까라는 덜렁이 기질이 넘치는 귀여운 여자아이와 마주치게 되고 야구를 통해서 그녀와의 인연은 끊어질 수 없게 된다.
이제부터 본인의 상세감각을 최대한 동원하여 “H2”의 삼각관계를 정리해 보겠다.
1. HIKARI(친구에게서 남자를 느끼다.)
◎ 뭘. 보통이지
히까리가 히로를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히까 리 네 서점(1권 1화. 내 청춘이야)에서의 히로의 말에 대한 히까리의 반응이다.
히 로 : 히데오랑 만나기로 했냐?
히까리 : 응 영화 볼꺼야
히 로 : 그 옷차림으로?
히까리 : 어때서?
히 로 :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냐?
히까리 : (자신의 각선미를 자랑하며)뭘, 보통이지.
이 대화를 보면 히까리가 히로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결국 히까리는 히데오와 데이트에 긴바지를 입고 나간다(16페이지). 이는 히까리가 히로를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남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화살은 자신의 마음. 표적은 상대의 마음. 먼저...
히로에 대한 히까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궁도이다. 히까리가 화살을 쏘는 장면은 히까리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히로 때문에 히까리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말이다.
히까리는 히데오와의 첫만남 그리고 히로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활을 쏘는데, 화살은 표적에 맞지 않고 벽에 맞아버린다. 여기서 궁도부 선생님의 말씀은 히까리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선생님 : 표적에 맞추겠다는 욕심, 안맞으면 어쩔까하는 불안, 두려움, 갈등 따위가 집중을 방해합니다.
여기서 ‘안맞으면 어쩔까하는 불안이 말은 히데오에 대한 히까리의 마음일 것이다. 히까리는 히로와 히데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인데 히데오 보다 더 익숙한, 그래서 친구로만 생각해 왔던 히로가 점점 이성으로 느껴지는 지금 자신이 히로를 더 사랑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 사랑도 같아요, 화살은 자신의 마음, 표적은 상대의 마음, 먼저 화살, 마음은 바르고 정직할 것, 그리고 표적, 겉모습만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똑바로 바라볼 것. 서둘러선 안됩니다. 화살이 저절로 떠날 때를 기다리세요.
이 부분은 정말 히까리와 히로의 관계에서 중요한 말이다. 히로를 생각하면서 쏜 화살이 빗나간 것은 히까리의 마음이 히로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히까리에게 있어서, 히로는 어릴적(동생같던) 모습이 자꾸만 겹쳐지기 때문에, 그가 정말 남자인지 아니면 친한 친구인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궁도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 만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생님 : 모두들 알겠지요. 쏜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거에요. 한번 떠난 화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 한 궁도부원이 쏜 화살이 선생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떠난 화살은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히로와 히까리의 경우에 히까리의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다. 빗나가 버린 화살. 이 빗나가 버린 화살이 다시 히까리에게 돌아올 것인가. 그리고 히까리는 그 경우에 그 화살을 다시 히로에게 보낼 것인가가 H2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 오래 사귀기론 야구보다 내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
히까리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장면은 야구부와 축구부의 연습게임이 끝난 후 히까리네 서점에서의 대화이다.
히까리 : 참나, 뭣 땜에 야구부도 없는 학교엘 간건지...(중략)...그 예쁜 매니저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게 아니구?...(중략)... 그래서 그렇게 야구가 좋으면, 팔이 부러질 때까지 하라고 했잖아.
히 로 : 시끄러워. 하루이틀 한것도 아닌데 잊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잖아.
히까리 : 오래 사귀기론 야구보다 내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
이 부분은 대부분 무심코 넘어가는 부분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히까리가 마지막에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냥 히로가 야구를 오래 했다는 말에 저런 식으로 반응을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잊혀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앞의 히까리의 대사를 보면 왜 저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간다. “그 예쁜 매니저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게 아니구?”이 말에 초점을 맞추고 대사를 생각해 본다면, 히까리의 말은 “왜 야구는 잊지 못하면서, 나에 대한 마음은 벌써 접고 하루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데?” 이런 말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의 살펴본 히까리의 마음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히까리의 마음은 히데오의 갑자원 전국지구대회 예선 첫 경기때의 (히로와 히로와 하루까가 같이 있는 장면을 본) 히까리의 얼굴에서도 나타난다. 그 장면(2권 161페이지)에서 둘을 보기 전과 후의 히까리의 모습은 얼핏보면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에는 얼굴에 약간 미소를 담고 있다가, 히로와 하루까의 다정한 모습을 본 후에는 입 꼬리가 약간 내려와서 아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배경의 톤도 어두워져 있다.)
2. HIRO(첫 사랑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애처로운 몸부림)
◎ 역시...... 너무 늦었어.
히로는 히까리를 좋아한다. 어릴적 친구가 아닌 첫사랑으로.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가장 친한 친구인 히데오가 있기에 히로는 히까리에게 고백할 수 없다. 그런 히로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부분은 3권 93페이지이다.
히데오와 히까리가 풀장에서 데이트를 하다 히로와 노다를 부른다. 여기서 히로의 한 마디 “역시...... 너무 늦었어.는 단순히 자신의 성장이 늦은 것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늦은 성장 때문에 늦게 찾아와 버린 자신의 사춘기와 그 때문에 히까리에게 대쉬할 기회를 놓쳐버린 히로의 가슴아픈 한마디가 아닐까?
3. HARUKA(새로운 인연)
◎ 이런 못난놈.
이런 히로에게 다가온 여자가 있으니 덜렁대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운 하루까이다. 하루까의 이미지는 히까리와 정 반대이다. 히까리가 침착하고, 성숙해 보인다면, 하루까는 덜렁대고, 아직은 어려보이는 귀여운 소녀(하루까의 이런 이미지는 히로의 늦은 성장에 맞춘 아다치의 설정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인 것이다. 히로는 그런 하루까에게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연습경기에서 키네가 참가조건으로 하루까와 하루의 데이트를 요구했을 때(3권 85~86페이지), 히로의 반응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메이와고 연습장면을 정찰하러 갔을 때, 히로가 하루까의 말 - “정말이야 마운드 위에서 공 던질때의 히로의 모습은 너무 멋있는 걸” - 과 키네와 하루까의 데이트를 생각하다가 실수를 하는 장면(144페이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루까와 키네의 키스 장면을 생각하던 히로가 “이런 못난놈”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은, 앞으로 히로가 하루까의 기사가 되어 키네같은 사람들에게서 하루까를 지켜 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4. HIRO 첫사랑을 정리하기 시작하다.
◎ 2년전 히데오와 너의 첫 키스에... 건배.
히로와 히까리의 사이가 연인이 될 수 없음을 처음으로 암시해 주는 장면은 센까와 대 이시가미 상고의 경기를 보기 위해 히까리가 준비를 하는 장면이다.
히까리 : 오늘은 히로가 경기하고 있단 말이에요.
어머니 : 히로도 역시 안해도 돼!
히까리 : 그런데 오늘의 상대라는 게...(바지 단추가 떨어진다.) 불길해...
어머니 : 네가 살찐 것 뿐이야.
히까리 : 그런 말은 실례에요.
처음 이 장면을 볼 때에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 완벽한 히까리도 ‘다이어트가 필요하겠군.’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책을 다시 읽다보니 단추가 떨어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히까리 바지의 단추가 떨어지는 것은, 히로와 히까리의 사이에 변화(히까리의 입장에서 좋지 않은 방향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시가미 상고와의 시합 후 하루까와의 첫 키스, 그리고 그 장면을 보게 된 히까리(원래는 볼에 하려던 키스였지만, 히까리로 인해 히로와 하루까는 입을 맞추게 된다. - 단추는 이 장면을 암시했던 것이다. 원하지 않던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버린 히까리를). 히로는 그날 밤 히까리에게서 첫 키스에 대한 축하를 받고 자신이 2년 전에 해 주지 못했던, 히데오와 히까리의 첫 키스에 대한 축하를 하게 된다. 2년간 간직해왔던 미련을 접기 시작한 것이다.
히 로 : 그때의 난... 네 첫 키스에 건배는 하지 못했었지. 왠지 모르지만 갑자기 무척 쓸쓸해져서 말야. (중략) 그럼 이 자리를 빌어서 정식으로 2년전 히데오와 너의 첫 키스에... 건배.
히까리 : (말없이 히로를 바라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둘의 건배 장면에서 씁쓸한 듯한 히까리의 표정이다. 여전히 히까리는 히로와 히데오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 끊어진 열쇠고리
13권에서 히까리가 사 준 열쇠고리가 끊어지자, 히로는 열쇠고리를 다시 가방에 연결하려다가 책상 서랍에 집어넣게 된다(25-26페이지). 이는 히로가 히까리에 대한 마음을 접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5. 히로의 마음이 기울다. 하지만 히까리는 여전히 고민중.(18권)
◎ 정말 힘들었었어.
히로가 하루까에게 끌리고 있음은 센까와의 갑자원 진출이 결정 된 후 둘이 같이 있던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까의 “정말 힘들었었어.”라는 말이다. 얼핏보면, 하루까의 말은 “교장선생의 반대로 인해 야구부를 만들기까지 정말 힘들었었어.”라는 뜻만을 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히로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정말로 힘들었었어. 히까리에게 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 많이 했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하루까의 걱정은 하루까와 히로가 서로 손을 잡음으로써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특별한 갈등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히로와 하루까의 사이는 점점 확고해져 갈 것이다.
◎ 어디로 가나요 두사람은 가야할 길을 멀리한 채 사랑의 밤은 흘러가고 아 위험한 토요일 밤~
그렇지만, 히까리는 여전히 갈등중이다. 히로가 히까리의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지자, 히까리는 히로를 침대에 올려 주려다가 포옹을 하게 된다. 물론, 히로는 잠에 취해 알지 못하지만, 히까리는 그 상태에서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때 히까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은 배경으로 깔리는 히까리 어머니의 노래이다.
“어디로 가나요 두사람은 가야할 길을 멀리한 채 사랑의 밤은 흘러가고 아 위험한 토요일 밤” 이 노래는 히까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준 것이다. 히까리는 히데오라는 멋진 남자친구를 두고 히로에게 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히로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도 없는 것이다.
6. HARUKA(나를 바라봐 주세요.)
◎ 왜...
하루까는 처음부터 히로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의 순애보는 히로가 히까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안타깝다. 겉보기에는 하루까와 히로가 커플처럼 보이지만, 그녀와 히로는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몇 번 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하루까는 항상 히로가 히까리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까의 밝은 모습 뒤에 숨겨진 히로와의 사랑에 대한 걱정은 22권에서 잘 나타난다. 센까와가 이바상고와의 갑자원 2차전에서 패배한 후 히로가 히까리의 품에 안겨 우는 모습을 하루까가 본 것이다. 다음날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 하루까와 히로는 도둑잡기 게임을 하는데, 그 때 하루까의 대화 한 마디 한마디는 하루까의 히로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히 로 : 넌 안졸리냐?
하루까 : 글쎄... 졸릴텐데 말이야. 실은 어젯밤에 거의 한숨도 못잤거든 ...(중략)....
사람도 이렇게 간단히 짝을 알 수 있으면 편할텐데
(중략)
히 로 : 졸리면 자
하루까 : 아무데도 안 갈 거지?
히 로 : 안가
하루까 : 그럼 잘래..... (잠꼬대) 왜... (눈물 한방울 흘린다.)
히로와 하루까의 포옹장면을 본 하루까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히로의 옆에서 그가 자신의 남자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아무데도 안갈거지.” 그리고, 하루까의 눈물과 “왜...”라는 잠꼬대 중의 한마디. 이는 그 전날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아무대도 안 갈 거라고 한 사람이 왜 어젠 히까리에게 간거지? 왜 나도 있는데 히까리의 품에 안겨 있었던 거지?”라는 하루까의 안타까운 사랑의 메시지가 “왜”라는 한 단어, 그리고 눈물 한 방울에 숨어있는 것이다.
7. 하루까에게 고백하다.
◎ 컴백! 보트 스테이션!
히로가 하루까에게 마음을 정하게 되는 계기는 하루까가 미요시와 친해진 것을 발견한 후(26권)이다. 미요시가 하루까와 같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히로는 불안감을 느낀다. 미요시에게 웃어주는 하루까를 보며, 처음으로 하루까가 다른 남자에게 갈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때문에 하루까와 공원에서 보트를 타면서, 미요시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고, 미요시가 하루까와 전화할 때에는 영어로 통화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오우~ 타임 오버, 컴백! 보트 스테이션!”이란 말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히로의 영어 사용은 자신이 하루까와 가장 가까운 남자라는 것과, 누구도 자신보다 하루까와 가까워질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틀렸어? 발음.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 미요시가 하루까에게 고백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완력을 쓰려고 하는 장면에서 하루까는 히로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게 된다. 하루까가 히로에게 안겼을 때, 히로와 하루까의 대화
히 로 : I LOVE YOU. 틀렸어? 발음.
하루까 : 아니 충분히 통했어.
드디어 두 사람은 연인이 된 것이다.
8. HIRO - HARUKA(추억 만들기)
◎ 눈집을 만들자.
26권 마지막 부분에서 히로는 집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문득 하루까에게 전화를 걸어 눈집을 만들자고 한다. 여기에서 하루까와 히로가 같이 눈집을 만든다는 의미는 히로가 드디어 하루까를 히까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루까가 도착했을 때 보여지는 히로의 등. 그리고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히로의 한마디 “눈집을 만들자.”는 히로가 하루까에게 하는 고백 제 2탄이다. 그것도 전편의 “I LOVE YOU. 틀렸어? 발음.”보다도 훨씬 더 진실된 고백이다. 그리고 눈집은 히로와 히까리가 연인으로써 만들어가는 둘만의 추억이다.
9. HIKARI(히로가 왕자님...이라...)
◎ 괜찮아 괜찮아.
27권에서도 히까리가 궁도부에서 활을 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히까리는 미키의 말을 듣고 난 후, 히로를 생각하면서 활을 쏘게 되는데 1편에서와는 달리 화살은 과녁의 9점 부분에 맞는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히까리가 히로에게 마음을 보낸다는 뜻일까? 아니다. 장면을 한번 살펴보자.
미 키 : 아- 겨우 히데오를 대신할 왕자님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히까리 : 왕자님...이라....(히로의 어린시절 회상)
이 장면 이후에 히까리는 화살을 쏘는데, 1권과 다른 부분이 있다. 1권에서 히까리는 회상과 동시에 화살을 날린다. 마음의 잡념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상중인 히로의 모습이 흐릿해지고 있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7권에서의 히까리는 그렇지 않다. “왕자님...이라...”라고 말한 후, 히로를 생각하며 활을 쏘지 않고, 잠시(한컷) 동안 마음을 정리한 후 화살을 쏘는 것이다. 회상과 활을 쏘는 사이의 이 한컷이 히까리가 히로쪽으로 흔들리던 마음을 정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히까리가 (거의 10점에 가까운)9점에 활을 명중시킨 후, 과녁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히까리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렇다면, 히까리의 눈 아랫부분에 눈물이 어린 것 처럼 보일 것이다. 이는 히까리가 히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다는 결정적인 단서가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다음 부분에서 히까리의 조금은 난데없는 “괜찮아. 괜찮아.”라는 대사도 난데없이 등장한 대사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은 히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 후 히까리가 자신을 위로하는 말인 것이다. 또한 자신을 위로하는 이 말이 한번도 아니고 4번이나 반복된 것은, 그 동안 히까리가 히로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히로에 대한 히까리의 마음이 정리가 되었고, 히로와 하루까가 연결될 것임은 바로 다음장면에서도 나타난다. “괜찮아”라는 말을 마친후 히까리가 바라본 하늘. 그곳에는 한쌍의 새가 어울리며 하늘을 날고 있다. 이 한쌍의 새가 바로 히로와 하루까인 것이다.
II. 삼각관계 II (HIRO - HIKARI - HIDEO)
앞에서 말했듯이 H2는 야구 외에도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는 만화이다. 27권까지에서 히로, 히까리 그리고 하루까 사이의 관계는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있으니, 히까리를 사이에 둔 히로와 히데오의 싸움이다. 물론 히로와 히까리는 서로 마음을 굳힌 상태이다. 하지만, 히로는 히까리를 사이에 두고 히데오와 겨뤄보지 못했다. 에이쿄오 고등학교의 전 감독인 시로야마 감독과 메이와의 감독이 말했듯이, 히로는 경기를 즐기는 사나이이다. 그런 그에게 부전패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것이 야구이건, 사랑이건 간에.
10. 첫 번째 암시
◎ 그러니까 이상한 꿈을 꾸는 거겠지.
센까와의 춘계 갑자원 결승 진출이 확정된 날 밤, 히까리와 히로간의 일은 『H2』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8권 ‘와 있었구나.’와 ‘그대로 돌아갔지.’ 편에서 히로는 403호에서 책을 읽는 히까리를 찾아갔다가 갑자기 포옹을 하게된다. 그리고 다음장에서 히로는 자기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때 걸려오는 히까리의 전화.
히까리 : 왜 얼굴도 안보고 간거야!? 한마디 인사정돈 해도 되는 거 아냐?
히 로 : 그렇지?
히까리 : 피곤해?
히 로 : 그러니까 이상한 꿈을 꾸는 거겠지.
정말 히로가 히까리와 포옹한 것은 꿈이었을까? 이 장면에 대한 힌트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이 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히까리의 태도가 너무 어색하다. 사려깊은 히까리가, 결승전을 앞두고 잠을 자고 있을 히로에게 새벽 2시에 전화를 할 수 있었을까?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히까리는 그 시간에 히로에게 전화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화 “아무것도 아냐”에서 히까리가 삼촌과 대화가 그 사실이 꿈이 아니었음에 대한 결정적인 실마리를 던져준다.
삼 촌 : 승패는 단지 결과일뿐, 히로군에게 있어서는 싸우고 있는 순간만이 전부일지도 몰라.
히까리 : 글쎄요(싸우지 못했으니까.... 히데오와는.... 첫사랑을 두고-.)
(중략)
히까리 : 역시... 오는게 아니었어.
삼 촌 : 어째서. 오는게 아니었다는 거지? 도쿄에 걱정거리라도 있나?
히까리 : 별로. 단지. 히로의 시합을 보고 있으면 이겨도, 져도 울고 싶어지니까.
삼 촌 : 멋진일 아냐?
히까리 : 미안해요.
삼 촌 : 누구한테?
(히까리는 말 없고, 대신 히로의 얼굴 클로즈 업)
이 대화가 H2의 마지막을 암시해주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히로는 히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도 했다. 하지만, 시로야마 감독이나 메이와의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히로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사나이’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포기 혹은 상대방의 포기에 의한 부전승이란 용납되지 않는다. 때문에, 무의식 중에 히까리에게 포옹을 했던 것이고, 그 후 피로로 인해 쓰러져서 센까와의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히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히까리는, 그런 히로의 행동을 이해해주며, 포옹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했던 것이다. 또한 그 사건 이후 히로가 자신을 두고 히데오와 싸우게 될 것임을 짐작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히로가 마음을 정하고 시작하는 경기인 것처럼 히까리도 히데오를 선택하게 될 것임은 앞에서 이미 결론지어져 있다. 이는 위의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히까리의 마지막 말 “미안해요.”는 히로에게 한 말이다. 히로가 히데오와 자신을 두고 싸우게 된다면(그것은 야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히까리는 히데오를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히로에게 미안한 것이다.
11. 두 번째 암시
◎ 패배를 인정하고 속 시원해지려는 거 아냐?
아줌마 : 올해엔 대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갑자원에서 히데오랑. 정말로 이기고 싶어하는거야 히데오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속 시원해지려는 거 아냐? 그럴리는 없나?
히로와 히까리를 어려서부터 지켜본 히까리 어머님의 말씀이다. 히로를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히로의 맘을 잘 알고 계시던 히까리 어머님. 그 어머님의 말씀은 H2의 결론에 대한 두 번째 암시이다.(29권 2화 - 폐 끼치고 있습니다.)
12. 세 번째 암시.
◎ 안녕
히까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일이다. 북도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히로가 합숙에 들어가던 날, 히까리의 제안으로 둘은 함께 영화를 본다(29권 7화 -오늘 시간있어?). 영화를 본 후, 히까리는 히로의 볼에 뽀뽀한 후 "히로와 소꼽친구라서 다행이야" "안녕"이라고 말하고 집으로 향한다(히까리의 눈물에 주목). 여기에서 "안녕"이라는 말이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에서의 “안녕”은 단순히 헤어지면서 한 말이 아니라, 둘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확정짓는 말이다. 히까리로서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될 수도 있고, 히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일 수도 있다. 히로도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날 저녁에 계속 '안녕'이라는 말을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다.
13. 네번째 암시.
◎ 그건 절대 내가 아닐꺼야. ... 날 너무나 좋아하니까.
히데오 : 특히 히로에게만은 절대로 질 수 없어.(중략) 녀석한테 지더라도 난 나 자신을 그냥 용서할거 같은 기분이들어. 그리고 점점 녀석의 팬이 되서, 승부는 점점 불리하게. 절대로 질 수는 없어. 내 야구 인생에 큰 벽을 만들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중략) 히까리. 히로를 좋아해?
히까리 : 너무너무 좋아해. (고개를 숙이며)...바보.
(중략)
히 로 : 걱정하지마 히까리는 너와 헤어지지 않아.(중략)히까리가 다른 남자와 사귀게 된다 해도...그건 절대 내가 아닐꺼야.
히데오 : 어째서?
히 로 : 날 너무나 좋아하니까.
이 부분은 페이지가 상당히 떨어져 있기에(30권 1화 나는 강해지고 싶어 ~ 2화 진정한 여름) 따로 따로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붙여놓고 보면 히로나 히까리 모두 서로가 이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준다.
14. 히로와 히까리 마음을 가다듬다. 히데오 임전태세 완료.
◎ 분발하겠습니다.
30권 9화(말했지)에서 히까리가 신문 1면의 히로 사진을 보고 “분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10화에서 히로가 “분발할수 있는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접기 위해 분발한다는 뜻이다. 이는 히까리의 경우는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히로의 경우에는 하루까와의 대화에서 그 의미가 드러난다.
하루까 : 히로를 히까리와 멀리있게 하고 싶었어. 분한걸. 히까리와 같이 있으면 모두 져버리니까. 하지만, 힘들게 떨어뜨려 놨는데 결국 또 히까리의 도움을 받았어.
히 로 : (전략)뒤돌아보면 전부 네 덕분이야. (중략) 샴푸도 그래. 두세집 들르고 포기했으면 히까리가 나올 자리도 없었지. 감사하고 있어. 네가 있어줬기에 센까와에 입학한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어. 코가 하루까가 있어 줘서 (히까리가 눈물 흘리며 안녕이라고 말하던 장면 회상) 분발할 수 있는거야.
히까리의 경우도 같은 의미라는 것은 부연 설명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히데오는 그 사실을 알 지 못한다. 때문에 히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더욱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10화(싸워주겠어)에서 히데오가 나카이와 4번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고 하면서 히까리에게 하는 말의 이면에 숨어있다.
히까리 : 물집이 굉장하네.
히데오 : 이쪽도 필사적이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말야.
이 말은 4번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서는 히로에게 히까리를 빼앗기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이다. 히데오는 히로와의 경기에서, 승자에게 히까리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데오의 생각과는 달리, 경기 결과는 히까리의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는 노다의 말에서 드러난다.
노 다 : 히로의 공은 칠 수 없어. 너라도.
히데오 : 네가 하는 말이니 틀림 없겠군.
노 다 : 히데오... 즐겨보자. 그냥 공놀이잖아.
노다의 “즐겨보자. 그냥 공놀이잖아.”라는 말은 둘의 경기 결과가 히로, 히까리 그리고 히데오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히로와 히까리의 마음은 정해져 있기에.
15. HIDEO 선전포고.
◎ 그리고 선택해. 나인지 히로인지.
31권에서는 드디어 히데오가 히로와 히까리를 걸고 싸울 것임을 선언한다.
히데오 : 불안하거든. 배트를 놓고 있으면. 마지막까지 지켜봐 줘. 그리고 선택해. 나인지 히로인지.
역시 히데오는 히까리가 승자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어이없어하는 히까리. (히까리의 멍한 표정. 정말 충격을 받았다. 히데오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줄이야.) 정신을 차린 히까리가 이미 선택은 끝났다고 말해도 히데오는 여전히 굽힐 줄 모른다.
히까리 : 선택했어. 히로에게도 얘기했어. 내 첫사랑은 히데오라고.
히데오 : 선택한적 없어. 그땐. 나랑 히로를 같이 놓고 본 적은 없지. 아니 볼 수 없었겠지. 히로는 너와 나란히 있었으니까. 쭉 네 곁에 있었으니까. 선택하게 해 줄게. 제대로 다시한번.
15. 히로 자신의 결정을 확인.
◎ 오래 살아라.
하루까는 히로와 사귀기는 하지만, 항상 자신이 히까리보다 부족하다고 느낀다. 히까리는 히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루까는 히로가 언제 히까리에게 가 버릴지 몰라서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하루까에게 히로가 다시 한번 하루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31권)
히 로 : (히까리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다) 하루까. 오래 살아라.
하루까 : 히로도...
하루까는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히로의 “하루까. 오래 살아라”이 말은 히까리의 아버지께서 히까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히로에게 했던 “히로. 장수할 마누라를 만나라.(30권)”는 말이다. 때문에 이 말은 결국 히로가 하루까에게 갈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16. HARUKA(일편단심)
◎ 이길 거야, 히로는.
노 다 : (전략) 배터리의 머리고생이 완전 물거품이구만.
하루까 : 지금 공은 슬라이더야?
노 다 : 커브에 가깝지. 슬라이더라는 건 포크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거라고 메이저리그 선수가 말했다지.(중략) 높이도 낙차도 거의 완벽해 저걸 쳐내면 두손 들어야지.
하루까 : 하지만, 이길거야. 히로는
히로를 향한 하루까의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히로가 방황할 때에도 묵묵히 언젠가 히로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믿으며, 항상 히로를 기다리는 하루까. 히로가 가장 힘들때도 언제나 히로를 신뢰하며 곁에 있어주는 히로의 여신이다. 이런 하루까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히로는 더더욱 히까리를 선택 할 수 없는 것이다.
17. 결전전야.
◎ 당분간은 괜찮아. 4개월전에 몇 년치 눈물을 흘려버렸으니까.
히데오와의 결전을 하루 전, 히로는 히까리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히까리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히로. 이 대화에 H2의 결말에 대한 마지막 암시가 들어있다.
히까리 : 결국 싸우는구나.
히 로 : 어느 쪽이 이길 거 같아?
히까리 : 패배한 히데오는 상상이 안돼.
히 로 : 내가 지는건 상상이 가고?
히까리 : 여러번 봐 왔는걸. 울고있는 히로는. 작년 여름에도. 여기서.
히 로 : 당분간은 괜찮아. 4개월전에 몇 년치 눈물을 흘려버렸으니까.
히까리 : 얘기하고 싶은게 잔뜩 있었는데. 앞으로도 점점 늘어갈게 틀림 없는데.
히 로 : 얘기 들어줄게. 앞으로도. 대답같은건 필요 없잖아. 그 웃는얼굴 만으로도.
히까리와 히로의 이 대화. 이 대화에 결론이 확실이 나타나 있다. 히까리의 말에 나타난 “울고있는 히로”와, 히로의 말에서의 “당분간은 괜찮아. 4개월전에 몇 년치 눈물을 흘려버렸으니까.” 이 대화는 H2의 결말을 확정짓는 말이다.
경기의 결과는 상관이 없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히로 - 히까리 - 히데오의 삼각관계였으니까. 이 대화에 삼각관계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 암시가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 대화에서의 “패배한 히데오”,“울고있는 히로”는 삼각관계에서 패배한 히데오와 승리한 히로이다. 이런 모습이 상상이 안된다는 것은 결국 삼각관계에서의 승리자는 히데오라는 것이다. 이는 “당분간은 괜찮아. 4개월전에 몇 년치 눈물을 흘려버렸으니까.”라는 말에서 히로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 히로의 말은 당분간은 괜찮지만, 언젠가는 다시 도전 할 것이라고 보여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보여진 히로의 성격상 이 승부 후엔 결과에 승복하고 깨끗이 떠날 것임은 자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의 대화는 히로가 이 승부가 끝난 후에는, 어렸을 때와 같이 히로와 히까리는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18. 결전(HIRO vs HIDEO)
◎ 모르는구나 넌. 그거 알아? 난 히까릴 너무나 좋아해.
위의 대사는 준결승전(메이와 대 센까와)에 앞서 워밍업 타임때 히로와 노다의 대화이다. 이 말은 히데오에 대한 히로의 선전포고이기도 하지만,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기 위한 히로의 자기 위안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히로는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나이이지 결과에 연연하는 사나이가 아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승패에 관련 없이 그 결과가 정해져 있다. 때문에, 히로는 더더욱 그 경기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기에 충실하기 위해선, 히데오의 승부욕이 필수 사항이다. 때문에 히로가 경기 전에 이런 말로 히데오를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시작. 히로는 이 만화에서 처음으로 승부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하루까. 이기게 해 줘. 이 시합.”). 아무리 경기 그 차체를 즐기는 히로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승리할 수 없는 경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승부를 의식하게 된다.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승리를 바라는 것이다. (이바상고와의 경기에서 패배하고 울던 히로는 패배를 슬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승리를 바라는 히까리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다.)
세 번의 승부를 피하고, 마지막 타석의 히데오와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히로.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강속구로 승부를 일관한다. 그리고 마지막 공에서 히데오는 고속 슬라이더가 올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되고, 머뭇거리다가 삼진을 당하고 만다.
노 다 : 슬라이더 사인이었어.
히 로 : 휘질 않은거야. 너야말로 왜 미트를 움직이지 않은건데?
노 다 : 아마도 휘지 않을 것 같았거든.
히 로 : 그런 공 두 번 다시 못 던져.
노 다 : 던지게 만든거야. 누군가가.
여기에서 나오는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히까리일 것이다. 히까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작은(히까리가 모든 것을 챙겨줘야만 하는) 히로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히로는 그런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히까리의 마음 깊이 남아있던 사랑을 지워버린 히로는 모든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수 있었고, 그 짐을 덜어낸 후에 (히까리를 좋아했던) 안타까웠던 첫사랑의 과거를 정리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19. 후에...
◎ 내게도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경기가 끝난 후의 모습. 히로는 모든 짐을 벗어버렸기에 누구보다도 기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히데오 -그는 그 전까지 경기에서 진다면- 히까리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경기를 통해 히까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히데오도 드디어 알게된다.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은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자신이 진정한 히까리의 연인임을.
히데오 :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건가...
히까리 : 내게도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처음부터 선택할 권리같은 건.
히데오 : 나도 히로와의 승부에서 배운게 있어. 누구보다 히까리를 원하는건 바로 나야.
20. 덧붙임
◎ 이름에도 의미가?
책을 다시 읽던 중 우연히 여주인공들의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그들의 이름도 이 책의 진행을 위해 그렇게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플 1 - 히까리 (여름의 빛) + 히데오 (영웅) : 메이와 하계 갑자원 우승.
커플 2 - 하루까 (봄의 꽃) + 히 로 (영웅) : 센까와 춘계 갑자원 우승.
나름대로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첫댓글 문학적 복선을 읽어낸 대단한 센스와 인내력이군요-- 무엇보다도 자료를 여러번 탐독했어야 할터인데 !!!!
많이 기네요.. 그림들이 포함된 자료였으면 화룡점정일텐데요!
이 만화는 스포츠 만화를 가장한 순정만화죠..
진짜 대박...ㄷㄷㄷ
와...너무재밌게 잘봤습니다... H2를 읽으면 뭔가 가슴이 먹먹하고...머랄까.. 그냥 잠을 잘 못잤던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정말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