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새벽은 분분히 내리는 눈으로 시작된다.
바람은 한 점 없어 희부옇게 밝아오는 마을 어느 집의 굴뚝에서는
군불넣는 연기가 하늘로 곧추 오르다 시나브로 스러지고
이윽고 떠오르는 아침해에 내 할 일은 다 했노라 눈은 잦아든다.
다시 찾은 아우라지 강가엔
새벽에 쌓인 흰 눈 속에 발자욱 두 개 나란하니
물안개 슬몃 피는 호젓한 강을 어느 연인있어 다녀갔구나...
생솔가지 아직 푸른 섶다리를 건너 작은 정자 하나 있어 오르니
아우라지 처녀상은 오늘도 뗏목떠난 자리 향하니 하염없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눈그치니 햇살 또한 따스하고
미풍은 일어 쌓인 눈을 녹인다.
산뜻한 레일바이크 행렬을 만나는 건널목에서는
어른아이 함께 힘차게 페달밣아 지나가니
환한 웃음 함께 세상근심 하늘높이 날아간다.
구절리로 드는 길은 구비구비 돌고돌아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되어
눈녹은 물 흘러흘러 송천계곡 돌아들고
낙락장송 여여하고 기암절벽 의연하다.
탄더미에 묻혔던 구절리엔 차례오기 기다리는 아이들로 가득하고
울긋불긋 관광버스 여러 대는 부푼 마음안고 내리는 길손으로 가득하니
때맞추어 식당가는 흥청이고
뜨거운 차 한 잔 손에 들고 호호 부는 노부부는 정겨웁다.
다시 돌아드는 노추산엔 산사나이 서넛 행장꾸려 눈길을 오르고
솔가지에 쌓인 눈은 바람부니 흩날린다.
노추산을 두고 왕산으로 가는 길엔 깊은 여울있어 눈길끄니
여울두고 둥근 다리 하나 있다.
다리건너 무심하게 지나치면 아니 보일 건너 골짝에
웅장할손 오장폭포...
높이 이백 메터가 넘는다 하나 세속의 숫자야 따질 일이 있겠는지
예로부터 성스럽다 하던 노추산 한 자락에 조용히 자리하니
여름날 웅장하던 물줄기는 빙폭되어 옥빛으로 물들었고
폭포를 바라고 섰는 발치에는 금강송 곧은 나무 또한 푸르르다.
마음 한 켠 시리우면 찾아드는 오장폭포...
오늘도 그 폭포 앞에 나그네는 발길을 멈춘다.
오장폭포
정선이라 구절리 돌고돌아 돌아드니
난데없는 폭포있어
고개드니 오장폭포...
웅장하고 장엄하다.
옷매무새 가다듬고 다시 보니
오장폭포 일러준다.
예로부터 仙界로니,
세상근심 많은 이여
어지럽게 들지 말고
모든 번뇌 벗는 날,
다시 오소.
- 정선나그네 씀
첫댓글 오장폭포는 노추산 정상부에서 발원한 물이 오장산 계곡을 흐르면서 떨어지는 물줄기로서 경사길이는 209m, 수직높이는 127m,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이다.
그렇지요. 사진을 올리지 못 해 아쉽다는...
닉 네임도 ,,구수하고 ,,,,정선의 이모저모 ,,,,,,,,,말씀도 ,,,,,,,,또 그러하니,,,,,,,,,오장폭포에 이르러서는 ,,,아예,,속세의 번뇌가 ,,,,,,,,한 순간 다 스르져 가네요,,
누구나 오장폭포 앞에 서면 공감하리라 생각하지요.
한편의시를읽고 가는듯, 좋은글 잘보고 가는군요.이러다 정선에 정들겠습니다.
정선에 정들라고 올리는 글임이니...ㅎ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나오는대로 정선 아리랑이라고 흥얼거려 보니 제법 음이 맞는것 같아 한번 더 흥얼거려 봅니다...ㅎㅎㅎ 진도 아리랑과는 또 다른 가락으로 가슴이 저며지네요...태풍이 불어도 비가 많이 와도 늘 자연재해에 시달리는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는데 정선 나그네님의 글을 통해 정선과 너무 가까워지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선아리랑은 쉽게 따라 부르기가 어렵더군요. 정선과 가까워진다니 기쁜 일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정선나그네님~출중한 문장력으로 정선을 아름답게 수 놓으시는군요...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정선은 언제 와도 좋은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