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화산 산행지도
김해 '대통령의 길'
부산일보 기사 입력일 : 2017-09-06
글·사진=이재희 기자
시골길 굽이굽이 '사람 사는 세상' 꿈꾸던 그의 발자취
사자바위엔 고대인들이 제의를 지낸 '감실' 흔적이 남아 있었다. 멀리 부산 가덕도 연대봉의 봉화가 김해를 거쳐 이곳 봉화대에 도착한 뒤 낙동강 너머 밀양 하남 덕대산으로 이어지던 곳. 사방팔방이 막힌 데 없이 광활하여 가슴이 뻥 뚫리던 봉화산 정상. 호미를 든 관음상은 어머니의 미소를 띠고 있다. 한 시대를 관통한 한 사람의 자취도 그곳에 있다. 섣부른 평가나 예단은 마을 앞 버스 정류소에 맡겨 놓고 봉화산을 오른다. 정토원의 참나무가 이미 먹먹하게 짙은 가을을 머금었다. 화포천 습지의 미루나무에는 막바지 여름을 즐기는 매미들의 합창이 귀를 울린다.
봉하마을 정류장 원점회귀 9㎞
인간 노무현 태어나고 스러진 곳
봉화산 정상엔 호미를 든 관음상
화포천 접어들자 미루나무 도열
바람개비·리본 노란 물결 펼쳐져
■누운 마애불을 찾다
고작 40가구 120여 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이 전국에 알려진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잘 없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태어나고 스러진 곳. 봉하마을에 '대통령의 길'이 있다. 퇴임 후 고향에 돌아와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화포천 습지를 가꾸며 생태 운동가의 미래를 꿈꾸던 그 자리다. 그의 발길이 머물던 봉화산 숲길과 화포천에 길이 생겼다. 봉화산 숲길은 손님이 찾아오면 그가 함께 걷던 '대통령의 길'. 화포천 습지 '버들길'은 또 환경 정화 활동을 하던 대통령이 자주 다니던 길을 따라 만들었다.
김해시는 여기에 길을 더하여 '화포천 아우름길'이라는 7개 트레일 코스를 정한다. 이 중 오롯이 대통령의 길에 해당하는 2코스 '대통령의 길'과 3코스 '버들길'을 걸었다. 봉하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하여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지나 마애불~부엉이바위~정토원~사자바위(봉화대)~봉화산(140.7m)~화포천 갈림길~정자 쉼터~저수조 시설~체육공원 갈림길~편백숲~도로~버들교~장방리 갈대집~수달교~황새교~황새 인공둥지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큰기러기교~노랑부리저어새교~본산배수장~야외학습장 봉하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원점회귀하는 9㎞를 4시간가량 느긋하게.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봉하마을 주차장은 분주하다. 방문하는 차가 많다. 마을 곳곳에 존재하는 노란색 상징들. 바람을 안고 빙빙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휘날리는 리본, 그리고 익숙한 얼굴.
묘역으로 간다. 중년 부부가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의 길은 묘역 왼편 봉화산 안내 표지판을 따른다.
평지가 끝나자 곧바로 봉화산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쾌적하게 오른다. 마애불이 10m 전방에 있다고 해 찾았더니 보이지 않는다. 마애불은 바위틈에 모로 누워 있다. 전설에 따르면 당나라 황후를 괴롭히다가 바위에 갇힌 청년이란다.
■호미를 든 관음보살
부엉이바위는 근처까지 접근은 가능하지만 오르지는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정토원으로 오른다. 작은 절 정토원에는 다리를 저는 어미 개 한 마리가 마중을 나온다. 새끼를 낳았는지 경계를 하며 짖다가 호의를 보이니 금방 꼬리를 흔들며 환영한다. 절 마당 평상 위에 굴참나무 열매가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짙은 밤색 도토리가 탐스럽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거운데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정토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생수를 알아서 계산하고 먹는 무인판매대가 있다. 절에서 사자바위까지는 한달음이다.
'사람 사는 들녘'이라 부르는 봉하마을 앞 들판엔 벼가 익고 있다. 한 논에는 밀짚모자를 쓴 대통령이 있다. 색깔 있는 벼를 심어 형상화한 것이다. 대통령의 설명으로 널리 알려진 뱀산과 개구리산이 있다. 뱀이 개구리를 노리는데 봉화산의 봉황이 이를 지켜준다는 전설.
사자바위엔 봉화대를 복원해 놓았다. 어렴풋하지만 바다가 보인다. 가덕도 연대봉에 봉화가 오르기 시작하면 봉화꾼들의 손길이 바빠졌겠지. 사자바위 조망은 일품이다. 커다란 바위 위엔 여러 개의 옴팡한 감실이 있다. '컵 마크'인 이 감실은 고대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음식을 담았던 자리. 평소에는 빗물이 고여 음양의 조화로운 기운을 발산하는 곳이니 기 듬뿍 받아가라고 안내해 놓았다.
사자바위에서 봉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짙은 숲길을 잠시 지난다. 숲을 관통하자 멀리 산꼭대기에 관음상이 우뚝 서 있다. 손에는 호미를 들었다. 자비로 세상을 구한다는 부처. 40여 년 전 대학생 불자들이 최초로 세웠고, 이후 훼손된 것을 석상으로 복원했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데 김해, 밀양, 창원의 산과 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봉화산을 내려와 임도를 따라 편백숲으로 간다.
■화포천의 황새 둥지
임도는 널찍하여 여럿이 함께 걸어도 좋다. 정자 쉼터를 지나 체육공원 갈림길까지 부지런히 걸어 드디어 편백숲으로 내려선다. 편백숲은 생각보다 울창하지 않다. 도로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화포천생태습지공원을 만났다.
경전선 굴다리를 지나 버들교에서 '버들길'을 시작한다. 각종 생태 설명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며 하늘도 푸르고 바람도 시원한 화포천을 만끽한다. 키 큰 미루나무가 키재기를 하듯 하늘로 뻗어 있다. 매미 소리가 쩡쩡 울린다. 왜가리와 물닭, 논병아리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귀엽다.
장방리 갈대집은 영강사의 요사채로 쓰이는 모양. 화포천 주변엔 습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갈대로 이은 집이 많았단다. 볏짚으로 이은 지붕보다 자주 잇지 않아도 되니 갈대는 이들에게 고마운 존재였을 것. 자연은 인간에게 늘 아낌없이 준다.
수달교와 황새교를 지나 화포천을 건너 둑길로 올라선다. 높은 철기둥이 있어 고개를 젖혀 한참 올려다본다. 높이 20m 둥지 지름이 2m인 황새 인공둥지다. 언젠가 황새 '봉순이'가 이곳 화포천을 찾았을 때 머물러 달라고 만든 둥지다. 황새는 예부터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였다.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은 10월 24일까지 수리 중이라고 했다. 1층 휴게실에서 시원한 물을 얻어 마시며 한참을 쉰다. 아직은 그늘이 그리운 날씨다.
큰기러기교를 건너 다시 화포천을 건넌다. 경전선 철길 아래 '봉하마을 1.5㎞'라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부터 대통령의 자전거 길 코스다. 본산배수장을 지나 도로 왼편에 닦은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다. 벼 영그는 냄새가 구수하다. 노란 바람개비도 살살 돌아간다. 연꽃이 만발한 생태문화공원 야외학습장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나왔다.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채원'엔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봉하마을 방문객이 아침보다 부쩍 많아졌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김해 봉화산 산행기
산 : 김해 봉화산
산행코스: [ 봉하 마을~노무현 대통령 생가~노무현 대통령 묘역~부엉이 바위 아래~
진영 봉화산 마애불~사자바위~봉화산~편백 숲~버들교~화포천 수달교 북단~
화포천 아우름길~화포천 큰거러기교 남단~버들교~봉하 마을 ]
(산행거리 : 약 9.5Km)
일시 : 2021년 10월 27일(수요일)
날씨 : 흐린 날씨
산행코스 및 산행 구간별 산행 소요시간 (총 산행시간 4시간50분 소요)
06:00~11:00 승용차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원로 20번지에서 출발하여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2-15 번지에 있는 봉하마을로 이동 (378km)
[통행료 약 17,900원|주유비 약 61,495원]
11:00~11:05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2-15 번지에 있는 봉하마을에서 산행 출발하여 노무현 대통령 생가로 이동
11:05~11:40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탐방한 후 부엉이 바위 아래로 이동
11:40~11:50 진영 봉화산 마애불로 이동
11:50~12:00 사자바위로 이동
12:00~12:10 김해 봉화산(141m) 정상으로 이동
12:10~12:40 사진촬영 후 간식
12:40~13:30 봉화산의 동향 능선을 타고 편백 숲으로 이동
13:30~14:20 버들교를 거쳐서 화포천 수달교 북단으로 이동
14:20~14:40 화포천 수달교를 남쪽 방향으로 건너서 화포천 큰거러기교 남단으로 이동
14:40~15:50 화포천 큰거러기교를 북쪽 방향으로 건너서 버들교를 지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2-15 번지에 있는 봉하마을로 회귀하여 산행 완료
15:50~21:00 승용차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2-15 번지에 있는 봉하마을을 출발하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원로 20번지로 이동 (37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