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KBS 인간극장 5부작의 테마는 “어머니의 손“이다. 설날 연휴가 끝난 2월 19일 아침에 방송된 제1부에서는 어머니 모정숙(62)씨와 함께 아들 삼형제가 꾸려나가는 한 시골마을의 떡방앗간 이야기로 월요일 아침을 활짝 열었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의 한 떡방앗간.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새벽을 박차고 일어서는 이들이 있다. 40년 넘게 여기 이 떡방앗간을 지켜내고 있는 모정숙(62)씨가 바로 그다.
왼손을 사고로 잃은 모정숙(62)씨의 하루 일과는 의수를 끼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같은 동네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이동곤(72)씨와 함께 이 방앗간을 운영하며 어렵게 삼형제를 키웠다.
떡방앗간이 활발히 돌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만났다. 방앗간 기계에 왼손이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그녀의 왼손을 잃게 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모정숙(62)씨 나이 아직은 청년 같던 서른아홉이던 시절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1년 후,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꼭 그 방앗간 그 기계에서 일손을 도와주던 친정 어머니인 양신안(90)씨마저 똑같은 기계에 의해 똑같은 사고로 귀중한 왼손을 잃게 될 줄이야...
그 후, 가족들에게는 그때 그렇게 사고를 일으킨 그 기계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기억과 두려움이 눈앞을 아른거려 쉽사리 그 고통을 떨칠 수가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난은 그걸 이겨내는 이들에게 희망의 무지개로 뜨는 법이다.
그래서 삼형제가 다시 모였다. 그런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생업의 현장에 세 명의 아들들까지 합류하였다. 첫째아들 이명호(43)씨는 배달을, 둘째아들 이명옥(40)씨는 기름짜는 일을, 막내아들 이명화(38)씨까지, 내일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2월 20일(화) 인간극장 "어머니의 손" 제2부 함평군 손불면 떡방앗간집(061-324-4183)에서 이어간다. 떡방앗간의 경제수장은 당연히 어머니 모정숙(62)씨이다. 오늘은 마침 둘째아들 이명옥(40)씨의 월급날이다. 어머니 모정숙(62)씨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현금봉투 하나를 슬그머니 둘째아들(40)에게 월급으로 건냈다.
아들 셋의 월급날은 서로 다른 날자로 정해져 있다. 아들 셋 각자는 자신의 월급정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형제들끼리도 서로의 월급내역 만큼은 소상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형제간의 우애를 가장 우선시 하려는 서로간의 깊은 배려심이라 여겨진다.
집안 경제의 수장 격인 모정숙(62)씨의 월급 정책 속엔 어머니로서의 지혜와 사랑이 철철 넘쳐나는 걸 숨길 수 있다. 모성의 속 깊은 마음을 한점 오해도 없이 올곧게 받아들일 줄 아는 세 형제들의 가족사랑 정신이 이 아침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떡방앗간집 이 가정에서의 월급이란? 단지 수익금의 배분이 아닌, 가족사랑의 나눔, 마음의 나눔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가족들 누구든 어머니 모정숙(62)씨가 내미는 사랑의 잣대를 의심치 않는 까닭이다. 내일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2월 21일(수) 인간극장 "어머니의 손" 제3부 함평군 손불면 떡방앗간집 가게 문밖으로 하얀 눈발이 날리며 쌓인다. 한적한 시골길을 배경으로 새하얀 들판이 클로즈업되면서 오늘의 하루를 열었다. 아버지 이동곤(72)씨의 부성이 집앞을 서성거린다. 광주를 출발하여 매일 새벽 3시~4시 사이에 도착하는 첫째아들(43)의 출근이 오늘따라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눈길 위를 무려 1시간 이상을 달려와야 하는 첫째아들(43)의 출근길이라지만, 세 아들들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은 평소에도 몸에 밴 부모의 마음일 수밖에 없다. '출근하는 도중에 피치못할 운전사고라도 발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버지로서의 걱정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으로 비춰진다. 그 뒤 아들은 무사히 도착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회단위로서, 가장 막강한 자생력과 에너지를 품고 있는 사회공동체 하나를 손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주장할 것이다. 그건 단연코 우리들 가정의 핵심인 가족들이라고 말이다. 가족이 곧 인류이기 때문이다.
조건 없는 희생과 변함없는 사랑으로 중무장한 가족관계야말로, 불화나 갈등 그 불편함까지도 포용할 줄 아는 세상을 이끄는 동력이기에, 인류애를 지향하는 물줄기 그 원류라는 생각이다. 진한 가족애로 똘똘 뭉친 떡방앗간 사람들... 내일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2월 22일(목) 인간극장 “어머니의 손” 제4부는 한 병원의 진료실에서 아침을 열었다. 왼손을 의수에 의존해 살고 있는 처지에서 어머니 모정숙(62)씨의 오른 손이야말로 늘 혹사당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생활구조다. 오늘도 통증에 대한 검진결과는 팔목에 염증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무리수가 그 원인이란다.
정숙(62)씨가 떡방앗간의 힘든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달리 그 통증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10년은 더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어머니 모정숙(62)씨의 강한 의욕 또한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친정어머니 양신안(90)씨가 떡방앗간으로 불쑥 들어선다. 딸 모정숙(62)씨가 친정어머니 양신안(90)씨를 반겨 맞는다. 두 모녀간에는 오늘도 이렇게 잠깐 마주친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착오없이 읽어내는 셈이다.
의수와 함께 살아온 세월도 어언 22년째다. 왼손을 대신하는 의수는 피부색보다도 더 진한 위장색을 하고 있다. 오늘도 두 모녀는 의수라는 동병상련으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모녀에게 있어 의수야말로 가족사랑의 훈장인 셈이다.
어느 시인은 참사랑의 의미라며 이렇게 말한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바라지도, 둘을 주고 하나를 바라지도 않는 마음, 아홉을 주고도 미처 다 주지 못한 그 하나 때문에 안타까워 하는 그 마음..." 내일의 마지막회를 기대해본다.
2월 23일(금) 인간극장 “어머니의 손” 제5부의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대가족을 이룬 식구들이 음식상 앞에 둘러 앉았다. 막내아들 명화(38)씨 집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이다.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문제 그리고 사업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까지, 서로 많은 생각들을 주고받는다.
형제간의 의견대립이나 갈등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형제들간에 서운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그때그때 풀고 넘어가야만 한다"라며 노심을 숨기지 못하는 아버지 이동곤(72)씨의 당부가 진지하다.
아들 삼형제가 떡방앗간이라는 작은 일터에 소속하여 매일매일 위험하고 고된 작업들을 반복해야 되는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부모로서의 자식들에 대한 근심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터이다. 이번주 인간극장 5부작 "어머니의 손" 떡방앗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안,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란? 하늘이 맺어준 신성불가침의 인연이다. 그렇기에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인해 걱정거리가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론 가족이란? 우리들의 고된 삶을 지탱해 가는 힘, 그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가족이란? 인류역사의 뿌리 그 존재의 위대한 기원이기도 하다.
힌두교에서는 43억2천만년을 '한 겁(劫)'이라고 정의한단다. 상상을 초월하는 멀고도 긴 시간이다. 그런데 오백 겁의 인연이 닿아야 서로의 옷깃을 스칠 수 있고, 억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비로소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절감해보는 한 주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