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문협 부안 탐방
일시:2017년 4월 25일 화요일
장소:전북 부안 부안댐, 채석강, 신석정문학관, 변산중학교, 매창공원
* 부안 댐
오늘은 서초문입협회에서 전북 부안으로 탐방을 나섰다. 서초예술회관 주차장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여 먼저 간 곳은 부안 댐이다. 부안호라고 새긴 안내석을 비롯하여 부안다목적댐준공기념탑이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과 함께 잘 설치되어 있다.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부안 댐을 조망하였다. 댐의 짙푸른 물이 비경을 자아낸다.
부안 댐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있는 다목적댐이다. 1990년 2월에 착공하여 1996년 12월 완공되었다. 대단위 댐으로, 서해안 개발에 따르는 인구 증가와 산업화 및 도시화의 촉진으로 급증하는 용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성하였다. 댐을 조성할 당시 이주민은 96세대 323명에 이르렀다. 현재 부안군과 고창군의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새만금지구의 공업용수까지 공급한다. 댐의 완공으로 중계 계곡에 물이 들어차 일대가 호수로 변하여, 기암괴석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전라북도 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주변 지세가 험한 편이다. 부안 댐을 오르내리는 산길이 약간 길고 가파른 편이었다. 그로인하여 댐으로 들어가는 산길은 더욱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진다. 노래도 부르고, 손잡고 동심으로 걷기도 하고 흐뭇한 탐방지였다.
* 중식
부안 댐을 떠나 중식식당으로 갔다. 서초문협 2대 회장이셨던 서정남 시인님이 나오셔서 우리를 포근히 맞이하여 안내하신다. 손해일 국제펜 이사장님도 함께 동행하셨다. 손해일 선생님은 서초문협 7대 회장님이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의 두 번째 시집 원고를 평설 중이시다. 금년에 취임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고향집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참석하셨며 건배제창을 하셨다. 맛있는 해물찌개로와 부안 막걸리로 풍성한 중식을 하였다.
* 격포항 채석강
식당에서 걸어서 격포항 채석강으로 갔다. 채석앙은 부안국가지질 공원이다. 예전에 두 아들과 왔던 변산반도의 채석강과는 다른 방향의 채석강이다. 책장을 쌓아올린 듯한 바위 절벽이 비경이다. 채석강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에 있는 해식절벽이다. 1976년 전라북도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명승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나라의 시선 이태백이 달빛 아름다운 밤, 뱃놀이를 하며 술을 즐기다 강물에 비추어진 달을 잡으러 푸른 물에 뛰어들어 그 삶을 마감하였다는 장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로 건너편에는 격포항이 있다. 격포항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있는 어항이다. 1986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어촌 100개 중 한 곳이다.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긴 방파제 둑낄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주변을 조망했다. 끝에 오롯하게 서 있는 등대에도 올라갔다. 그 곁에는 효녀 심청의 인당수가 이곳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다시 긴 둑길을 따라 나왔다. 부안의 격포항과 채석강을 보고 배운 뜻깊은 여정이다.
* 호랑가시나무 카페 시낭송
부안 변산반도에 위치한 호랑가시나 카페는 서정남 선생님 사모님과 함께 운영하시는 카페다. 두 분에게 병환이 있으셔서 요양차 몇 년 전에 내려 오셨다. 우리 부부와는 서초무협과 국제펜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분이어서 서울 문학행사에 종종 오시면 뵙곤 한다. 오늘은 이곳 카페에서 시낭송이 있는 나는 [선운사 동백꽃]을 낭송했다. 시낭송 동영상은 용량초과로 이곳에 싣지 못한다. 개인 소장자료에만 저장하였다. 다른 시인도 시낭송을 하였다. 서정남 선생님 내외분이 함께 노래도 하셨다. 사모님은 피아노를 치고, 선생님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멋진 음악을 선사하셨다. 맛있는 떡과 과자, 과일, 쥬스까지 정성껏 베풀어주신다. 마지막으로 달력 뒷면 백지에 사인펜을 감사의 편지를 남겼다. 카페 정원에는 부안에서만 자란다는 호랑가시나무가 있어서 살펴보았다. 잎사귀 끝에 날카로운 호랑이 발톱 형상의 가시가 있다. 독특한 나무다. 도로 건너편에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다. 신기한 호랑가시나무도 보고 분위기 그윽한 호랑가시나무 카페에서 문우의 정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운사 동백꽃 / 김윤자
사랑의 불밭이구나
수백년을 기다린 꽃의 화신이
오늘 밤 정녕 님을 만나겠구나
선운산 고봉으로 해는 넘어가도
삼천 그루 동백 꽃등불에
길이 밝으니
선운사 초입에서 대웅전 뒤켠
네가 선 산허리까지
먼 길이어도
님은 넘어지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 오시겠구나
해풍을 만나야
그리움 하나 피워 올리고
겨울강을 건너야
사랑의 심지 하나 돋우는 저 뽀얀 발목
누가 네 앞에서 봄을 짧다 하겠는가
이 밤, 바람도 잠들고
산도 눈감고
세월의 문이 닫히겠구나
* 변산중학교
다음으로 들른 곳은 변산중학교다. 역사가 깊은 학교다. 이 학교는 서정남 선생님께서 졸업하신 모교다. 교정에는 서정남 시인님의 시비도 세워져 있다. 지금은 연로하셔서 힘든 몸이지만, 한때는 이곳 교정에서 배움의 불꽃을 지피셨을 것이다. 그날의 추억하시며 우리들에게 말씀을 전해주신다. 우리는 시비 앞에서 단체기념사진을 떠나왔다.
* 부안읍 매창 공원
전북 부안읍에 있는 매창 공원은 시비와 나무, 그리고 고운 꽃들로 매우 아름답다. 이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공원으로 지방기념물 65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시대 송도 황진이와 비길만한 문장가로 유명한 부안 명기 이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매창(梅窓,1573-1610)은 부안 현리 이양종의 서녀로 본명은 향금이며, 자는 천향, 호는 매창, 계생, 계랑이다. 시조와 한시, 가무와 거문고·가야금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한 명기로서 개성의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다. 매창은 시조와 한시 58수를 남겼고 작품으로는 <매창집>이 전해지고 있다. 매창공원 곳곳에 매창의 주옥같은 시와 매창을 기리는 시들이 돌에 새겨져 있다.
그녀는 당대 최고 시인이었던 유희경과 사랑을 나누었고, 그 당시 최고의 문호라 할 수 있었던 허균과도 교분이 깊었던 사람이었다. 매창은 부안의 아전이었던 이탕종의 딸로 1573년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글을 배웠고,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는 기생 신분이 되었다. 1610년에 세상을 떠나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그로부터 13년 뒤에 부안의 아전들이 중심이 되어 그녀가 남긴 시 중에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58편의 작품을 모아 개암사라는 사찰에서 <매창집>을 펴내냈다.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에 부안 사람들이 매창을 기리는 묘비를 세웠다. 지금도 매창이뜸으로 불리는 부안의 공동묘역은 수천 평에 이르는 매창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중한 문화유적지로서 훌륭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 매창과 관련된 시비 등이 세워져 있다. 시도 있고, 사랑도 있는 매창 공원에서 한 시대를 아름답게 살다간 한 여인의 족적을 보며 멋진 시간을 엮었다.
* 부안읍 신석정 문학관
신석정 문학관은 전북 부안읍에 넓은 자리에 생가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건물 앞에 석정 문학관이라고 씌여 있다. 석정 문학관은 현대 시문학의 거장인 부안 출신 신석정 시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문학발전의 요람으로 5권의 대표시집, 유고시집, 친필원고 등으로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상설전시실이다. 나는 학창시절 신석정님의 시를 매우 좋아했다. 그 중에서 '님께서 부르시면'은 나의 남편과 선을 본 후 결혼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처음으로 쓴 편지에 이 시를 적어서 동봉하였었다. 그날의 분홍빛 추억이 떠올라 더욱 기쁜 걸음으로 탐방했다. 먼저 간 곳은 문학관 건물이다. 영상자료를 보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신석정(1907.7.7 ~ 1974.7.6)은 목가적인 서정시를 발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던 시인이다. 주요 작품으로 촛불, 슬픈 목가 등이 있다. 신석정辛夕汀 의 본명은 석정(錫正)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출생이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약 1년간 불전을 연구하였다. 1931년 시문학 3호부터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활동을 본격화,하였다. 그해에 '선물',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등을 발표했다. 계속하여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봄의 유혹', '어느 작은 풍경' 등 목가적인 서정시를 발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8.15광복 후에는 시작(詩作)과 후진양성에 전념했다. 저서로는 초기의 주옥 같은 전원시가 주류를 이룬 제1시집 <촛불>(1939)과, 역시 8.15광복 전의 작품을 묶은 제2시집 <슬픈 목가(牧歌)>(1947), 그 뒤 계속 <빙하(氷河)>, <산의 서곡(序>, <대바람 소리> 등의 시집을 간행했다. 그의 시풍은 잔잔한 전원적인 정서를 음악적인 리듬에 담아 노래하는 데 특색이 있고, 그 맑은 시정(詩情)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순화시키는 감동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1976년 7월 전주 덕진공원에 '신석정 시비'가 건립되었다. 2009년 4월에 <신석정 전집>이 간행되었다. 문학관에서 나와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건너편에 있는 생가도 둘러보았다. 아담한 초가집이 정겹다.
이것으로 부안 탐방은 마무리 되었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귀가 길에 오랐다. 휴게소에서 석식을 하고 밤 풍경을 보며 집에 돌아왔다. 늦은 귀가지만 문학 탐방은 언제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보람된 여정이어서 기쁘고 흐뭇하다.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은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며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넘는 그믐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파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살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