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입구에서 한 외국인을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일주문 앞에서 영어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다소 막막함이 밀려오는 순간, 이렇게 설명해 보면 어떨까.
“Iljumun is Gate of Non-duality. This is simbolic the first step toword the Buddha Land.(일주문은 상대적인 것을 초월하는 문입니다.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가는 첫 단계를 상징하죠.)”
이 설명은 『실용 한-영 불교용어사전』(도서출판 홍법)을 활용한 표현이다. 우리말로도 이해하기 쉽지만 영어 표현 역시 어렵지 않다. 이 책의 편저자는 영문학자인 박영의(79) 충남대 명예교수. 그가 불교를 통해 영어 공부를 희망하는 일반인은 물론 한국불교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사전을 발간했다.
지난 10월 10일 부산 홍법사 아미타대불 점안 및 개산 7주년 기념법회에 직접 참석해 이 책을 공개한 박영의 교수는 “지난 6년 동안 불교 번역 작업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단어들을 한글과 영어로 풀어 쓴 책”이라며 “불교와 영어 전문가들의 교정과 감수를 거친 만큼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출판 취지를 전했다.
박 교수가 편저한 이 사전은 1천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4500여 개 단어를 싣고 있다. 무엇보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 작업을 홀로 해왔다는 사실은 불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게 주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이 사전이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불교 용어를 영어로 옮겼다는데 있지 않다. 즉 사전 자체가 이미 불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는 안내 역할을 한다. 해당 용어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은 물론 한국의 불교문화에 대한 소개까지 실려 있어 불교에 대한 종합서에 가까울 정도다. 사전 하나로 불교와 영어에 대한 공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박 교수가 서문에 밝힌 “즐기면서 쉽게 공부하는 사전”이라는 표현만 봐도 알 수 있다. 목차 역시 ‘가나다’ 또는 ‘abc’가 아닌 ‘산문과 삼보’ ‘불상과 보살상’, ‘경전과 논장’, ‘예불과 법회 순서’를 먼저 소개하고 마지막에 ‘일반 불교 용어’를 실어 실용적인 가치를 더했다.
또 그 스스로 평생 영문학의 길을 걸어온 ‘영어박사’임에도 ‘사전’이 지녀야 할 정확성을 위해 박 교수는 교정과 감수 기간에만 6개월 이상을 보냈다. 찰스 레이시Charles Lacy)와 앤 샤피로(Anne N. Shapiro) 선생이 영어 교정을,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이 영어 감수를 담당한 부분 역시 사전의 오류를 줄이고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한 박 교수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사전이 세간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데는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의 지원과 격려도 한 몫 톡톡히 했다. 홍법사는 박 교수의 사전편찬 소식을 듣고 기꺼이 출판을 제의했다. 이에 그의 책은 도서출판 ‘홍법’의 첫 출간물이 됐으며, 아미타대불 복장물로도 봉안됐다. 박 교수는 이날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에게 법공양으로 1000권을 보시해 출간의 기쁨을 회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사전이라는 타이틀을 걸었기에 틀리면 안 된다는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많은 불교영어 전문가와 스님들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사찰과 불교문화재에 대한 영문 표기 오류를 교정하는 일에도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깊은 주름 사이 환하게 미소를 띤 박 교수는 “불자 영문학자로서 불교사전 편찬이 가장 큰 꿈이었는데 이제야 이뤘다”며 “개인적으로는 단기출가를 하거나 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를 희망하는 불자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한 뒤 향후 2년 동안은 완전히 역대 고승 법문집의 영문번역에 몰입할 것”이라고 전한 뒤 “그 이후에는 오로지 수행자의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교수는 사찰이나 신행단체에서 법보시나 교재용으로 사전을 구입할 경우 정가 3만6000원보다 할인된 2만5000원에 보급할 방침이다. 두 권 이상 주문 시 전국 택배도 가능하다. 042)257-6412
<출처:법보신문>
첫댓글 고마운 분 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