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은 사람의 일상을 가르지만 일생을 바꾸기도 하고 뒤엎어 버리기도 한다. 낮은 태양이 밤은 달이 빛을 주지만 그것은 삶을 잠시 멈추게 하는 역할에 그친다. 오직 사람의 심리는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절대적인 고독이 차지 한다. 밤은 휴식이다. 일상을 접고 낮을 놓아주는 휴식에는 오직 잠 뿐이다. 하지만 잠을 자지 못하는 때가 많다. 낮을 이겨내지 못하고 밤을 지나 찾아올 내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오늘을 어쩌지 못했는데 아직 모르는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보통 사람의 삶이며 고난이다. 지나온 오늘이 아쉬운 것은 내일을 모르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없고 오직 우연을 바랄 뿐이다. 하여 밤은 두렵고 이기지 못할 존배다. 서순우 시인은 그것을 이기는 방법으로 일기를 쓴다. 오늘을 반성하는 일기를 써서 낮을 복기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하지만 잠은 들지 못하고 허상의 꿈을 꾼다. 꿈으로 새로운 나를 태어나게 하고 새롭게 태어난 내가 어둠의 일기장에 내일의 해를 그린다. 지나간 것은 항상 아쉽지만 내일은 그보다 더 크다고 믿는 희망이 연속적으로 새잎을 내고 꿈을 키운다. 그게 사람의 보편적인 삶이다.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으며 오늘보다 내일을 바란다. 시인은 여기에 더 나가서 먼저 핀 꽃, 즉 이미 이뤄낸 현실의 설계도를 살핀다. 그렇게 하여 다시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성이 필요하다. 반성 없는 하루는 내일을 설계할 수 없지 않은가. 잠을 품기 위하여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을 맞이하는 꿈을 여는 삶이 서순우 시인의 삶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