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윗날 폭염주의보가 떴다.
가을 추(秋)자, 추석(秋夕)의 실종신고다.
오랜만에 국도를 탔다.
서울에서 춘천 가는 길이다.
직접 운전을 안 하고 옆자리에 앉으니 보이는 게 많다.
예전 같지 않게 산이 푸르다.
온화한 날씨에 많은 비가 나무들에겐 활력소가 되었나보다.
헌데,
짙푸른 녹색 산야에 붉은색 나무들이 보인다.
벌써 가을인가?
유심히 살펴보니 소나무 들이다.
산림청은 뭣하는 것인겨?
솔잎흑파리나 소나무 재선충 전문가는 있지만
지구가 더워지는것을 막을 용자는 없으렷다.
대나무의 북방 한계선이 충청 이남 이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서도 대나무가 자라고
사과 주 생산지가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 일대였지만
지금은 홍천과 횡성에서 사과가 생산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아열대 식물이 자라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고
추운지방에 자라는 침엽수를 대한민국에서 볼 날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라 동물은 이동하고
식물은 식생대가 바뀐다.
그것이 자연에 적응하는 법칙이다.
북극곰은 어디로?
갈곳 없으면 멸종이다.
금강소나무 상징인
수령 600년에 이르는 울진 대왕소나무도
폭염으로 인한 급격한 기후 변화에
수세(樹勢)가 급격히 약화되는 상황에 놓였다 한다.
송이버섯 농가가
폭망했다고 아우성이다.
애국가 가사에도 나오는 남산위에 저 소나무와
속리산 자락에 의젓하게 서있는 정이품송.
윤선도가 오우가(五友歌)에서 노래한 소나무와
추사 김정희가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읊었던 세한도(歲寒圖)의 정취도 전설이 될 것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