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노후 걱정에… 중년 남편의 갱년기, 가장 큰 ‘독’은?
중년 부부는 서로 같은 병(갱년기)을 앓고 있다는 공감대 속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갱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가 수십 년을 같이 살아도 ‘남편의 몸’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갱년기 증상도 그 중 하나다. 여성 갱년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무신경한 중년 남편도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아내를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는 숨겨져 있다. 본인도 모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 ‘강한 척’하는 남자의 본성도 거든다. 그래서 남성 갱년기는 여성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강한 척’ 남편의 가장 큰 고민… 갱년기에 명퇴 압박
공교롭게도 남성 갱년기는 직장에서 명퇴 압박을 받는 시기와 거의 겹친다. 몸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에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마주한다. 남성호르몬이 크게 줄어 우울감이 높은 중년 남성에게 명퇴 압력은 천길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이다. 그 충격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쓸모없는 인간’으로 팽개쳐지는 순간 우울감은 우울증으로 악화된다. 우울증은 꼭 약(항우울제)을 먹어야 하는 위험한 병이다.
‘강한 척’하는 남편의 가장 큰 고민은 생계다. “이제 뭘 먹고 살지…30년 이상 남았는데…” 자녀가 아직 학업 중이거나 미취업 상태라면 불면의 밤을 보낸다. 남성 갱년기는 이런 외부 요인이 겹쳐 ‘위기의 남자’를 쏟아낼 수 있다. 절망감에 빠진 마음부터 추스려야 갱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본인이 자각 증상을 살피고 아내,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다. 우울증이 있으면 병원(정신건강의학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병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남성 호르몬 감소…피로, 우울, 근력 저하, 탈모, 뱃살, 성 기능 퇴조
남성 갱년기의 원인 역시 호르몬의 변화다, 테스토스토론(남성 호르몬)이 40~50대에 크게 줄어 각종 갱년기 증상을 일으킨다. 피로감, 우울감, 근력 저하, 탈모, 뱃살이 두드러진다. 성 기능도 떨어져 성욕이 줄고 발기부전도 나타날 수 있다. 갱년기에는 내분비성 발기부전의 영향이 크다. 남성 호르몬이 저하되어 생기는 경우다. 남성호르몬은 성적 흥미나 성 기능 유지, 정액의 양과 질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갱년기에는 감정 조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짜증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벌컥 낸다. 성격이 변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이유다. 반면에 젊을 때에 비해 눈물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예전에 없던 눈물을 흘려 가족들을 당황하게 한다. 여성 역시 갱년기에는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동병상련을 겪는 부부끼리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실천이 어려워 부부싸움이 잦을 수 있다.
술, 담배로 풀면 건강 악화… 감정 조절 안 돼 짜증, 우울감
이 시기의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다 보면 건강이 더 나빠진다. 노후를 걱정한다면 본인부터 건강해야 한다. 안정된 노후의 걸림돌은 바로 치솟는 의료비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기본이고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징후까지 있으면 노후가 암울해진다. 50~60대 나이에 몸이 마비되어 요양병원에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혈관에 가장 나쁜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부부는 동시에 갱년기를 겪을 수 있다. 아내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사라지면서 살이 찌고 뼈, 혈관이 나빠지는 등 건강 이상을 겪는다. 남편은 테스토스토론(남성호르몬)이 줄면서 팔, 다리의 근육이 빠져 배만 불룩 튀어나올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많다. 감정 조절도 안 돼 짜증, 우울감에 대화 부족까지 겹쳐 불화가 싹틀 수 있다.
“우린 같은 병(갱년기) 앓고 있어요”… 부부가 서로 이해의 폭 넓혀야
갱년기에는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남편, 아내 모두 해당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격이 변한 것인데 공격적인 말은 상처만 키울 뿐이다. 우울증까지 보이면 꼭 병원 치료를 권해야 한다. 몸의 기능 저하는 물론 판단 능력이 떨어져 최악의 선택도 할 수 있다. 중년 부부는 서로 같은 병(갱년기)을 앓고 있다는 공감대 속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같이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다니면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한다.
남편도 이제는 ‘강한 남자’에서 벗어나 아내, 자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좋다. 갱년기 증상을 서로 몰라서 가족끼리 틈이 벌어지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다. 중년 부부는 이제 긴 노년의 출발점에 서 있다. 둘이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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