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웃도어(outdoor)
송순자
나들이할 옷이 적당하지 않아서 사 볼까 하고 시내를 나가보았다.
유명옷가게 거리를 한가로이 느긋한 마음으로 쭉 둘러보았다.
쇼윈도우에 코디해 놓은 마네킹이 나를 유혹했다.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이라서 그런지 아웃도어 옷가게들이 즐비하다. 계산대에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온 나를 보고도 그대로 앉아서 말만 한다.
“쭉 구경해보세요. 편하게 보시고 맘에 든 것 있으면 사이즈를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적극적이어도 부담스럽지만, 소극적으로 행동해도 아리송하다.
아이 쇼핑만 할 사람인지 구매할 사람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으나 사람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일단 손님이 들어가면 손님의 옷차림부터 쭉 흩어보고 입고 있는 옷이 유명 브렌드인지 노 브렌디 옷인지 파악들을 한다.
고가의 옷을 살 형편이 되는지를 순간 판단할 것이고 헛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푸대접받고 싶지 않으면 옷을 사러 갈 때는 가장 비싼 옷을 입고 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고가의 옷이 없기에 입고 갈 수도 없다.
‘사람의 겉모습으로 너희는 사람을 보지만 나는 속을 본다.’라고 하신 성경 말씀이 생각났다.
점원이 생각한 것처럼 사실 난 대충 옷값이나 알아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웬 옷값이 그리 고액인지 나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들키지 않게 긴 한숨을 길게 내쉬고 쓸쓸하게 나와서 아이쇼핑만 하면서 걸었다.
좌우로 늘어선 유명옷가게를 밖에서 눈으로만 슬쩍슬쩍 흩어보며 지나쳤지만,
마음속으로는 허영심도 없잖아 있었다. 살아온 인생도 있는데 유명메이커 옷 하나 사 입지 못하고 점원에게 무시나 당하며 사는가 하는 쓸쓸함이 있었다.
세일 한다는 옷이 가게 밖으로 나와 행거에 진열되어 손님을 유인하고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전에도 사 본 경험이 있는 가게인지라 성큼 들어갔는데 주인이 반갑게 나왔다.
어떤 옷을 고르느냐며 편하게 골라보라 한다.
한순간에 가게 전체의 물건을 흩어보고 옷 하나를 골라서 가격을 보았다. 몇십만 원이라고 라벨이 붙어있다. 한 절기 입는 옷이 몇십만 원이라니 내심 크게 놀랐지만, 태연한 척 세일 되느냐 물으니 절반 이상으로 세일을 하니 저렴하다고 주인이 말했다.
대충 빠르게 계산을 하니 그래도 십만 원이 넘는 옷값이다. 내 처지에 맞게 살아온 나는 몇십만 원 하는 옷을 냉큼 살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가격에 비하여 디자인이나 색상이 맘에 든 것도 아닌데 가격까지 비싸다면 망서릴 수밖에 없다. 거절도 잘 못 하는 내 성격이 또 걸림돌이 되었다. 마침 사이즈를 찾으로 갔던 주인이 내게 맞는 사이즈가 빠져 없다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구매하자니 부담스러웠는데 잘됐네 하고 쾌재를 불렀다.
핑계 겸 사지 않아도 미안하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작은 키에 짧은 쇼트 머리를 한 중 늙은 여자가 들어온다. 그 여자의 몸은 다부지고 운동으로 잘 가꾼 군더더기 없는 그야말로 몸테크가 잘된 세련된 그녀였다.
이 가게 단골인지 아님 지인인지 모르겠으나 가게 주인은 반색을 하며 나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유명 브렌드 옷 (K2)을 입은 노년의 여자를 반긴다.
“어머 사모님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착 안기는 말로 그녀를 온몸으로 환영을 하는 주인의 차별성을 느꼈다.
중 늙은 그녀가 말한다.
“봄철이고 꽃구경 가는데 옷 좀 준비하려고.”
K2 옷을 입은 그녀는 문 옆에 서 있는 나를 빠르게 흩어본다. ‘남이 입은 옷은 왜 쳐다보는거야.’ 거리는 벚꽃이 한 창 흐드러지게 피어서 화사한데 나의 기분은 회색이었다.
시간이 아까워 나온 김에 더 둘러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다른 가게로 이동했다. 마침 다양한 옷이 진열된 쇼윈도우에 옷들이 ‘저를 만나고 가세요.’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옷들이 손짓하는 안으로 성큼 들어서니 그곳 직원은 매우 상냥하다. 새 상품 진열을 하고 있다가 무엇을 찾느냐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디자인과 색상을 말하니 위층에 이월된 옷이 많으니 올라가서 보라고 한다.
과연 이월된 옷이지만 봄에 입을 만한 옷이 많았다. 가격도 내 수준에 제격이었다.
두 가지의 옷을 골랐는데 하나의 옷값만도 못하게 저렴했다. 이렇게 아웃도워 옷을 구매하고 조금 전의 기분은 바람에 날리는 벚꽃에 휙 날려 버렸다.
첫댓글 맘에 드는 옷, 잘 고르셨네요.
네 맘에 듭니다
가격도 디자인도요
삼척가는 준비얘요
옷은 값이 문제 아니라 맘에 들어야지요. 명품도 내 몸에맞지 않으면 불편하고 장날표 옷이라도 맘에 들면 다 낡도록 입지요. 내 경우는 그러네요. 그러니 비싼 옷은 없네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