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3년 전에 제가 경험한 일로, 동창 단톡과 문집에 올렸던 글입니다.
어제 여기에 쓴 "사랑 받기와 사랑 하기--어느 쪽인가?"를 쓰고보니 생각나서
올려 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요 남편이며 아버지인 사람은
일생을 통하여 가족을 사랑, 보호, 부양하면서 온갖 고생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는 그 가운데서도 인생의 행복을 맛보며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자신의 수고와 노력으로 가족이 행복해지면, 그것이 곧 자신의 행복이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의 기쁨과 자랑이요 생의 활력소이다.
가족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일상생활을 통하여 여러 가지다.
자상하고 살뜰한 마음씨, 풍족한 물질생활, 빈틈없는 뒷바라지, 기분 좋은
각종 이벤트, 함께하는 국내외 가족여행, 이해하고 격려하는 가정분위기,
사회적인 출세와 명성, 폭넓은 대화와 따뜻한 배려, 가족과 보내는
여가활용, 문화생활, 신실한 신앙생활 등 참으로 많다.
아래 내용은 양보와 여유를 가진 가족사랑의 생리를
‘행복’이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가족행복’을 고취시킨,
실제 있었는 아버지인 나의 향기로운 행복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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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어느 주말 저녁에 서울 살고 있는 대학교수인 맏딸이,
우리 부부 둘만 살고 있는 우리 집에 오겠다고 전화 왔다.
“아빠 엄마가 좋아하시는 한정식 메뉴로 저녁식사 하고 싶어 가겠다”한다.
그래서 인근에 ‘경복궁’이란 고급 한식집에서 보리굴비 한정식을 먹었다.
이런저런 일상과 손녀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중,
딸이 우리 부부를 쳐다보면서 “저는 이번 9월 말경, 국제 환경학회가
러시아에서 열리는데 참석차 며칠간 블라디보스톡을 다녀 오겠다면서
차제에 동생과 같이 다녀오겠습니다”한다.
여기서 말한 동생은 우리 집자녀 중 막내딸로, UN직원으로
최근 ‘UN북한 인권 서울사무소’ 파견근무 차 서울에 근무하고 있으므로
“요즈음 남북한 첨예한 문제로 인한 UN의 격무에 머리도 쉴 겸
휴가 내어 저희 자매끼리만 같이 다녀 오려고 합니다”한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저와 동생, 둘만 출장과 휴가를 겸해서 러시아를
다녀오고, 그리고 추석 후 10월 하순경에 아빠 엄마 두 분만이 오롯이
재미나게 해외여행 다녀오시도록 저희들이 예약주선하겠습니다”한다.
그 말에 듣고 있던 아내는 “그래라, 오랜만에 가정을 가지고 애들 키우며
근무처도 다른, 너희 자매가 같이 해외여행 하면서 즐겁고 좋은 시간
보내는 것이 얼마나 뜻있고 보기가 좋으냐? 우리 둘은 시간 봐서
천천히 가면 되지, 바쁜 게 뭐 있나?”하며, 그렇게 자매가 의견을 모우고
또 부모에게 효심을 나타내는 것이 대견스러워 하며 흐뭇한 표정이다.
아버지인 나도 아내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가며, 저희가 가을에 부모의
해외여행까지 보내 드리기로 뜻을 맞추었다는 효심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득, 아빠와 남편으로서 ‘보다 농도 깊은 가족의 행복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가슴 심연으로부터 솟아 오르며, 이런 생각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이렇게 의견을 제시하며 아내와 딸의 얼굴을 살폈다.
*** “차제에 둘이 같이 시간내기가 힘든 해외여행을 자매가 오붓하게 하겠다는
너의 의견은 참으로 보기 좋다. 또한 이번 늦가을에 부모에게 효도해외여행
시켜드리겠다는 너희의 효심에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이 흐뭇하고 고맙다.
그러나 우리 둘이서 해외여행은 뒤에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얼마 되지 않은 년 전엔 너희들의 주선으로 12일간 크루즈 성지순례도
다녀왔고, 지난 봄철에는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으니 금년에는
해외 여행 안가도 괜찮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너희 둘이 엄마모시고
다녀왔으면 좋겠다. 나는 남아서 여행기간 동안 애들 보살피고 더욱
일찍 등 하교하는 초등학생인 꼬맹이는 내가 챙길 것이니 염려 말아라.”
“또 이 세상의 많은 엄마와 딸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가정을 가졌고
애들이 유치원, 초 중고생 이고 직장이나 일을 가진 두 딸과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엄마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나? 아마 극소수이고 시간을
함께 낸다는 것 자체가 우리 생활현실에 쉽잖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런 기회는 엄마와 너희들 생애에 자주 오지 아니할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네 동생이 UN인권본부가 있는 스위스에 살았기 때문에
엄마와 같이 셋이 불란서 등 여행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더욱 네 엄마가
70대후반인지라 앞으로 해외여행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네 엄마와 둘이서 해외 여행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엄마와 두 딸, 셋이 해외여행하며 여자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많은 대화와
모녀끼리만의 식사시간, 또 쇼핑 등 오순도순, 살뜰하고 애틋한 정감교환,
재밋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아빠와 남편인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이러한 행복을 그 어디에서 찾겠나?
나는 지금 그런 광경을 머리에 생각만해도 행복하고 또 행복하며,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내 딴에는 나름대로 이렇게 진지하게 설파하니, 잠잖고 듣고 있던 딸이 울먹이며
“예, 그러면 엄마 모시고 셋이 가는 거로 하겠습니다. 항공편 숙소 등
예약을 속히 알아보겠습니다”하며 눈가에 촉촉함이 깃든다. 옆에서 가만이
듣던 아내도 눈시울을 붉히며 하는 말 “당신이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줄
몰랐다. 가족의 행복을 그 차원까지 깊이 생각하며 아내와 딸들을 그렇게
사랑하는 줄 정말로 몰랐다. 참 고맙고 행복하다. 당신이 최고야!”한다.
딸도 덩달아 “아빠, 멋있어~ 닭살이야!” 그런다.
곧 전화로 전해들은 막내딸도 “아주 좋아하며 언니와 동감이라” 한다.
이 일 이후로 나는 집에서, 또 자녀들로부터 호의의 사랑눈빛을 받는다.
집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잔소리나 퇴박은 없고 대접이 너그럽게 따뜻해졌고
가족모임에서도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우며 “아버지가 전보다 더 멋있다”한다.
또한 아내는 학교동창이나 친구 등 각종모임에 가서 이번 이야기를 했다 하면서
부인들은 다 부러워하며 나를 칭찬한다고 한다.
이번 계기로 나는 참으로 수지 맞은 장사를 했다.
가족이 행복해지며, 그걸 바라보는 나는 참으로 행복감을 맛보며
덧붙여 가정이 화목해지고 주위의 칭찬을 받으니 말이다.
가족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한 것 보다 더 행복하며, 가족 개개인이 나로
인하여 행복이 더해지면 더없이 내가 행복해 진다는 ‘사랑과 행복원리’는
나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기 가정을 사랑하고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 땅의 보편적인 가장, 아버지, 남편이면 동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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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사랑하면서 느낀 진솔한 행복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엄마와 딸”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인간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변하지 않는 사이가 있다면,
나는 스스럼없이, 주저 없이 "엄마와 딸"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주변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이 좀 먹은 여자의 인생행복의 첫째 조건은 "딸이 있을 것"이고
다음은 건강, 돈, 친구이며, 남편은 아예 순위에도 없단다.
이는, 딸은 평생 동안,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아낌없는 살뜰함과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서로 숨김없이 속내를 들어 내어 보일 수 있는
"이 세상에 평생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영원한 사랑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하는 부부, 좋은 친구
사이를 봐도, 상황과 여건 세월에 따라 소원해 지거나, 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까이서 자기 속내를 숨김없이 들어 내면서, 한평생 변하지 않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욱 살갑게 그리워하며, 계산하는 것 아예 없이
더 못 줘서 안타깝고, 서로 연민과 따뜻한 살뜰함의 눈물을 끊임없이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사이가 이세상에 "엄마와 딸"사이 외에, 그 누구란 말인가?
이 세상에 "이런 유일한 평생 친구"가,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긴 세월, 옆에서 아내와 딸 사이를 보면서 느낀, 부러운 솔직한 심경이다.
아들만 있고 딸이 없는 엄마는 부럽고 속 상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