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화요일: 죄악을 삼키는 바다
PACOMIO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1독서: 미카 7,14-15.18-20 <저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 주십시오.>
복음: 마태 12,46-50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제목: 죄악을 삼키는 바다
1. 허물을 지우시는 자비
살다 보면 과거의 잘못이나 후회스러운 일에 매여 스스로를 탓할 때가 많습니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려고 애썼어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삶의 얼룩 때문에 남모르게 속을 태우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입니다.
오늘 미카 예언서는 낙심한 우리에게 놀라운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들려줍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고, 그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미카 7,19) 버리시는 분입니다.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물건은 다시 건져 올릴 수 없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하느님의 용서는 이처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분은 한 번 용서하신 죄를 다시 들추어내거나, 우리에게 죄인의 낙인을 찍지 않으십니다.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미카 7,18)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입니다. 이 거룩한 자비 앞에서는 우리가 지은 그 어떤 잘못도 안개처럼 깨끗이 사라집니다.
2. 참된 가족의 새로운 기준
예수님께서는 이 무한한 자비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이 말씀은 피를 나눈 혈연이나 고향 같은 지연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믿음으로 하나 되는 큰 영적 가족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선포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참된 가족이 되는 자격은 타고난 신분이나 가문에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겠다는 나의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께 아무 조건 없이 용서의 은총을 받은 우리 역시, 이제는 내 가족이나 내 식구만 챙기는 이기적인 경계를 넘어야 합니다. 교회가 가문과 민족을 넘어 모든 이를 형제자매로 부르는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주님의 뜻입니다.
3. 영적 가족의 완성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이 새로운 가족관계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내 마음을 활짝 열고, 내 곁의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주님의 진정한 영적 가족이 됩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이웃을 자비로 감싸 안고, 공동체 안에서 약한 이들을 정성껏 돌보는 삶이 바로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를 바다 깊은 곳에 묻어버리셨듯이, 우리도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고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내 고집만 내세우기보다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를 존중합시다. 이 자비의 길 끝에서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기쁨과 참된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하느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굳게 믿으며, 오늘 만나는 이웃을 그리스도처럼 정성껏 섬기는 거룩한 주님의 제자가 됩시다.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