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설음
소프트웨어학부 컴퓨터공학전공 2023108101 김예진
최근 우리 집 가까이 있던 마트 하나가 문을 닫았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그 마트는 내가 있다고 인식하기 전부터 있었을 만큼 그 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처음 마트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저 가까운 마트가 사라져 전보다 불편하겠다는 생각에만 그쳤었다. 근데 그 뒤로 외출을 하면서 그 쪽을 지나치게 될 때마다 괜히 한 번씩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 낯설었다. 사실 마트 뿐 아니라 어떤 업장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바뀌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다. 그리고 평소 나는 이러한 일에 큰 감흥없이 살아가는 편이다. 근데 왜 그 마트에 한해서는 이 익숙한 일도 낯설게 느껴졌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 몇 주 전에 느꼈던 또 다른 낯설음이 떠올랐다. 그때는 하굣길이였고, 날씨가 추웠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대학교 입학 후 캠퍼스를 거닐면서 계속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더워졌었는데, 추워지는 때가 왔다니 낯설다.’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느꼈던 이 두 가지의 낯설음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관련이 있다고 보았고, 나만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선 내가 생각한 두 낯설음의 공통점은 둘 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낯섦을 느꼈다는 점이다. 마트가 문을 닫는 것도 익숙한 일이고, 날씨가 추워지는 것도 순환하는 계절의 일부이기에 익숙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익숙한 것이 내게 낯설음을 느끼게 했을까?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그것이 나의 일부 혹은 나와 가까운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다고 생각되는 ‘마트가 폐업을 하는 것’과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 나와는 독립된 현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낯설음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폐업하게 된 마트가 나의 동네에 있었으며, 그곳을 이용하거나 지나다녔던 ‘나’의 경험이 있고, 추위가 찾아온 캠퍼스도 ‘나’의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즉, 그것들이 나의 일부가 되었기에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사랑’, ‘죽음’이라는 익숙한 개념을 내가 겪었을 때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것도 위와 같은 논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낯설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요약하자면, 익숙하다고 느꼈던 것도 막상 나의 일부가 되거나 나와 가까운 것이 되면 낯설게 되고, 그렇기에 삶은 익숙하다고 느꼈던 것이 사실 내겐 낯선 것이였음을 계속적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과도 같다는 것이다.
첫댓글 마트의 폐업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거기 그것이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고, 그래서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이지요. 왜 폐업을 하게 되었을까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되고,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게 될까를 생각해보기도 한답니다. 봄에 입학해서 가을이 오기까지 따뜻하게만 느꼈던 캠퍼스에 겨울이 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경험과 기억을 배반하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의 경험과 기억은 물론,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나의 경험과 기억에서 변화가 감지되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것인가? 그러면 그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