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로맨스 원본 : http://cafe.daum.net/kissfancafe
총 35편 完 예정
불펌할 시 신고 들어갑니다.-_-
-------------------------------------------------------------------------------------
8. 그들의 과거.
때는 1993년 서울. 찌는듯한 여름이었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때는 아신이 6세. 슈헤이가 14세 때의 일이었다. 지운과 슈헤이의 아버지, 나카야마 켄타로 (中山 建太郞)는 절친한 친구였다. 어렸을 때, 켄타로가 한국에 이민와서 한국의 고등학교에 다녀야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켄타로는 한국으로 이민까지 오면서 공부를 했다. 일본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모두가 그를 경멸하고, 왕따를 시켰는데 전교회장인 지운이 그를 보호해 주었다. 덕분에 지운 또한 친일파라며 욕을 얻어 먹었지만 말이다. 야마다는 '어째서 자신같은 일본인 따위를 보호해 주느냐'라고 지운에게 물었다. 지운은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쁜건 일본 군인들이지 힘없는 자네까지 꼭 나쁜놈 이라는 법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두사람은 베스트가 되었다.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가싶다. 결국 한국땅에서, 지운이 일본인인 그를 구해준 셈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살다가 그들은 다시 만났다. 서로의 가족을 데리고 오면서 말이다. 당시, 6살이었던 아신은 외동딸인지라 무척 외로웠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슈헤이 또한 외아들이었다. 서로를 유심히 관찰하던 도중, 6살바기 아신이 말했다.
"나, 이 오빠가 좋아!"
"오오, 우리 공주님. 슈헤이군이 마음에 드니?"
"응! 내가 찜했져."
"하하하! 역시 자네 딸이라 눈이 높구만! 안그래요? 당장 결혼시킵시다!"
"아하하! 우리 공주가 보는눈이 있지."
아신은 활짝 웃으며 슈헤이의 옆으로 붙었다. 그러나 무표정의 슈헤이가 그녀를 밀쳐냈다. 보통 아이 같았으면 울었겠지만 아신은 울기는 커녕 헤실 웃기고만 있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바보'라고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것이 슈헤이가 아신에게 내민 첫마디였다. 당시, 사춘기가 찾아와 반항기가 조금(…) 있었던 슈헤이였다. 아신은 슈헤이에게 기대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오빠, 한국말 잘해? 이름이 뭐야?"
"잘해. 이름은 슈헤이."
"와아, 아까 '빠카'는 뭐야? 박하스?"
"…알 필요 없어."
슈헤이의 차가운 말투에 뾰루퉁한 아신. 갑자기 무언갈 찾으러 나갔다. 그녀의 행동에 호기심이 생긴 슈헤이의 눈동자가 아신을 쫓기 시작했다. 아신은 특이한 가면을 가지고 오더니 자신의 조그만한 얼굴에 갖다썼다. 엄마의 빨간 스카프로 망토를 만들고, 그의 앞에 섰다.
"정의의 용사 후뢰시맨! 오늘의 임무는 슈헤이를 웃겨라!"
"…에?"
"개그 입니다! 곰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은 뭐게?"
"……."
곰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 산? 그녀의 퀴즈에 슈헤이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반응을 나타내자 아신은 씨익 웃으며 슈헤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썰렁 개그는 지운이 아신에게 자주 써먹던 것이다. 나중에는 너무 썰렁한 나머지 지운의 저녁밥은 아신이 치워버렸지만 말이다.
"정답은 '문'이야."
"…왜 문이야?"
"으음, 자 봐봐. 한글로 곰을 거꾸로 쓰면? 문이 되지요! 히익, 때리지 마!"
"…풉!"
자신이 생각해봐도 너무 썰렁하다. 아신은 방어 자세를 취하며 슈헤이에게 때리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무표정의 슈헤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게 아닌가? 혹시 재미있어서 웃는건 아니겠지.. 라며 생각한 아신이건만, 아니였다. 하도 어이가 없는 개그였기 때문에 웃은 것이다. 그래도 그가 웃자 임무를 성공한 아신의 기분이 좋아졌다. 아신의 애교와 유머 덕분에 슈헤이의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같이 서로의 집에 놀러 오고,가며 그들은 정을 쌓기 시작했다. 지루한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다시피 집으로 도착하면 늘 아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이 바쁘실 때는 슈헤이가 저녁을 차려 주기도 했다. 어느날, 부엌에서 슈헤이가 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아신이 다가온다.
"오빠, 이건 뭐야?"
"김치찌개인데.. 몰라?"
"응.. 매운건 시러."
"먹어볼래?"
"…우웅."
"맛있니?"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먹어 본 아신의 눈이 커졌다. 자신은 매운것을 싫어해서 엄마가 싱거운 음식들만 해줬었다. 김치 또한 적당한 맛으로 먹고는 했다. 그녀는 처음 먹어보는 맵고, 달콤한 찌개의 맛에 반했다. 슈헤이가 한모금 먹여주자, 계속 퍼먹는 아신이다. 보통 어린 아이들에게는 뜨거워서 먹지도 못할텐데 그녀는 잘도먹는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슈헤이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나 밥줘!"
"그래."
그날, 아신은 밥을 무려 3공기 씩이나 먹었다고한다. 그들은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또 중요했다. 지나간 날이 추억이 되었고, 아신 또한 슈헤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했다. 미래에 결혼 까지 약속한 사이가 되었으니 아무 걱정 없으려나 싶었건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찾아 오는 법. 켄타로가 작은 회사를 차렸고, 지운 또한 켄타로의 회사를 도와주기로 했었다. 한참 학교를 다녀야할 슈헤이지만, 켄타로의 회사를 이어 받아야 했기 때문에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아주 먼 나라.. 미국으로말이다. 슈헤이는 켄타로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 가기 싫습니다."
"어쩔수 없다.. 가야만해."
"아신.. 우리 아신은 어쩌구요?"
"아신은.. 한국에 남는다."
"…혼자 남기고 떠날수는 없습니다."
"준비는 다 끝났어. 곧 떠날 준비를 하렴."
어린 아신을 혼자 남기고 떠난다야 한다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가도, 함께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그들은 너무 어렸다. 아신 또한.. 한국에 적응한지 얼마 안된 어린 아기와 같았다. 슈헤이는 주먹을 쥐며 눈을감았다.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녀를 지켜줄 수도, 먹일 수도, 옷을 입힐 수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른이 되어야한다. 돈을 벌어서 그녀에게 다시 돌아와야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녀가 행여나 자신을 잊어 버릴지가 두려웠다. 그의 발길이 아신의 집 앞에 멈추어있었다. 벨을 누르자 곧바로 아신이 뛰어오며 그를 맞이했다.
"오빠야, 오늘 오빠 주려고 반지 만들었어!"
"반지?"
"난 돈이 없어서 금반지는 못샀지만! 내가 꽃으로 만들었져. 우리 약혼 반지야!"
"…그런건 또 어디서 배웠어?"
"드라마! 헤헤."
6살바기의 머리속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 나온다. 정말이지, 이럴때는 영악하다고 해야하나? 그가 또한번 웃음을 터뜨린다. 아신의 작은 손이 슈헤이의 손을 잡자, 그는 놓칠세라 꽉 잡고 그녀를 따라갔다. 자리에 앉은 두사람. 아신이 정성스레 만든 꽃반지를 슈헤이의 새끼 손가락에 조심스럽게 꼈다. 슈헤이 또한 아신에게 꽃반지를 껴 주었다. 아신은 활짝 웃으며 슈헤이에게 말했다.
"지금 우린 약혼했어!"
"쿡쿡, 그래."
"내가 어리다구 딴 여자한테 한눈팔면 주거!"
"…그건 또 어디서 배웠어?"
"드라마!"
"하아, 알았어. 한눈팔지 않을게."
슈헤이가 웃으며 아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록, 꽃반지여도 아신이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슈헤이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값진반지였다. 이렇게나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데 떠나야 한다니.. 아신에게 어찌 말해줄지 참 난감했다. 잠자리에 들기전, 두사람은 꼭 부둥켜 안으며 창문 밖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신은 잠이 안왔는지 슈헤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달라고 조른다. 그는 어쩔수 없이 아신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잠이 들었나 확인을 하면서,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의 아신, 오빠가.. 멀리.. 떠나야 할지도 몰라."
"……."
"아신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내가.. 미워."
"오빠.."
"헉, 아신. 아직 안잤어?"
"어디.. 가? 아저씨랑?"
"……."
아신이 잠들지 않고 깨어있었다. 당황한 슈헤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땀을 흘려댔다. 아신의 울먹이는 눈빛을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에게 상처 입히지 않도록 슈헤이는 머리를 굴려야했다.
"여행.. 가는거야. 아신에게 줄 선물 사러."
"여..행? 오빠네 가족이랑?"
"응. 아신은.. 아직 어려서 안된데. 오빠만.. 된데."
"…선물 많이 사올꺼지?"
"응, 우리 아신. 뭐 갖고 싶은거 있어?"
"슈헤이."
"……."
"난 오빠를 갖고 싶어! 그러니까, 오래 있지 말고 빨리,빨리 돌아와야해?"
"그래.."
아신의 눈가에 맑은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6살바기 답지 않게 똑똑했다. 상황 파악도 뛰어났다. 이미 아신은.. 그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리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슈헤이를 갖겠노라고 생각한 무서운 꼬맹이다. 두사람은 떨어질세라 꽉 안으며 잠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슈헤이 가족이 떠나는 날이 온것이다. 짐들은 이미 미국에 보냈고, 간단하게 가방만 챙기면 준비는 끝이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옆집의 아신네가 걱정이 되어서 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슈헤이는 아신에게 찾아갔다. 역시나, 아신은 지운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 슈헤이는 가슴에 손을 쥐어 잡았다. 아신의 눈물 때문에 통증이온다. 지운이 아신을 달래주며 떠날 준비를 했다. 아신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떠난다는 것에 슬퍼서 우는 것이다. 저만치, 담장너머 슈헤이의 모습이 보이자 아신은 재빨리 자신의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는 듯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에게 달려갔다.
"오빠, 새끼 손가락줘봐!"
"응…"
"자아,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을합시다."
"……."
"나, 민아신은. 슈헤이가 돌아 올 때까지 울지 않고 기다리며, 다른 남자를 쳐다보지 않는다."
"아.. 나 슈헤이는. 한국에 돌아 올 때까지 울지 않고,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 않는다."
"좋아! 이제 약속. 약혼 반지에 걸고 맹새하는거다?"
"응, 아신.. 선물.. 사올게."
"선물 같은거 필요 없어. 그냥, 오빠야는 건강한 모습으로 와줘."
"너 정말, 6살 맞니? 또 드라마에서 외웠지?"
"헤헤헤, 오빠가 알려준 일본어 공부 마니 하고 있을테니까!"
아신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슈헤이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아신의 기습뽀뽀에 얼굴이 빨개진 슈헤이. 지운과 야마다가 그런 두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드디어,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슈헤이와 야마다, 지운은 차에 올라탈 준비를 했다. 아신은 자신의 자전거로 배웅나가겠다며 엄마를 조른다. 슈헤이는 아신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신, 위험하니까 자전거 조심히 타!"
"응! 오빠, 공부 열심히 해!"
"자, 가자."
"…네."
마지막으로 슈헤이가 차에 올라탔고, 차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슈헤이는 조금만이라도 아신의 얼굴을 보고 싶은듯 고개를 돌렸다. 아신이 울먹이며 자전거로 쫓아오기 시작한다. 위험한데.. 슈헤이는 중얼 거리며 그녀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신은 차가 점점 멀리 떨어지려 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슈헤이가 타고있던 차는, 차도로 향하기 시작했고 아신 또한 멀리까지 나갔다. 더이상 쫓아갈 수 없었던 모양인지 아신은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나.. 나는.. 멋진 숙녀가 되서.. 오빠한테.. 흑! 시집갈꺼야. 흐어엉."
아신은 꽃반지를 쳐다 보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차마 앞을 보지 못하고 자전거를 옮기다가, 저만치 차소리가 들린다. 아신이 고개를 돌려 보자 승용차가 아신을 덮쳤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아신은 힘없이 자전거 위에서 쓰러져 버렸다. 자신이 끼워진 꽃반지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작은 손으로 반지를 잡으려 애썼지만, 구급차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슈헤이의 이름을 부르며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 2006년 서울. -
아신은, 오랜만에 옛날 꿈을 꾸어서 기분이 좋다가도, 슬퍼졌다. 그녀가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첫사랑은 돌아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립다. 보고싶다. 자신의 첫사랑인지는 알겠지만, 교통사고 이후, 그의 이름을 기억 할 수 없었다. 현실.. 도피일까. 아신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오늘은 슈헤이가 자신의 데뷔 문제로 회사에 가있다.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앨범이 쥐어져 있었다. 앨범을 열어 보니 추억이 가득한 사진이 놓여져 있었다. 한장, 한장 넘기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이 사진.. 오랜만이네."
사진 속에는 슈헤이가 갖고 있던 그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었다. 노란 병아리의 여자아이와 교복 차림의 소년의 모습. 아신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남자의 얼굴을 쓰다 듬기 시작했다. 그리워 하는 주인공이.. 이 남자다. 자신의 첫사랑.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 그녀에게 딱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를..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나는 것 이었다. 자신의 약혼자를.. 남편을 말이다. 아신은 사진을 꺼내 그에게 입맞추기 시작했다. 그와 다시 만난다면..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리라 다짐한 아신이다.
첫댓글 ;; 왜 아무것도 뜨지 않을까요..
왜 아무것도 안뜨죠 ? ㅇㅅㅇ ;;;
수정 했답니다;;
아..나의 머리로 얘기가 이해가안대ㅜㅜㅜㅜ다음에 이해해서 다시 읽어야겠어,,ㅠㅠㅠㅠㅠ
아 참 성숙한아이들이군요 - - 허허허
난슈헤이가좋아............흐음아신이의 기억상실증이군!!!!!!!!!!!!!!!!작가님건필하세요♡
멋진 과거네요..... 아신이.. 빨리 기억했으면 해요~~
암튼 너무 재미잇어요 ^^
음.. 8살 차인가요?
빨리 기억해냈으면~ 흐음..
빨리 기억이 회복되었음 하네요,ㅋㅋ
ㅠㅁ ㅠ 글씨좀만 크게 해주셔요 ㅠㅁ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