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브이로 음악차트 뒤집었다
'3군'으로 불리던 중소돌이 2년 만에 멜론 차트 정상에 섰다.
배우와 스포츠 스타, BTS까지 이들의 손동작을 따라 하고, 멤버들의 고향 지자체가 앞다퉈 홍보대사로 모셔갔다.
대형기획사 자본 없이 유튜브로 판을 뒤집은 걸그룹 리센느의 2년을 들여다봤다.
2024년 3월 데뷔해 3년 차를 맞은 5인조 리센느(RESCENE)는 코어 팬덤과 업계에서는 음악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았던 팀이었다.
상황을 바꾼 건 신곡도 대규모 광고도 아닌, 리더 원이를 중심으로 한 유튜브 예능 채널이었다.
이미 나온 음악의 경쟁력에 멤버들의 캐릭터와 중소 기획의 성장 서사가 결합되며 2년 전 곡까지 차트로 소환됐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반전은 유튜브에서
리센느를 키운 더뮤즈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가 이 팀 하나뿐인 작은 회사다.
대표 이주현은 보컬 그룹 '하이브로우' 출신으로, 경영진 상당수가 버클리 음대 선후배로 꾸려졌다.
설립 초기 자본금 은 1000만원 수준이었고, 비가 새는 지하 연습실에서 멤버들이 훈련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로 구성된 리센느는 한국인 넷과 일본인 하나가 섞인 팀으로, 데뷔 당시 평균 나이가 열일곱이 채 안 됐다.
완전 무명은 아니었다.
2024년 3월 데뷔 음반은 초동 3만4000여 장으로 역대 K팝 걸그룹 데뷔 음반 초동 10위에 올랐고,
2025년 11월 미니 3집은 초동 10만 장을 넘기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이 성과가 코어 팬덤 밖으로 확장되지 않았다는 점,
음반은 팔리지만 음원 차트와 방송에서는 존재감이 없어, 4.5세대 아이돌 경쟁에서 1.2군에 합류하지 못한 '3군'으로 분류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대형 기획사식 프로모션을 기대할 수 없던 리센느가 택한 건 유튜브, 그것도 음악 홍보 대신 B급 감성과 친근함을 앞세운 방식이엇다.
원이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는 지난 2월 개설 후 구독자 137만 명,
누적조회수 2억4000만 회를 넘겼지만 정작 리센느 노래 영상은 하나도 없다.
멤버들의 일상과 예능, 커버 영상이 전부다.
이 채널은 원래 한 기업 홍보 프로젝트에서 원이를 진행자로 섭외하던 솔파스튜디오가 낮은 인지도 탓에 기획이 거절되자
방향을 바꿔 만든 자체 채널이다.
전환점은 3월 말 영상이었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갸루 콘셉트로 등장하자 거제 출신 원이가 농담을 던졌고, 미나미가 뒤집힌 V자를 만들며
'거제, 야호~'리고 받아친 장면이 순식간에 퍼졌다.
이후 멤버 각자의 유행어와 캐릭터가 채널 화제성을 끌어올렸고, 원이.미나미가 실제 거제를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한 '통닭집엔 관광객까지 몰렸다.
이 흐름으로 리센느 전원이 거제시 홍보대사가 됐고, 이어 리브(수원).제나(경주).메이(고양)까지
한국인 멤버 전원이 자기 고향 홍보대사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K팝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역주행을, 좋은 비주얼과 성실한 멤버들에 경영진이 직접 발로 뛴 홍보가 겹친 결과로 봤다.
그는 '강하고 도도한 이미지의 걸그룹이 주류를 이루며 쌓인 피로감의 반작용으로, 소탈하고 헝그리 정신을 갖춘 리센느가
20.30대 남성 정서에 파고든 것'이라며 '원래 나쁘지 않았던 2년 전 곡이 원이 채널 흥행과 맞물려 재조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 흙바닥에서 춤추고, 적은 팬 앞에서 대여섯 시간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
요즘 보기 드문 헝그리 정신이 쌓여서 나온 결과'라고 정리했다.
2024년 8월 발매곡 '러브어택'은 올 상반기 멜론 일간차트에 재진입해 7월 8일 밤 톱100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발매한 카라 동명곡 리메이크 '프리티 걸'도 하루 만에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 선곡을 두고는 카라의 인지도에 기댄 무난한 평과 함께, 원곡이 일본에서 크게 흥행했던 만큼 향후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7월14일 현재 멜론 톱100엔 '러브 어택'(1위). ㅍ리티걸'(6위), '데자뷰'(23위), '런어웨이'(40위)까지 네 곡이 올라 있다.
흥행은 차트 바끙로 번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신인 아이돌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리센느가 1위, 원이.미나미가 개인 평판 1.2위에 올랐다.
도미노피자는 이들을 '젠지 아이콘'으로 내세워 모델로 발탁했다.
'거제 야호' 손동작은 새 촬영 포즈로 자리 잡아 배우 조승우.소지섭이 제직발표회에서 선보였고, 프로선수들도 세리머니로 따라 했다.
BTS 정국.뷔.진도 '야호' 밈에 동참했는데, 11년차 BTS 팬을 자처해온 미나미는 이 반응에 '성덕'이 된 소감을 전해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예능에서도 JTBC '아는 형님'에 원이.미나미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엔 맴버 전원이 출연해 화장실 하나를 다섯 명이 함께 쓰던
예전 숙소 사연을 공개하며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문체부는 6월 중소 기획사 아이돌 해외 진출 지원 사업 대상으로 리센느를 선정했고,
같은 달 벤처캐피컬로부터 20억원 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논란도 있었다.
원이의 사투리 표현이 특정 정치 성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으로까지 번졌지만,
경상도 일상어라는 반론이 우세했고 거제시가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 제기 측 일부도
유감을 표했다.
인기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옹호 여론이 확산됐다.
대세 넘어 1군까지 남은 조건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B씨는 'AI 콘텐츠와 정교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발로 뛰며 만들어진 예측 불가능한 성장기 자체가
희소한 콘텐츠가 됐다'며
'대표와 직원들이 손편지를 들고 방송가를 돈 일화까지 알려지며 대중이 회사 전체를 하나의 성장 서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냉정한 시각도 있다.
A씨는 지금의 리센느를 3군에서 벗어난 1.5군 정도로 평가하며 '1군은 보통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아일릿 정도인데
리센느가 화제성은 압도적이지만 거기까지 갔다고 보긴 이르다'고 짚었다.
그는 관건으로 후속 히트곡과 해외 팬덤을 꼬븡며 "'안원잘부' 댓글창만 봐도 외국어가 거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영진읭므악적 안목에 투자까지 유입되기시작한 만큼 좋은 곡과 제작진을 확보할 여지는 있다는 게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다.
2025년 연말 일본 본가를 찾은 미나미는 새해 목표로 5시간 동안 붓을 잡고 '백화요란(百花요乱)' 네 글자를 썼다.
온갖 꽃이 한꺼번에 만발해 화려하다는 뜻이다.
미나미는 '리센느가 백화여란의 시대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멜론 1위 소식이터졌다.
서예 경력 30년이라는 한 팬은 그 영상 댓글에 '그대의 마음에서 시작했던 하나의 진심으로 인해
그대의 백화들은 이제 온 세상을 요란하게 하고 있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김태현 우먼센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