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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거된 증거물
[최소한 당일에 남산에 들른 용의자들은 없습니다.]
강 형사가 추 경감에게 보고했다.
[ BR> 임 장치가 아니더라도 원격조정 장치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
까.]
[그럼 그 많은 용의자들을 쫓아다닌 게 모두 헛수고 아닙니
까?]
강 형사가 투덜댔다.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시작하는 시점에서야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우리는 대비할 수밖에 없는 거야.]
추 경감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반장님이 이번 일로 신경이 곤두서긴 서셨네요. 이렇게 말
몇 마디에 신경질 부리시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려.]
[뭐야!]
추 경감이 쌍심지를 돋웠지만 강 형사는 느물거리며 웃었
다.
[국과수에나 가보기로 하지요. 들어오시라고 연락이 왔습니
다.]
추 경감은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 능구렁이로구만. 이제 세종이 아빠라는 별명은 취소
> 야!]
[아니 왜요? 장가가려는 제 유일한 희망의 별명인데.]
[능구렁이한테 시집오는 여자는 없어. 빨리 가기나 해!]
추 경감은 발을 들어 강 형사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국과수에 도착하자 이미 대책본부의 주요인물들이 모두 모
여 있었다.
[어서 오시오.]
김 차장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권했다.
[모두 모였으니 시작하지.]
김 차장의 말이 떨어지자 한 남자가 단상으로 나왔다.
[김동호라고 합니다. 어제 수거된 증거물을 철야로 조사한
끝에 흥미있는 사실들을 여러 가지 발견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불이 꺼졌다. 김동호가 스위치를 누르자 단상에는 슬라이드
화면이 나타났다. 미색의 플라스틱 덩어리 같은 것이 나타
났다.
[이것은 현장에서 수거된 물품입니다. 편의상 증거물 1호라
고 부릅니다. 이것은 강화 플라스틱입니다. 이렇게 파괴하
기 위해서는 강력한 폭약이 필요한 매우 단단한 물체입니
다. 이 부서진 단면을 보면 깨끗하게 잘려나간 것이 아니라
녹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서질 때 고열에 노출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점으로 볼 때 범인은 폭약을 잘 다
루는 인물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화면이 바뀌었다.
> [증거물 2호입니다. 이것은 외부 스피커가 부서진 것입니
다. 이 스피커는 국산 아므로 전자에서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이고 국내 대기업 여섯 군데에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수출국
가는 일본을 비롯해서 18개국입니다. 납품처와 수출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슬라이드 화면이 도표로 바뀌었다.
[이 회사의 스피커는 자체 상표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수거
된 제품은 OEM으로 납품된 것입니다. 어디에 납품된 것인지
는 알 수 없습니다. 범인이 내국인이라면 납품되는 6개 회
사 중 하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슬라이드의 화면이 바뀌었다.
[증거물 3호입니다. 이것은 녹음 테이프의 릴 중 약간 부분
입니다. 재생해 보았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분석 결과 의외의 것을 알
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테이프에는 분명 녹음이 있었습니
다. 하지만 사람은 들을 수 없는 녹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테이프는 80킬로사이클로 녹음이 되어 있었<.daum.net/renenshu71" target=_blank> 습니다. 우리
는 사이클을 낮추어서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녹음
을 따보았습니다. 이제 그 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어떤 폭발음 같은 소리가 짧게 울려퍼졌다.
[불행하게도 저희들이 건진 소리는 이것이 다입니다. 하지
만 이것을 바탕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김동호는 불을 다시 켰다.
[이상의 증거물로 저희들이 알아낸 것은 범인은 스피커 증
폭장치를 남산에 숨겨두었다는 것과 이 증폭장치에 녹음된
것은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개에게는 들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범인이 강력한 폭약을 사용하여 이 장치
의 해체를 시도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범인의 지문이나 다른 흔적은 전혀 발견해내지 못했습니다.
]
맹 경감이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소리를 들려주고 자문을 구한
결과 폭발음이나 맹수의 포효 같은 것을 개가 오래 들으면
일시적으로 광란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실험을 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추 경감의 가설이 맞는 것 같구만.]
김 차장이 추 경감을 돌아보았다.
[용의자들 중 지금 이 새로운 증거물을 가지고 압축해낼 만
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추 경감을 바라보았다.
[스피커 납품처인 오성 컴퓨터 연구소에 있는 안수인이라는
사람입니다. 안수인은 군대에 있을 때 발파 전문가였습니
다.]
[하하하, 우습지?]
박진환은 안수인과 아침을 먹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민은수와 박봉순은 대책본부에 가보겠다며 아침 일찍 서울
로 떠났다.
[너 같은 꽁생원과 나 같은 무능력자를 묶어서 이런 대학살
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니 말이야.]
안수인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밥만 먹고 있었다.
[이게 충격 먹었나? 아니면 어제 더윌 먹었나? 얌마, 말 좀
해봐.]
[밥이나 먹어.]
[흥, 하기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 이거지?]
하지만 밥은 박진환이 싹싹 먹어치우도록 안수인은 반도 비
우지 못했다. 박진환은 아침에 배달되어온 조간신문을 펼쳤
다. 거의 전면이 남산의 사건에 대해서 쓰고 있었다. 사건
의 경위, 경찰의 대응, 여야간의 논쟁, 개 전문가들의 발
언, 범인에 대한 저주로 신문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박진환
은 외신난이나 보자고 뒤적여보았다.
[이런 젠장할!]
박진환은 잠깐 외신난을 들여다보다가 집어던졌다.
[빌어먹을 기사들뿐이군. 빌어먹을 기사뿐이야.]
안수인은 눈길을 주는 듯 마는 듯 천천히 밥을 먹고 있었
다.
더니 거기도 모두 젠장할 개새끼 이야기밖에 없구만. 하나
는 미국 측에서 이것이 북한이 세균전을 개시한 것이 아닐
까 의심한다는 기사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의 어떤 미친 여
배우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에 천벌이 내렸다는 기사구만.
이런, 정말 기분 드럽군 그래. 보신탕이나 먹으러 가볼까?]
[금방 배 터지게 먹고는 정말 먹성도 좋군 그래.]
안수인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산에 보신탕을 잘하는 집을 하나 아는데 한번 가볼까?]
안수인의 말에 박진환은 반색을 했다.
[하하, 그래. 자네가 식도락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럼
가봐야지. 세상 사는 재미에서 먹는 것 말고 뭐가 있겠어?
당장 떠나자고.]
[뭘 그렇게 서둘러?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나?]
안수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음, 쫓아온다? 어제 그런 사고가 났으니 오늘 자넬 잡으러
올지도 모르지. 경찰 나타나기 전에 빨리 뜨는 게 상책이
야.]
박진환이 일부러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수인도 따라서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떠나볼까?]
음식점을 나온 안수인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야, 수인아. 거기는 왜 가?]
박진환은 골목을 돌다가 깜짝 놀랐다. 안수인이 지프차를
몰고 골목길을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야, 이게 웬 지프차야!]
박진환이 반색을 하면서 지프차에 올라탔다.
[퇴직금이 어제 나왔다. 그걸로 샀어.]
[근데 너 면허는 있냐?]
[너 모르냐? 나 공병대 수송트럭 몰고 다녔잖아.]
[트럭 몰고 다니는 것보다는 돌덩이 깨는 게 네 전문이었잖
아.]
[폭약 다루는 거야, 나보다는 특공부대 출신인 네가 전문이
지. 아무튼 운전은 할 줄 알아. 너 죽이지 않을 테니까 입
다무셔.]
[뭐, 아무래도 좋다. 새 차를 타고 한번 씽씽 달려보자!]
지프차는 두 사람을 태우고 바람처럼 달려갔다.
민은수와 박봉순이 대책본부에 도착했을 때 추 경감과 강
형사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들뜨고 바빠서 두 사람을 아
는 척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잠깐 나 좀 봐.]
박봉순이 민은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왜?]
민은수의 물음에 박봉순은 대답하지 않고 무조건 잡아끌며
대책본부 밖으로 민은수를 데리고 나왔다.
[도대체 왜 이래?]
민은수가 다시 재촉하자 박봉순이 주위를 살피고 조심스럽
게 말했다.
[빨리 진천으로 돌아가야 해요.]
[응?]
[경찰이 수인이를 잡아들이려 해요.]
[뭐?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터무니없
이를 잡으러 진천으로 떠난 모양이라고.]
민은수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괜찮을 거야. 수인이를 어제 보지는 못했지만 서울에 오진
않았을 거야.]
[우리가 알리바이를 만들어줄 수도 없잖아. 수인이하고 진
환이가 걱정이 된단 말야.]
[흐흠, 우선 전화를 좀 해보자.]
민은수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구란도 사건 이후에
통신 두절에 대한 공포감으로 구입한 전화였다.
[303호 박사님이오? 아침에 친구분하고 식사하러 나간 뒤로
안 들어왔습니다.]
민은수는 전화를 끊고 박봉순에게 말했다.
[아침 먹으러 나가서 안 들어왔대. 우리가 내려가 보도록
하지.]
[그럼 빨리 터미널로 가자.]
박봉순이 몸이 달아 도로로 나가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
다. 다행히 금방 택시가 잡혔다.
[명동으로 가주세요.]
민은수가 기사에게 말했다.
[왜? 사무실에 갈려고?]
박봉순이 뾰족한 어조로 물었다.
[응.]
민은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바쁜데 꼭 지금 가야 돼?]
[응.]
민은수는 짧게 대답하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박봉순은 기가
막혀서 창 밖만 바라보았다. 사람 맘을 이렇게 몰라주다
다.
명동에 도착하자 민은수는 정말 자기 사무실 쪽으로 향했
다. 박봉순은 쫓아가기도 싫었지만 꾹 화를 누르고 뒤를 쫓
았다. 그런데 민은수는 건물에 들어서자 사무실이 있는 3층
으로 가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타.]
민은수는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 앞에서 말했다.
[뭐, 뭐야? 이거 민 소장 거야?]
박봉순이 깜짝 놀라 말했다.
[왜 차 있단 말을 안 했어? 한번 태워주지도 않고.]
달리는 차 안에서 박봉순이 투덜댔다.
[운전하면서는 닥터 박의 미모를 감상할 수가 없잖아. 아무
래도 신경이 쓰여서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없고.]
민은수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 말 진심이야?]
박봉순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고 말고. 그런데.]
민은수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 [이런, 전화 좀 받아줘.]
박봉순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이런, 누나! 나 진환이야.]
[진환아, 너 지금 어딨니?]
박봉순이 다급하게 물었지만 박진환은 여전히 태연한 목소
리로 말했다.
[히히히, 민 소장님이 이제 전화도 누나한테 임대한 모양이
네 그려.]
[잔말 말고 너 어디 있는 거야?]
[여기가 어디냐고? 음, 천안이야.]
[천안? 천안에는 왜 갔어?]
[놀러왔지. 백수가 뭐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는 줄 알아?]
[그래, 수인이는 또 어딨는 줄 알아?]
[수인이? 수인이도 여기 있어. 우린 오산으로 가는 길이야.
]
[오산에는 또 무슨 일로 가는데?]
[보신탕 먹으러.]
[뭐?]
박봉순이 놀라서 꽥 소리를 질렀다.
[개들만 사람을 먹을 수 있나? 우리도 복수를 해야지. 오늘
한번 몇 마리든 끝장을 낼 각오로 한번 먹어볼 생각이야.]
[너 미쳤어? 멀쩡한 애가 왜 보신탕 타령이야?]
[보신탕 좋아하면 멀쩡한 애가 아니란 말이야? 그것 참 말
이 심하군 그래. 민 소장님도 잡숫고 싶으면 오산으로 오라
고 해. 수인이가 퇴직금 받은 걸로 산다고 하니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경찰이 수인이를 잡으러
고.]
[그건 무슨 소리야? 농담이겠지?]
[내가 그런 걸로 농담할 사람이야?]
[그럼 정말이란 말야? 왜?]
[왠지는 몰라. 아무튼 한국 경찰 중에서 최고의 경찰이 체
포하기 위해서 진천으로 내려갔단 말야. 필시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너 수인이 곁을 떠나지 말고 잘 지켜. 며칠
만 잘 피하면 별일 없을 거야. 그놈의 범인이 며칠씩 잠잠
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고.]
[하하하, 누나도 참. 죄도 없는데 왜 숨어서 지내? 찾으면
가서 만나보지.]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이번 일로 얼마나
세상이 시끄러운지 몰라서 그래? 이런 때 용의자 운운하는
일로 언론에 노출되면 인생 종치는 거야.]
[으음, 수인이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난 공짜로 내 시집 선전이 될 절호의 찬스 같은데? 살인마
박진환의 시집 미친 개의 포효! 이러면 난 돈방석에 앉을
거야!]
[경찰이 넌 제껴두었으니까 신경 꺼라, 응.]
[아무튼 우리는 오산으로 가니까 경찰 아저씨들이 물으면
그렇게 전해줘. 누나 몸 조심해! 민 소장한테.]
박진환은 '민 소장한테'라는 말을 작은 소리로 끼워넣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오자 담배를 피워물고 있는 안수인이
보였다. 경찰이 저 꽁생원을 용의자로 쫓고 있다고? 이거야
말이 씨가 된 꼴 아닌가? 박진환은 이 일을 안수인한테 알
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젝트를 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라는 게 뭡니까?]
[음성인식 장치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게, 뭡니까? 그런 용어들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그러실 겁니다. 이제 연구실에 왔으니까 직접 한번 보시지요.
그게 이해가 빠를 겁니다.]
연구실의 문에는 안수인, 장호철의 이름이 문패처럼 붙어 있었
다.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저는 여기서 이만.]
소장이 허리를 꾸벅하며 인사를 했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나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추 경감도 웃으며 답례를 했다. 연구실 안에 일행이 들어섰다.
여러 가지 기계들이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산만하게 되어 있지요?]
장호철이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까 설명하시려던 것을 부탁드립니다.]
[음성인식 기술이오? 알겠습니다.]
장호철은 연구실 안에 만들어진 유리문 같은 것 앞으로 가서
섰다.
[문.]
그가 또렷하게 말하자 유리문은 자동문이 열리는 것처럼 열렸
[지금 이 문은 제가 말한 명령을 이해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저희들이 연구하는 것은 이런 일입니다.]
[그렇다면 자동문을 연구하는 것입니까?]
추 경감이 물어보자 강 형사가 킥 웃었다.
[아이고, 반장님. 음성인식이라고 했으니까 기계가 사람 소리
를 알아듣게 하는 연구라는 뜻이겠네요.]
[내가 언제 자네한테 물어봤어? 조용히 해.]
추 경감이 눈을 부라렸다.
[형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람들이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천년 전에 쓰여진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있잖습니까, 열려라 참깨!]
장호철이 유리문을 빙 돌아 추 경감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런 장비가 어디에 유용한지 잘 모르겠군요? 자동문은 그저
사람이 다가가면 아무 소리 없이 열리는 게 더 간편하고 편리
하지 않습니까?]
추 경감이 물었다. 장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 업체라면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저
희처럼 연구소라든가 잡상인을 통제하고 싶은 곳이라면 문제
가 다르겠지요?]
[글쎄요? 그 경우에도 '문'하고 말해주면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여 드리
지요.]
장호철은 유리문으로 다가가 옆에 달린 마이크를 들었다.
[참깨.]
장호철은 그렇게 말한 뒤 추 경감을 불렀다.
[경감님께서 이곳을 통과해 보십시오.]
추 경감은 유리문 앞에 서서 '문'이라고 말했지만 유리문은 꼼
짝도 하지 않았다.
[참깨.]
추 경감이 다시 이렇게 말하자 유리문이 열렸다.
[군대에서 쓰는 암호 같은 것이로군요. 수시로 말을 바꿀 수
있다 이겁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안전한 방법입니다.]
장호철이 말했다.
[이곳에서 음성을 변조할 수도 있습니까?]
추 경감의 엉뚱한 질문에 장호철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예? 음성을 변조한다고요? 목소리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특별히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얼마든지 가능하지
요.]
장호철은 컴퓨터로 가서 부팅을 시켰다.
[그런 종류의 소프트웨어는 구하는 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음성 사이클을 변조시키는 일도 하곤 합니다.]
[음성 사이클을 변조시킨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사람이 귀로 듣는 청각대는 한정이 있습니다. 일정한 사이클
이상의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지요. 만일 사람의 목소리를
그 이상의 사이클로 만들었다가 다시 들을 수 있는 사이클로
바꿔준다면 세상의 소음은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강 형사가 끼어들었다.
[일종의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청기와 같은 것이라
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장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 응용기술 중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즉
이 기술은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모든 전자제품을 음
성으로 컨트롤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사이클을 올렸을 경우 사람은 듣지 못해도
개와 같은 동물들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들을 수 있습니다.]
추 경감이 장호철의 말에 정색을 하고 물었다.
[이곳에서 개가 미친 사건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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