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쯤 봉화 물야면 일소암을 출발하여
고불고불 밋밋한 산길을 타고 봉화 읍내를 지나 법전면을 거쳐 현동에 도착
현동에서부터 깊은 현동천을 따라 산자락을 뱅글뱅글 몇번 돌다보면
거기서부터는 청옥산이라고 하는 1,300미터 고지의 댓재를 넘어야 한다
이 부근에 청옥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이 2개가 있다
하나는 동해시에서 무릉계곡을 거쳐 백봉령을 넘는 정선군 임계 부근에 있고
또 하나는 이곳 봉화 석포방향의 댓재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청옥산이 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자면 同名二人(동명2인) 이나 마찬 가지인 것이다
가끔 이곳을 지나다 청옥산이라는 푯말이 보이면 화들짝 놀란 때도 있다
청옥산이라면 동해 바다가 가까운 동해시에 얼추 다 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댓재를 완전히 넘으려면 약 30분 정도를 험한 산악길과 협곡을 따라
뱅글뱅글 8자로 돌면서 약 20Km 구간을 아찔하게 돌아가야 한다
댓재를 넘어 석포면 석포리가는 길로 접어들면 석포면 대현리라고 하는
이 부근에서 유일한 열목어 서식지가 비경속에 숨겨져 있고
산봉우리와 계곡들이 절경에 가까워서인지 군데 군데 무슨무슨 수련원들도 심심찬게 눈에 뜨였다
하여간 열목어가 서식하는 절경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무슨 교회 수련원 같은 건물들이
청옥산 계곡옆에 양코배기 서양식으로 세워져 주변 환경과 영 발란스가 맞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태초의 원시림속에 볼상 사납게
초 현대식 수련원들을 세웠으니 얼마나 무지 몽매하고, 얼마나 무지막지한 사람들인가
그 곳에다 자신들의 배설물과 오물들을 하수구를 통해
매일 같이 태초의 원시림으로 흘려 보내고 있으니 머잖아 이 곳의 주인인 열목어들은
눈은 누렇게 뜨고 허리는 굽어진 기형 물고기가 될날도 머지 않았으리
마음을 수련 한답시고 자신들의 배설물들과 오물들을 하수구를 통해
태초의 원시림으로 흘려 보내는 일이 과연 진정으로 마음을 수련을 하는 일인가
다시 한번 깊이 생각을 해 볼때이다
이제 우리 이불차는 청옥산 댓재를 넘어 봉화 석포 삼거리에 도착하여 잠시 거친숨을 몰아쉰다
봉화 물야면에서 봉화 석포면 까지는 약 1시간하고도 30분을 더 달려와야 한다
봉화군에서 봉화군을 가는데 1시간 30분이라니...
1시간 30분이면 K.T.X고속전철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의 다 가는 시간이다
그러니 이 봉화땅은 얼마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인생들이 모여 살고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가히 짐작이 갈만 하다
앞으로 뻗은길은 옛부터 악명높은 탄광도시로 이름난 태백으로 넘는 길이다
이곳에서 약 20~30분 정도 가면 시커먼 철암 탄광촌을 거쳐 고원의 도시 태백시가 나온다
칼 바람 휘몰아치는 이 을씨년 스러운 초겨울 석포 삼거리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차라리 돌아설까 망설이다
그냥 개과를 천선하여 석포면 석포리 마을로 들어 가기로 했다
그 곳에서 또 무지막지한 석개재를 아찔하게 넘어 삼척군 가곡면 풍곡리 보리밥집에 가기 위해서였다
석포면 석포마을로 가기전 왔던길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왔던길을 돌아보면 또 돌아가야 할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로 숨가쁘게 달려 왔던길을
언젠가는 다시 까마득하게 돌아가야 할것이 아닌가
왔던길 다 잊어 버리고 석포 삼거리 다리를 건너 석포면 석포 마을로 향했다
이렇게 까마득히 잊혀졌던 먼 고향길 같이 아득한 석포의 백천계곡인가 ???
하여간 수정같이 맑은 이 계곡을 길을 따라 조금 더 달려가서
이렇게 계곡가에 이불차를 세워놓고 이정표를 봤더니
석포는 3Km,강원도 원덕 바닷가는 44Km 남았다고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가르켜 준다
길 옆 철길에 올라 석포쪽으로 쭉 뻗은 철로를 바라보며
언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날, 눈꽃 열차를 타고 이 곳을 지나 태백,삼척을 거쳐
강릉까지 가서 강릉 중앙시장 어물전의 회덮밥이나 먹고
돌아오는 길에 태백역전 시장에도 잠시 들렸다 온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젠가 재 작년이었던가, 하여간 태백 강릉지역에 폭설이 내려 한 사흘 발이 묽여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적어 놓았던 글 하나 여기 옮겨 본다
눈 내리는 밤 주점에서
폭설
태백 역전 시장앞
두평 남짓한 왕대포집 함석 굴뚝엔
연탄 때는 연기가
어둠 침침한 좁은골목 가득 메우고
언젠가 그대와 함께 왔었던 낮익은 장소
낮은 함석지붕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정선집
삭은 홍어 한접시에 막걸리 한 주전자 퍼마시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하루종일 바라 보아요
그대 만나러 이곳에 왔지만
하얀 눈만 밤새도록 내려요
그대가 앉았던 연탄 화덕옆 빈 자리엔
술취한 촌로가 꾸벅 꾸벅 졸고
함석지붕 처마 밑엔
한 웅큼씩 풀썩 풀썩 눈더미 떨어지는 소리
김 서린 창문에
그대 웃는 모습 그려 보아요
밤이 깊도록 그대 속눈썹 그려서
창문에 붙여 놓아도
밤은 새지 않고 종일토록 눈만 내려요
여기는 하얀눈만 내리는 하얀나라 태백
나는 하얀 눈 사람
눈속에 갇혀 버렸어요
S.O.S
눈 내리는 밤 낮선 여관에서
늦은밤
주점에는 손님이 없었다
늙은 주모가 흐린 백열등 아래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끄덕 끄덕 졸고 있을뿐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여기는 하얀눈만 내리는 하얀나라 태백
너무 멀리 떠나와 있었다
편지가 쓰고 싶었다
깊은밤 어느 낮선 여관에 홀로 앉아 편지를 쓴다
그대 보고 싶다고...
창문을 열면 하얀 바람이 밀려가고
하얀 눈만 소복히 쌓이는데
나는 무슨 이유로 그대두고
여기 멀리 태백까지 왔던가
오늘밤엔
그대 나에게 했었던 사랑 한다는 말 한마디
함박눈 되어 온 세상 가득 내리는데
나는 아직도 어느 낮선 여관에 홀로 앉아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온몸을 뒤척이며 지새운 밤이 밝아 오고 있었다
아직도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서까래로 눈 치우는 소리
그럼 그리운 이여
난 오늘 자욱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어디엔가 있을 그대모습 찿아 가리니
언젠가, 재작년인가 태백에 폭설이 내려
삼박사일간 발이 묽여 꼼짝 못하고 여관 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그때 눈이 얼마만큼 많이 오던지 자고 일어나면
산 비탈의 작은 집들이 눈속에 파묻혀 하얗게 변해 있었고
길옆에 세워 두었던 자동차들도 눈 속에 파묻혀 모든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태백 역전시장 왕대포집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는데
태백으로 들어오는 길들이 모두 막혀 부식 조달이 되지않아
푹 삭아 빠진 홍어 안주 밖에 되는것이 없다고 한다
뉘리끼리한 막걸리에 삭아 빠진 홍어 안주 한접시 먹고
다시 여관방으로 들어와 편지를 끄적 거리다
결국 보내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서야 담담하게 지난 편지 이야기를 하며
내가 왔던 반대쪽 철길도 바라 보았다
현동을 거쳐 봉화, 영주로 가는 철길이다
왔던길을 까마득히 돌아보며 다시 이불차를 몰고 석포면 쪽으로 향했다
백천계곡인가 ??? 하여간 이 샛강을 따라
이렇게 호젓한 길옆에 차를 세워놓고 왔던길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저 산 모퉁이를 돌아서면 석포면이라고 하는 첩첩산중에 둘러쌓인
산골 마을이 나올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이불차 엑셀을 힘차게 밟고 출발 !
산 넘고 물건너 계곡 따라 험한 고봉들을 휘휘 돌아 조금 달려 갔더니
이렇게 석포면이라는 첩첩산중 마을이 그 옛날 유배의 도시 처럼
을씨년스럽게 모습을 드러 내고 있었다
- 여기서 3부를 마치며 4부에서는 봉화 석포면 사람들편이 이어지겠습니다 -
첫댓글 그런디까지 존 디는 다 파 묵고 들앙것는거 보먼 참말로 징허다 시푼 생각이 들기는 허더마! 봉화 꼴짝이 새록새록 어른기리네... ^^
겨울이 다 가기전에 또 한 번 나들이 해 보시쥬. 석포에 좋은 술집도 있던디...^_^
그렇게 깊고 먼 곳으로 떠돌아 다니는데 그리운 그대는 언제 만나질른지 궁금허내요,
영동선 철로 마냥 마주 보며 제천에서 강릉까지 나란히 달리고 있잖유 ? 글구 아미파 장문인께옵서도 문중이 두루 평안 하시쥬 ?
봉화 골짝을 디지고 다님시롱 그새애 사진꺼정-먹통님 아니먼 누가 이런 조은 글을 올리 놓컸소? 행여 시 한 수 읊조림성 그대 챙기다가 또 춘심이 들멕이지 않토록 조심허슈!
글궤유...춘심 아씨 이야기만 나오면 오지게방이 시끄러 지니 이제 춘오기루 바까야 되까 보네요 ^_^
태백 눈꽃축제는 정말 한 폭의 그림같지요.....고향 소식 들으니 참 좋습니다...감사.
구럼 사랑님의 고향은 봉화...?
백두대간 시절 넘던 댓재 가튼디 ^^ 다시 가고픈 곳이여 속리산 말티재에서 듣던 그대 목소리가 생생 허그만.
억 ? 넙쭉한 이마님 백두대간 시절이 원젠디유 ? 글구 속리산 말티고개 넘었으면 속세를 떠난 俗離(속리)에서 俗離(속리)처럼 막걸리라두 한 잔 하고 와야 하는디, 워찌 그날 왔다 그날 가 뿐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