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시인님 산이 부르는 노래(6/5, 백두대간 화령재~봉황산~형제봉~피앗재~만수동 산행일기)

[梅谷堂 김 경숙]

   
산이 부르는 노래

     /梅谷堂 김 경숙

 
*일시: 6/5, 7시 40분 신갈 출발
*날씨: 맑음,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10:04) 화령재 도착
    (10:12) 산행시작
    (10:34) 첫 조망(오른쪽으로)
    (11;02) 산불감시초소(아송리 방향 조망)
    (11;14) 노간주나무 군락지
    (11;40) ▲봉황산 정상(741m)-10분간 휴식
    (11;58) 봉황산 내림길에 암릉구간 우회로 
              (상현리방향 25번 국도, 무동저수지 조망)
    (13;17) 비재로 내리는 길에 낙엽송, 잣나무 군락지
    (13;21) 비재
    (14;14) 못제
    (15;50) 갈령삼거리(형제봉 0.7km)
    (16;18) ▲형제봉(829m)-10분간 휴식
    (17;28) 피앗재
    (17;57) 피앗재 산장
    (18;09) 만수동
    (19;10) 만수동 출발

6월, 펄펄 끓는 열기가 마치 청춘의 끓는 피와 같다. 한 해의 여섯번째 달이며 여름
이 시작되는 달이다. 창밖 명자나무 가지엔 한껏 물오른 여인의 젖꼭지만한 열매가
수줍은 듯 낯을 붉히기 시작하고, 한낮의 열기는 한창 때 내님의 뜨거운 가슴팎만
하다.

어느새 계절은 복중으로 치닫고 그와는 상반되게 신체나이는 자꾸 가을로 다가가려 
하고..... 그래도 그것이 어디냐, 마음이라도 6월을 닮아 아직은 갱년기를 마다하고 
있으니 그 또한 복중의 큰 복이로다. 

신체로부터 오는 불편함은 정신력으로 극복하여 보기로 하고, 지난 밤 상추 씻다 못
이룬 잠은 꾹 참았다 산행을 다녀와 푸짐하게 이뤄보기로 하고서 길을 나섰다.

도로옆 넝쿨장미가 아침의 열기를 고조시킨다. 영덕지구 방향의 새도로를 타고 신
갈로 향하는 중, 산밑 숲을 장식하는 찔래꽃의 하얀빛이 타오르는 여름의 태양빛을
다소나마 잠재우고 있는 듯 하다. 눈으로 반가운 빛이 코에 닿는 향기가 없으니 서
운한 마음이 여간이 아니다. 향기를 맡을 수 없어 어느 사이 피었다 가는지 아카시아
꽃이 이미 누렇게 져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월을 한탄할 여유도 없이 공해로 찌든 
도심의 거리가 영 마음에 걸린다.
  "산속에나 들어야 아카시아 향기를 맡아볼 수 있을 것인지 원......"

시작이 반이라 하더니 백두대간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힘든 중에도 오늘
로써 20구간에 드는 날이다. 대간이 북상하다 보니 차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서 한
결 부드럽다. 화령재에 도착하고 보니 10시를 조금 지나고 있다.



누렇게 추수기로 향하고 있는 보리밭 풍경을 뒤로 간단한 몸풀기가 있은 후



본격적인 산행길에 올랐다.(10;14)



 * 산행코스 ; 화령-<2.96>-산불감시초소-<1.45>-봉황산-<3.85>-비재-<4.15>
                 -갈령삼거리-<0.7>-형제봉-<1.56>-피앗재-<2.3>-피앗재산장
                 =14.67km+2.3km=16.97km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4.67km/접속거리 2.3km/총산행거리 16.97km(8시간) 
                                         



화령재에서~늘재 구간은 도상거리 26.5Km에 이른다. 이 구간은 고저차가 740m나
나고 오르내림이 심하며 속리산 암릉구간이 도사리고 있어 힘이 드는 편이나 경치
가 빼어나서 좋다. 당일 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일 산행인 경우는 갈령삼거리
또는 피앗재에서 끊어타야 한다.

우리팀은 피앗재에서 만수동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이번 구간중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비재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민가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식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힘을 덜 수 있다. 탈출할 경우 비재에서 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
다.



지난번 구간을 마무리 하였던 화령재는 조선시대 때 상주시 화서면 소재지가 화령
현이었는데, 이 화령현을 넘나들던 고개라 하여 화령재라 이름지어졌다 한다. 고갯
마루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5분 정도 19구간 때 미리 걸어두었기 때문에 이번 20구
간은 상곡1리 마을표석과 도로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고서..



마을표석 또는 이정표를 뒤로 돌아 잡목이 우거진 능선을 헤치면서 20여분 정도 오
르다 보면






오른쪽 숲 사이로 첫조망이 트여 온다. 452m봉이다.(10;34)



들머리를 떠난지 40분도 채 안되었건만 온몸은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고, 한발
앞서가던 일행들이 오르다 말고 물을 찾기에 바쁘다.(10;52)



능선이 90도 각도 좌측으로 꺾이는 곳에서 주교동님과 함께..
주교동님은 비박산행을 대비하여 물을 4리터나 지고 오셨단다. 이번 힘든 산행길에
여차하면 위기를 맞을뻔한 일행들을 살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30여분 더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불감시초소는 정상에 있던 것을 96년도
에 지금 자리로 옮긴 것이다. (11;02)



산불감시초소에서 앞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봉황산(740.8m) 까지는 40분쯤 소요되
며 아송리 방향이 조망된다.



갈참나무 우거진 어두운 숲길을 지나 산불감시초소에서 12분 정도 오른 곳에 노간
주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11;14)



고도를 높여가며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고통의 도 또한 높아만 간다. 아
직 시작에 불과한데 멀고먼 그 길을 어찌 헤치고 가야할지?






봉황산 오르는 길 90도 각도 좌회전 길 위에서 주교동님, 산샤2님 "아자, 아자, 아
자~~!" 뒤를 쫓는 일행들을 내려다 보며 기운내라 외쳐대신다.



고통의 순간에도 머리 위에 파란 하늘이 열리면 희망의 샘이 솟는다. 일행들 웅성
이는 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봉황산 정상이다.(11;40)



머릿속에서 내리는 땀때문에 눈이 따가워 뜰 수가 없다. 단숨에 오르고 싶은 봉황
산 정상을 턱앞에 두고 잠시 멈추어 섰다.



봉황산 정상(740.8m)에는 상주시청산악회가 설치한 정상표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멀리 속리산 천왕봉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 하고, 주변의 주병산, 백화산, 두리봉, 
형제봉과 화서마을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화령재 이후 최고의 조망이다.






조선왕조와 관련하여 태봉산(胎封山)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봉황산은 1,300여년 
전 봉황새가 날아들어  이 산에서 30여년을 살았다는 전설과 또 하나는 정상의 모습이 
봉황이 머리를 빼어 올리고 양옆 줄기가 양 날개를 펼친 봉황의 형상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우리나라 12대 종산 중 하나인 속리산이 화령(化嶺)에 이르기 전 
그 기세가 한껏 수그러들어 속리의 미봉(尾峰)인 봉황산을 만든 것이다. 정상에 오르
면 남으로 중화지구대 속에 펼쳐진 광활한 낙동평야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가 있고 
백화,팔음,천택,금적,구병,형제봉,청계,노음,갑장산 등 여러 산을 조망할 수가 있다.



정상을 15분정도 벗어나면 암릉구간이 나오는데 위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왼쪽
으로 우회하는 것이 좋다.(11;58)



이곳에선 남쪽으로 조망이 열려있다. 상현리방향 25번 국도, 무동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암릉구간을 벗어나 1시간 20여분 고도를 낮춰가며 오르고 내리기를 계속하다 보니
비재 못미쳐에서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간단하게 요기를 하
고 지나왔기에 박꽃향기는 그냥 지나쳐 가기로 하고.....(12;47)






비재로 내리는 길에 낙엽송과 잣나무 숲을 지나면서..(13;17)



암릉구간을 벗어나면 비재까지는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바람 한점이 그리운 대간
길이다. 조건만 맞는다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내려설 수 있을 것 같은 내리막길이
나 오늘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난 밤 잠을 못잔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비재는 나는 새의 형국이라 하여 비조재, 비조령이라 불렸으나 최근에 와서 비재라 
이름이 굳어졌다. 비재에 도착시간 13;21이다.



비재에서 앞에 보이는 급사면을 올라간 다음 낙엽송 조립지를 내려선 뒤 발길을 재
촉하여 다음 봉우리에 올라서면 화북으로 넘어가는 지방도로를 볼 수 있다. 봉우리
를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있는데, 20분이면 화남면 동관리 자연부락인 억
시기 동네에 내려설 수 있다.



이곳을 지나면 우회로가 나오는데, 암릉구간이 힘들 때는 왼쪽으로 우회했다가 묘
못미처에서 다시 능선을 만난다. 능선을 탄 다음 조금 더 가면 백두대간상의 유일한
습지인 못제가 나온다.



못제를 지나와 헬기장을 오르며..



못제는 비재와 갈령삼거리 사이 백두대간 상에 있는 고원습지로, 넓이는 500~600평 
정도 되고, 장마철이 아니면 물이 거의 없다. 못제에는 전설이 흐르고 있다. 후백제
를 건국한 견훤이 대궐터산에 성을 쌓고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황충장군과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 하자 황충장군은 견훤이 이기는 비법이 어디에 있
는지를 알기 위하여 부하를 염탐시켰다.

그 결과 견훤이 이곳 못제에서 목욕만 하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겨 승승장구 한다
는 사실과 견훤이 지렁이 자손으로 지렁이가 소금물에 약하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황충장군은 부하를 시켜 못제에 소금 300석을 몰래 풀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견훤은 못제에서 목욕을 하고 난 뒤 힘을 잃고 말았고, 그 때를 놓치지 않
고 황충장군이 견훤에게 공격을 퍼부은 결과 승리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설로 보아 당시에는 물이 풍부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못제 겨울사진, 물이 말라 있어 습지임을 알아보기 힘드나 갈대가 자생하는 것으로
보아 못제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못제를 뒤로 하고 헬기장에 오른 뒤 다시 내려서면 암릉구간과 왼쪽으로 우회로가 
나오는데 어느 코스를 이용하든 갈령삼거리로 갈 수가 있다. 






암릉우회로를 지나며 서울에서 오셨다는 산악회 일행들과 지나치며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눌재에서 지난 밤 무박으로 비재까지 간다는.....



갈령삼거리에서 오른쪽(동쪽) 능선으로는 갈령 고갯마루로 내려서는 산길이 잘 나 
있다. 불과 20분 정도 소요되며, 요즈음은 옛날과 달리 대중교통도 편리해져서 그
쪽으로 내릴만 하다. 고갯마루에는 승용차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상주행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갈령삼거리에 도착한 시간 15;50이다. 봉황산으로부터 3시간이 소요되었다. 도착
하고 보니 산이좋아 대장님과 산샤2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갈령삼거리에서 참외를 깎아 손에 들고 계시다 건네 주시는 걸 받아 목을 축이며
다시 기운을 내어본다. 
"여름산에 안오시는 분들은 진정 요런 맛 모르실 겁니다."^0^
"산이좋아 대장님 고맙습니다~"^&^



갈령삼거리에서 대간으로 붙어 내려선 후 경사진 곳을 올라가면 형제봉 정상이다.
갈령삼거리에서 0.7Km거리이나 사력을 다하여 올랐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산행
중에 앉아 쉬어본 기억이 없는데 오늘은 몇번을 주저앉았는지 기억도 없다. 그 중
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정상 밑에는 할매바위도 있다. 늙기도 서러워라커든 어찌하여 할매는 이 높은 곳
에 큰 짐을 등에 지고 오르다, 정상도 못밟고 바라만 보고 계시는지?
(뒤에 짐을 잔뜩 지고 형제봉을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형상이란다.)



특히 이 곳에서 주의할 사항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대간 종주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으니 독도에 주의해야 할 곳이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이제 형제봉까지 올랐으니 이렇게 웃어 보았다.
"나 어때요? 아직 봐줄만 한가요?"ㅎㅎ..



정상을 오르기전 산이좋아 대장님과 은비님을 만나고 정상엘 올라 보았다.



형제봉 정상에서의 조망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형제봉 정상석..



산이좋아 대장님 멋진 모습도..^^(사진;산샤2님)





    산이 부르는 노래

 
    무작정 좋다고
    그곳에 오르는 건 아닙니다.
    바람의 객기가 들어서나
    구름처럼 떠돌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착한 심성이거나
    천성이 못되어서
    이 산 저 산
    앞산 뒷산
    어루만지고 두드리며

    참나무 소나무 
    원추리꽃 개별꽃
    흔한 사랑 타령으로
    좀 나눠주려
    광기가 들어

    어디 그 뿐만인가요
    예순이 되고 일흔 여든의 나이에도
    그리움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벚꽃나무처럼
    무성한 잎을 돋아내고
    억수로 꽃을 피워내고
    옹골찬 열매 쏟아놓고
    짙은 녹음을 드리워도

    가슴이 무겁고
    옆구리를 스치는 바람으로
    온 몸이 연씨 빠져나간 연밥처럼
    구멍이 숭숭하고
    숨마저 차오르는

    그리하여
    무거운 가슴 덜어내고
    빈 가슴 채우려
    가끔씩 산에 올라 외쳐도 보고
    사랑을 구하여도 보고

    바람으로 달려가 안기우고
    너울이 되어 산자락을 떠돌고
    외치다 구르다 날다
    대답없는 메아리로 되돌아 오더라도

    바랑에 사랑 가득 채워
    빈 바랑 메고 내려올 때 까지
    오르고 또 오르렵니다.
    산이 그 곳에 머무르고
    정상에서 부르는 노래에 화답하고

    늘 그래왔듯이
    파란 하늘 어깨 걸치고
    멍 하니 빈 가슴 허공에 띄워
    새처럼 훨훨 나르고

    시린 눈으로 
    아득히 머언 천년
    바라만 보다 오더라도
    맹꽁이처럼
    그렇게
    산이 부르는 노래가 되어서

                          (10.06,05)     



형제봉에서 할매바위 옆을 지나 속리산 천황봉을 향하다 보면 피앗재가 나온다.
피앗재에서 구간 종주를 마칠 경우 왼쪽 만수동으로 하산하면 되는데, 내속리면
피앗재산장까지 소요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으나, 교통이 아주 불편하니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일행은 피앗재산장에서 트럭을 이용하여 만수동까지 4Km 정도를 내리기로
하였다.

형제봉에서 내려오며 올려다본 정상의 모습이다.



형제봉 정상에서 10분정도를 머무른 후 피앗재까지 내리는데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린 듯 하다. 정상적으로 내렸다면 40~50분 정도면 될 일이나 하산길에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20분 정도 주저앉아 있었다. 상야님 함께 하였기에 사
혈침으로 팡 팡 팡 피를 터뜨린 후 가벼워진 다리로 피앗재까지 무사히 내릴 수가
있었다.



상야님 말씀 하셨던대로 형제봉이 사람을 죽이는구나. 예견하였던대로 무더위에
충분한 물을 짊어지고 가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 것인지. 준비되었던 고
행길, 마시고 싶은 물과 과일 등 충분히 섭취를 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산행준
비를 하고 떠났기에 각오는 하였었으나 그나마 어려웠던 산행길 잘 마무리 할 수
가 있어서 이번 구간도 보람으로 눈물겨운 하루를 접는다. 

이번 산행에 사혈침까지 소독하여 배낭에 넣으시고, 충분한 물과 준비에 만전을 
기하셨던 상야님께는 감사하다는 인삿말 조차도 아끼겠습니다.^^



쥐난 다리를 풀고 겨우 피앗재에 도착한 시간 17;28이다. 산이좋아 대장님이 먼저
내려가시지를 않고 그곳에 기다리고 계셨다. 



피앗재에서 피앗재산장까지 걸어내려오던 30여분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하게
생각되던지, 이번 구간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것만으로도 입증이 된 듯 하다. 오
늘 힘들었던만큼 다음 속리산구간이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라 위안을 하면서.....




속리산 중에서도 내속리산이라. 속리라 하면 속세를 떠나 있다라는 의미인데, 만수
동계곡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내속리면은 그야말로 속리산에서도 가장 내쪽
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 상야님께서는 풍수학적으로 그런 자리를 천옥(天獄 -하늘이
내린 감옥)이라 하시면서 사방이 높은 산으로 막혀있어 지형이 험악하고 답답하다
라는 표현을 하시었다. 요즈음에야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저마다 자가용들을 지니고 
살기에, 그나마 살만한 동네가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타고 갈 트럭을 기다리는 동안 코끝을 즐겁게 해주는 향기가 있어 올려다보니 방금
꽃봉오리를 터뜨린 듯한 뽀얀 아카시아 꽃잎에서 폴폴 날리는 꽃향기를 맡으면서,
그야말로 내속리산인 심산유곡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아침에 신갈로 나서면서 길
옆에 소리없이 왔다 누렇게 져가고 있는 향기없는 아카시아꽃을 스쳐지나며, 안타까
워하던 그 심정을 이곳에 와서야 달래본다.



트럭에 얹혀 삼겹살 파티가 있는 만수동에 도착한 시간이 18;09이다. 



힘들었던 과정 삼겹살 안주에 막걸리로 피로를 풀고 있는 일행들의 즐거운 표정을 
보니, 고통의 순간들이 어느덧 기쁨으로 환원이 되었다. 길고 지루하였던 대간길은 
행복하였던 추억의 길로 눈앞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난다.



이래서 우리는 대간길에 중독이 되어가는가 보다. 괴로움을 단술로 들이킬 수 있는
재주도 지녀가는가 보다. 가슴으로 눈물을 삼켜버릴 수 있는 독종이 되어가는가 보
다. 그렇게 그렇게 백두대간 종주하는 그 날까지 무사히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하
면서.....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1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