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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우의
등정기 대신에 올려 봅니다]
안나푸르나를
만나는 네팔 히말라야 공정 여행 트레킹(1)
<Lonley Planet>
2014년 11월 8일
네팔 히말라야산맥. 자연에 점점 빠져들수록
경외심이 솟아오르는 거대한 산군.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4박 5일의 트레킹을 떠났다.
▲카트만두 트리부반(Tribhuvan)공항
국내선.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가 비좁은 공항에서 히말라야산맥으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 이한구
카트만두의
첫인상
충격이었다. 그 많은 사람과 그 많은 소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들끓는 먼지는 호흡기를 칼칼하게 만들었다. 도로는 온통 파여 있었지만, 차량과 오토바이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도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Mars Curiosity Rover)보다 과감하고 빠르게 헤쳐나갔다. 웅덩이와
튀어나온 돌, 공사장, 심지어 행인마저도. 하늘을 덮은 넓고 옅은 스모그는 무수한 영혼이 잠시 머무는 듯했다. 아마 우리 일행이 거대한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 힌두 사원 화장터를 지나던 터라 그리 보였을 것이다. 화장터 맞은편은 인파로 넘실거리는 버스 터미널과
시장이다. 버스에서 내려 겨우 사람을 헤집고 나오면 그 앞이 화장터라니. 이런 모순이 이곳에서는 일상처럼 흐른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독자와 함께
떠나는 첫 번째 여행. 바로 오늘 아침 나, 에베레스트에도 오른 베테랑 이한구 사진가, 네팔에 푹 빠져 있는 유석 독자와 환경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주연 독자, 이렇게 4명은 한국을 출발했다. 네팔 안나푸르나 보호 지구(Annapurna Conservation Area)에
있는 푼힐(Poon Hill) 공정 여행 트레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전히 걷는 일정만 4박 5일. 1주일쯤 걸리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2주일 이상 걸리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과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비교하자면 약소한 게 사실. 그래도 해발
3,190미터까지 오르고 사계절을 넘나드는 날씨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히말라야산맥 트레킹 입문으로 알맞은 루트다. 여행 결과에 따라
트레커들은 미래의 여행 목록에서 고산 지역을 지우거나 추가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카트만두부터 안나푸르나까지 그냥
걸어갔어요. 항공편도 있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그랬죠. 안나푸르나 서킷을 돌려면 1달 내내 걸어야 했으니까요.” 이번 여행의 가이드 박타 람
라미차네(Bhacta Ram Lamichhane)가 말했다. 공항에서 우리를 맞아준 그는 카트만두의 사회적 기업 지원 단체인 SEA(Social
Enterprise Activation Center)에 소속된 맵 네팔(Map Nepal)의 대표. 한국말을 능청스럽게 잘하고, 소주와 삼겹살을
좋아하며, 한국 내 이주 노동자를 다룬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적도 있다. 게다가 그는 척척박사여서, 이후 여행 내내 우리가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 지쳐 짜증내는 수고를 덜어줬다. 네팔에 대한 그의 지식은 가히 백과사전이라 할 만했다나는 그게 머리가 아니라 두툼한 배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여하튼 첫날 우리는 카트만두 타멜(Tamel) 거리 인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틀 후 시작될 트레킹에
대한 기대를 품고,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매연과 소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면서.
▲사람이 끄는 릭샤(rickshaw)를 타고
카트만두의 복잡한 구시가 안쪽으로 달린다. © 이한구
네팔 여행
산업의 발견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는 비행기는 연착이
잦다. 아니 네팔 하늘을 돌아다니는 비행기들은 늘 연착이 잦다. 기상 상황이 워낙 심술궂어서 기본 1시간쯤 여행객을 공항에 묶어두고는 한다.
그래서 트레킹 성수기 때 네팔 국내선 공항은 늘 붐빈다. 대합실이라야 봤자 레너베이션을 미처 하지 못한 우리나라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이다.
세면대가 대합실 한가운데 자리한다든지 삼성전자의 고장난 브라운관 TV가 있다든지 하는 점을 빼면 분위기기도 비슷하다.
날씨가 계속 악화되면, 히말라야 인근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며칠씩이나 취소된다. 만약 다음 날 대참사 소식으로 온갖 뉴스를 수놓고 싶지 않다면 무모하게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 게 상책.
2010년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길목인 루클라(Lukla)로 가다 회항한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14명 전원이 사망했다. 그보다 앞서
2008년에도 참사가 있었다. 역시 히말라야는 인내심을 갖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에게 겨우 자신의 발치 끄트머리를 밟는 축복을 주는
것이다.
드디어 출발. 원래 시간보다 1시간 30분
뒤, 쌍발 프로펠러 엔진을 단 28인승 비행기에 오른다. 승객을 꽉 태운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올라 곧 수평을 유지하는데, 그때 우측 창문
너머로 거대한 설산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게 바로 히말라야 산군의 위대한 봉우리들이다. 슬금슬금 그러나 위풍당당하게. 구름 위로 솟아 줄지어
어깨를 맞댄 채 서 있는 그 거대한 산군의 위용을 감상하고 있자니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다리도 못 펴고 있는 내 자신이 머쓱해진다. 창밖의
봉우리들은 패닝(panning)되는 화면처럼 서서히 흘러간다. 그리고 비행기는 다시 구름 아래로 내려와 30여 분 만에 포카라공항에
착륙한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호사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시다. 카트만두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가 넘실거리고 페와(Phewa) 호수는 몽상적일 만큼 아름다우며, 여행자가
몰리는 중심가는 밝고 여유가 넘친다. 한때 네팔의 왕족은 페와 호숫가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2006년 내전 종식과 함께 왕정은 곧
무너졌고 왕족의 모든 재산은 몰수되었다. 시시때때로 페와 호수를 감상하던 왕에게는 비극이었을 터. 반면 네팔 인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변환점이었다. 정치가 안정을 찾자 더 많은 여행자가 전 세계에서 밀려왔고 페와 호수를 보며 맥주를 홀짝이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포카라
같은 유명 여행지에는 새로운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 숍 등이 속속 등장했다. 네팔의 여행 산업은 이제 연평균 20퍼센트씩 성장 중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물가도 그에 비례해 오르고 있다는 사실. 유석 독자와 이한구 사진가는 포카라와 카트만두에서 메뉴판을 볼 때마다 늘 같은 말을 했다.
“아, 또 올랐네.” 물론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루에 50달러쯤 쓰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지?”라는 놀림을 받으니 말이다. - *글 허태우 *사진 이한구
첫댓글 누가 다녀 온거라 글 사진 무지하게 좋아 20일이 기다려지네 훌륭한 친구 우보 보고 싶어서
옷차림을 보니 날씨가 아주 좋아 보이네. 다음엔 트레킹을 넘어 진짜 정상 등정하시길~
곳곳이 장관이네.언제 한번 가 볼까나? 우보가 부럽네.
경치, 사람사는 모습, 다 좋군. 마음이 다 시원하네. 안나푸르나가 풍요의 여신이란 의미도 처음 알았네. 우보와 구포의 합작품!좋은 자료 올려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