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팔이 하지 말고 단도직입, 탁 끊어버려라 / 법륜 스님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수행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그리고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 그 원인을 살펴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하면서
다루어 보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는지,
아니면 이것이 또 다른 망상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 답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이 현재의 감정과 생각의 바탕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어떤 사람은 격렬하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슬퍼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무덤덤하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웃어 넘기고 하는데
그가 무슨 특별한 수행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감정이 일어나는 바탕인 업식(까르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면 감정이란 게 별로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뭘 좋아한다.. 거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게 못 돼요.
그냥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그래서 어떤 걸 좋아해야 한다거나, 싫어하면 안 된다거나.. 하려면 굉장히 어려워요.
그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다 싫다'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좋은 감정에도 들뜨지 않고,
나쁜 감정에도 괴롭지 않은 경지로 갈 수 있습니다.
밤에 자다가 강도에 쫓기는 꿈을 꿨다 해도..
눈 뜨고 일어나 "꿈이네~" 하면 끝나 버립니다.
"아, 헛 것이네~ 속을 뻔 했네!" 눈 뜨는 즉시 놓아버리는 방법..
단도직입, 바로 본질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이것이 선(禪)입니다.
이런 길이 하나 있고, 강도꿈을 자주 꾼다 하면 그것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가령 어렸을 때 받은 트라우마 때문이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이런 길도 있습니다.
요즘 정신과 치료의 대부분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분석하고 위로하고.. 이런 거 안 해요.
이미 지나간 것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체 의미 부여를 안 합니다.
돼지꿈이든 강도꿈이든.. 꿈은 다 꿈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걸 해몽해서 뭐 좋다 나쁘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명상 중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라도 "다 꿈이다~" 의미부여 하지 말고
그냥 딱 지금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만 현실이다, 이것만 사실이다..
이것 말고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게 수행입니다.
명상을 하면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는데, 아무리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설령 부처님 말씀 생각나고, 스님법문이 생각나도 일체 의미부여를 안 하는 겁니다.
"왜 나는 나쁜 감정이 일어날까, 왜 좋은 감정이 일어날까?"
분석해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어도 '수행'이라고 하면 그냥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머리 속에서 영상은 늘 돌아가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탁 끊어버립니다.
옛날 상처 떠올리고 괴로워하고, 또 떠올리고 하소연하고, 괜찮다가 또 생각하고 울고..
이렇게 감정에 휩싸이면.. 아무런 이익도 없이 그저 감정팔이에 불과합니다.
마치 저녁에 술 먹고 아침에 후회하고, 또 저녁에 술 먹고 아침에 후회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것과 같은데, 수행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녁에 술 먹고 다음 날 괴로우면, 아침에 한두 번 후회하고 "아, 바보 같은 짓이구나!"
실수 한두 번에 "아, 이거 이로울 게 없구나, 나한테 손해구나!" 하고 술을 끊어버리든지,
아니면 "두 잔 이상은 안 돼!" 딱 결단을 내리든지, 그래야 합니다.
해마다 백중 때 부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하면,
계속 반복해서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럴까?"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분석을 해서
"아,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하고 치유를 하든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눈물이 나면 "아, 내가 또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얼른 호흡을 알아차리든지, 화두를 챙기든지, 정신을 차려 바로 돌아오는 방법,
뭐 복잡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이 "꿈이구나!" 알아차리고 바로 놓아버리는 방법,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탁 끊어버리는 게 제일 좋습니다.
출처: 불교는 행복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