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 지죽도 큰산
산행지도
지죽도 큰산(224m) 바다의 금강산, '금강죽봉'을 아시나요?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19.03.18.
글 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고문
주상절리대와 바다 풍경 어우러진 알려지지 않은 섬 산행지
지죽도支竹島 토박이들에게 ‘금강죽봉’을 물으면, “금강산 가시게요?”라고 반문하며 “금강산을 줄여 놓은 것 같다”고 자랑한다. 바위가 웅장하게 솟은 생김새가 마치 금강산 해금강 총석정을 옮겨 놓은 것 같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가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해안가에는 수십 미터 높이의 주상절리대가 대나무처럼 솟아 있어 일대를 ‘금강죽봉’이라 부른다. 특히 죽순바위가 명물이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이겨낸 거대한 촛대모양 바위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지죽도는 ‘하모(갯장어)잡이’로 유명한 작은 섬이다. 섬 전체가 주상절리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2003년 연륙교가 개통되면서 낚시꾼들에 의해 경치가 좋다고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고흥군에서는 섬의 가치를 뒤늦게 알아보고, 지난해 등산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지죽도 산행 자료들의 산 높이와 지명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고흥군 홈페이지에도 제대로 된 자료가 없다. 정리하자면 지죽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큰산(224m)이다. ‘금강죽봉’은 남쪽 해안에 있는 주상절리지대를 가리키고, ‘금강죽봉길’은 해안 경사면 5부 능선에 있는 벼랑길을 말한다. 아직은 온전한 이정표가 갖추어지지 않아서 촘촘한 표지기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죽도는 큰산, 작은산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예전에는 지호도 또는 지우리라고 했다. 행정지명은 ‘지죽리’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지호리’라고 부른다. 지죽대교 인근 마을입구의 표지석에도 ‘芝湖大橋지호대교’라고 적혀 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섬 앞바다는 연적과 벼루와 해당되고, 두 봉우리를 문필로 여겨 문필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음양체를 개발한 서예가 우석又石 이창훈 선생이 이곳 출신이다.
큰산에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길게 타려면 지죽대교 끝에 있는 언덕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 취재산행은 마을 가운데에 있는 지호복지회관에서부터 출발한다. 멀리 피라미드 모양의 큰산을 진행 방향으로 잡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선다.
흰색 교회 건물에서 왼쪽으로 90° 꺾으면 시멘트도로가 나타나고 그 길 따라 3분 정도면 전봇대가 중앙에 있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금강죽봉길 처음과 끝이 되는 합류 지점이기도 하다. 왼쪽으로 시멘트길을 계속 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가족묘가 많다. 유난히 ‘김해김씨’ 묘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 조선 순조(1800~1834) 때 경남 김해에 거주한 김영장이 유배당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후손들이 번창했다고 한다.
경사가 급하고 폭이 넓은 목책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공터에 이정표 두 개가 있다. 왼쪽 ‘금강죽봉길’ 방향으로 들어서면 5부 능선을 따라 금강죽봉으로 이어지지만 크게 볼거리가 없다. 반면 직진해 ‘태산길’로 가면 정상으로 이어진다. ‘큰산’을 ‘태산’으로 표기해 놓았다. 태산길 초입은 울창한 동백나무와 사스피레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다소 경사가 있지만 목책계단과 야자매트, 로프 난간까지 설치되어 있다. 15분 정도 오르면 멋진 바다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구답게 사방으로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다. 높이 오를수록 무수히 떠 있는 섬들의 풍경에 환호가 터진다. 멀리 유주산과 고흥 마복산도 보이기 시작한다.
너덜 수준의 거친 잡석을 올라채면 너럭바위다. 50여 명이 족히 앉을 수 있으며 실질적인 정상이다. 바위 위쪽에 김해김씨 묘 1기가 있다. ‘嘉善大夫同知中樞府事가선대부동지중추부사’ 조선시대 종2품 당상관 품계다. 너럭바위 조망은 다도해의 진수를 보여 준다. 정면으로 대염도가 보이고 그 주변에 소고도, 머구섬, 석환도, 가매도가 있고, 오른쪽으로 시산도와 거금도, 왼쪽으로 나로도 봉래산까지 파노라마 전경이다.
원시의 고요함 있는 조용한 벼랑길
금강죽봉 가는 길은 사납다. 이정표도 없고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잘 살펴야 한다. 너럭바위에서 우측으로 소나무와 굴참나무 숲길을 따라 7분 정도 능선을 가면 ‘석굴 가는 길’ 표지판을 만난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작은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내려가면 바다 방면으로 절벽이 보인다. 바위에 올라서면 금강죽봉에 올라선 셈이다. 발밑을 내려다보기 겁이 날 정도로 아찔한 낭떠러지다. 건너편 암릉에서 바라보아야 우람한 수직 암릉의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금강죽봉은 사각형 수직절리가 기둥 모양으로 발달한 화산암 지형이다.
아직은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안 쪽으로 30m 더 내려가면 평평한 바위지대가 있고 대염도가 곧장 보인다. 주변에는 누군가 석등 형태의 탑을 만들어 놓았다. 그 옆에 준숙바위가 있다. 단일 암봉으로 엿가락 여러 개를 합해 세워 놓은 모양이다. 바위 틈에는 일엽란이 듬성듬성 보인다.
죽순바위 아래는 금강죽봉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바다 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면 의외로 넓고 잘 정비되어 있으며 안전로프도 설치되어 있다. 도저히 길이 있지 않을 것 같은 곳이지만 군인들이 해안경계를 위해 다니던 길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고요한 정적을 깨는 것은 오직 파도소리뿐. 금강죽봉 절벽 아래로 해안길을 걷는 오솔길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왼쪽으로는 짙푸른 바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같은 수직절벽이 장관이다. 다만 해빙기에는 낙석의 위험이 있어 보인다.
15분 정도면 잡석 너덜지대를 만나고 이곳부터는 소나무로 수종이 바뀐다. 해안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대개는 군인들이 초소로 사용하는 길이다. 상록수종인 사스피레나무와 아왜나무 터널은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오리나무가 무성한 편안한 길을 5분 정도 지나면 금강죽봉길 이정표가 있다. 곧이어 3분이면 임도와 만난다. 주변에는 가족묘가 많다. 석물石物로 잘 단장되어 있고 화려하다. 풍족한 살림이 엿보인다.
지죽도 주민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주낙으로 참장어를 잡아 소득을 올리고, 겨울부터 봄까지 부류식 김양식으로 고소득을 올린다. 서예가 이창훈 선생의 가족묘 우석비원의 비석들은 음양체로 쓴 서예작품이다. 언덕을 따라가면 전봇대 갈림길을 만난다.
산행길잡이
■ 지호복지회관~마을~전봇대 갈림길~태산길 이정표~너럭바위전망대(정상)~금강죽봉~ 죽순바위~금강죽봉길~우석비원~지호복지회관 <4.4㎞, 2시간40분 소요>
■ 지죽대교~능선~태산길 이정표~너럭바위전망대(정상)~금강죽봉~죽순바위~ 금강죽봉길~우석비원~지호복지회관 <5km, 3시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흥까지 하루 5회(08:00, 09:30, 14:40, 16:00, 17:30) 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 소요. 우등 3만3,200원, 일반 2만2,300원이다. 고흥공용버스정류장에서 도화 방면 버스를 이용하고 지죽도까지는 1시간 30분 소요된다. 고흥군내 버스는 거리와 상관없이 성인 1,000원, 청소년700원, 어린이 500원 받는다.
볼거리
고흥 포두면 천등산(554m) 중턱에는 아담한 금탑사金塔寺가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주장하는 고찰이다. 절 주변에 비자나무숲이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지정되었다. 약 4만 평 면적에 3,400여 그루가 밀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국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인근에 이순신 장군을 모신 충무사, 발포만호성, 활개바위 등이 있다.
맛집(지역번호 061)
포두면사무소 앞 포두식당(834-5555)은 한정식 전문이다. 4인 상차림 10만 원, 12만 원 상이 있고 백반한정식(1인 1만 원)도 있다. 제철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차리기 때문에 계절마다 메뉴가 조금씩 바뀐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고흥 동강면에 있는 소문난왕갈비탕(833-2052)은 50년 동안 갈비탕 한 가지 메뉴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평정한 곳. 1인분 보통 9,000원, 특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