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31. 불날. 날씨: 어제보다 추위가 가셨는데 서리가 내렸다. 날이 좋다.
아침열기ㅡ수학(셈)ㅡ궁채 만들기ㅡ점심ㅡ청소ㅡ헤엄ㅡ마침회ㅡ5,6학년영어ㅡ마침회ㅡ교사회의ㅡ대안교육 우리말글 연수모임
[10월의 어느 마지막 날]
10월의 마지막 날, 8시에 나와야 하는 아침 당번을 깜박했다. 어제 저녁 내일 당번인 걸 확인했는데 바로 알람을 맞추지 않았더니 이렇다. 기계에 의존하는 버릇이 실수를 하게 한다. 아침 걷기는 밧줄놀이터에서 감각놀이로 시작한다. 시우는 감기로 못 오고, 서연이는 늦게 오나보다. 모두 눈을 감는다. 천천히 숲 속을 걷는다. 바스락 가랑잎 밟는 소리다. 다음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눈을 감은 술래가 되어 손뻑치는 동무들을 찾는다. 고요하던 숲속 밧줄놀이터가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이제 둘씩 짝이 되어 눈을 감은 동무를 눈을 뜬 동무가 큰 텃밭까지 안전하게 인도한다. 유민이는 눈을 감은 지후와 단희 가운데에서 팔짱을 끼고 천천히 안내한다. 새롭게 텃밭까지 걸어가니 아이들은 즐겁다. 천천히 동무를 소중하게 잡고 가는 모습이 정겹다. 텃밭 가는 길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본다. 텃밭에 닿으니 서리를 맞은 김장채소들이 텃밭 풍경을 바꾸어놓았다. "밀가루가 뿌려진 것 같아요." 배추잎에 내려낮은 하얀 서리를 만져보니 얼음을 갈아놓은 느낌이다. 맛을 보니 시원하다. 아이들도 차례로 만져보며 서리를 확인한다. 서리 맞은 고구마잎은 생기를 잃고 보라색이 검은색으로 변해 죽어간다. 텃밭에서도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눈을 감은 동무를 요리조리 안내해 텃밭 식물을 손으로 만져서 알아 맞춰 본다. 오제는 빠르게 안내하다 윤태가 넘어져서 미안하다. 준우는 영호를 안내하고, 인웅이를 지율이가 안내한다. 지후가 유민이와 단희를 안내하고, 다시 모두 바꿔서 텃밭 식물을 감각으로 만났다.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눈을 감은 동무를 눈을 뜬 동무가 안내했다. 학교 마당에 닿아 늦은 서연이를 불러 숲 속 놀이터 앞에서 마무리를 했다. 하동에서 따 온 감을 꺼내 눈을 감고 집어보았다. 아침나절 새참을 손으로 찾아내는 셈이 됐다.
교실에서 피리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두 곡을 더 피리로 분 뒤 저마다 써온 마을 신문 기사를 다듬었다. 마을을 소개하는 어린이 기자들의 재치가 번뜩여서 좋다. 이제 갈무리 편집을 선생이 한 뒤 어린이 기자들이 오타와 띄어쓰기를 찾아내면 되겠다. 마을신문이 좋은 글쓰기 공부가 되고 우리 마을을 살피는 눈이 된다.
아침나절 공부는 수학이다. 겨울학기에는 셈을 더 자주해서 익힘의 시간을 충분하게 가져갈 것이다. 곱셈과 나눗셈, 분수의 셈까지 열심히 하기 위해 익힘책을 따로 준비하고 도형과 측정은 만들기와 손끝활동에서 자주 하고 다시 공책에 정리하고 활동지로 마무리를 한다. 첫 이야기는 분수부터다. 예전 배운 것을 다시 기억하도록 복습하는 이야기로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찾아 기준을 세우도록 했다. 분수의 덧셈을 하는데 반복된 분수 덧셈식을 보고 어린이들이 규칙을 찾아보라니 역시 수학귀신을 날마다 읽는 어린이들답게 실마리를 연결해 기준을 잡는다. 다들 감각이 있다. 분모가 기준이 되니 분모는 그대로 쓰고, 분자를 더하고 있다는 걸 지후가 말하고 영호가 덧붙이고 오제가 더한다. 구구단과 곱셈이 그대로 나눗셈과 분수로 연결된다. 익히는 과정에서 따로 자꾸 어린이들이 셈을 말로, 문장으로, 그림으로, 글로 만들어보고 표현하는 특별한 노력이 같이 가야 한다. 이야기가 있는 셈에 이어 스스로 셈을 하고 활동지를 채우는 시간은 아주 요긴하다. 분수를 그림으로 그리고 셈으로 쓰고, 곱셈 활동지를 줄곧 푸는데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 활동지는 시간 될 때마다 스스로 해보도록 하니 쉬는 때에도 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수학을 마치고 궁채 만들 대나무뿌리를 골라 저마다 이름을 써놓았다.
점심에 마당에서 어린이들 노는 걸 지켜보는 당번이라 숲 속 놀이터 평상에서 궁채 만들 채비를 하고 있으니 궁금한 아이들이 와서 뭐하느냐 묻는다. 인채, 나윤, 인준이가 코스모스 꽃을 따와서 선물이라고 줘서 가슴에 달아준다. 꽃을 받아 좋다. 그런데 노래를 불렀다. 서연이가 쓴 시에 곡을 붙인 <진달래> 노래다. 꽃이 아플까봐 안 땄다 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못 말리는 선생이다. 아이들과 같이 웃었다. 본준이는 잡기 놀이하자고 하더니 남은 두 달 동안 동생들과 놀며 추억을 쌓으라는 말에 동생들 쪽에 가 있다. 학교에 들려 낚시에서 잡은 쭈꾸미를 선생들 먹으라고 건네주고 가시는 예준이준 어머니와 뜨개질 수업 날을 같이 잡았다. 손끝의 달인이시라 진작부터 알찬샘과 뜨개질 수업을 부탁드렸는데 바쁘신 분이 시간을 내주신다.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멋진 작품이 나오겠다. 메타쉐콰이어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관악산과 청계산은 불타는 것처럼 단풍이 물들어간다. 겨울로 가는 구나. 5기 졸업생 현욱이가 양지마을에 올 일이 있어 왔다며 학교에 들려 인사를 하고 간다. 그냥 가지 않고 인사를 오는 우리 현욱이가 고맙다.
낮 헤엄 시간에는 한 달에 한 번 놀이하는 시간이라 줄곧 아이들과 물 속에서 잠수하고 던져주고 태워주고 논다. 1학년 현서, 가율, 시우 셋이서 선생에게 뜨는 놀이감을 안겨주더니 등에 올라타며 이랴를 외친다. 3학년 남자아이들은 참 개구지게 논다. 즐거운 물놀이 한 판은 시간이 더 빨리 간다. 도훈이가 아파서 못 오고, 영호는 손가락 때문에 헤엄을 못하고, 인웅이는 집안 제사 때문에 조퇴를 해서 헤엄을 같이 하지 못했다. 헤엄을 하고 오니 다들 배가 고파서 새참을 찾는다. 왕복해서 차를 두 번 운전해서 학교로 아이들을 태우고 오니 3시 25분이다. 5, 6학년 영어 수업을 해야 해서 마침회는 간단하게 마쳤다. 겨울학기 영어 수업은 표현과 규칙을 많이 말하고 쓰기도 늘리고, 발표도 해야 하니 조금 빼곡한 수업이 되겠다.
틈틈이 마을신문 편집을 하는데 아이들이 쓴 기사를 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는다. 저녁 우리말 글 연수모임에서 아이들이 쓴 기사를 읽어주었다. 그나저나 내일은 마을신문 가을호가 나올 수 있으려나. 아차 예준이준 어머니가 주고 간 쭈꾸미를 선생들과 먹어야 하는데 깜박했다. 내일 잊지 말고 먹어야겠다.
십 년 전 오늘 맑은샘 선생이 되어 쓴 일기를 읽는다. 10년 되돌아보기를 해야겠구나. 과거가 그대로 현재를 살찌우고 미래의 힘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