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예술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법으로 한번 따져봅시다
“이 그림, 법적으로 문제 없습니까?”
고흐의 그림 속 아를의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법적으로 문제 없을까? 베르메르의 그림 속 진주는 법적으로 보석일까, 귀금속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일까? 앙리 루소의 그림 속 집시 여인은 전입신고를 어떻게 했을까? 이런 사소한 것들부터,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얽힌 폭행치사, 스토킹, 의료사고, 현피 상해사건 등의 가볍지 않은 사건사고들까지! 법의 시각으로 보면 온 세상은 법이고, 또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예술작품도 법과의 연결고리를 결코 끊을 수 없다. 이 책은 예술작품과 법이 얼마나 멋지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변호사의 시각에서 25편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법으로 바라보는 그림 속 숨은 비밀들……. 작품 안 혹은 작품 밖에 얽혀있는 여러 사정을 법적으로 한번 따져본다.
저자 소개
지은이 이재훈
규율에 기반한 유연성(Flexibility based on Discipline)이라는 자기 철학이 있다. 계획형 인간이지만 다채롭게 변주한다. 산책 중에 길고양이를 찾는 취미가 있다.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우수변호사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2013년부터 매달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그림 속에 숨어있는
아주 사소하고 심각한 법 이야기
로펌에서 법률 자문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맡았던 변호사 초년생 시절, 저자는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틈틈이 그림을 감상하는 취미생활에 빠져들었다. 저작권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사건으로 변호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전시회 도슨트로부터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의 작품 해설을 듣게 된다. 루벤스의 그림 아래서 눈을 감은 《플랜더스의 개》 네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법적으로 한번 따져보고 싶어졌다. 우리나라 성당이라면 소설 속에서처럼 돈을 받고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할까? 화가는 그런 성당의 정책에 대해 승낙이나 거절이 가능할까? 저자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클래식 잡지를 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작품들에 대한 법적인 해석을 시도했고, 그것이 이 책의 시작점이 되었다.
진주는 보석의 종류라고 할 수 있을까?
냇가에서 빨래하는 것의 법적 문제는?
법률과 예술을 통합한 글을 기고해 온 지 13년이 되면서 130여 편의 그림과 음악, 소설 작품을 다루었고, 그중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 이 책에 실었다. 유명한 그림 속에서 엿보는 아주 사소한 세상 만물에 관한 법 이야기부터, 심각한 사건사고가 얽힌 예술 속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소녀의 귀에 걸린 진주가 귀금속인지 보석인지를 법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까? 폴 카미유 기구의 〈빨래하는 여인〉, 빈센트 반 고흐의 〈빨래하는 여인들이 있는 아를의 랑글루아 다리〉에서처럼 냇가에서 빨래하는 것은 어떠한 법적 문제가 있을까?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발행할 때의 저작권 문제는? 아이돌 의상 콘셉트를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 부모가 이혼할 때 자녀가 스스로 누구와 살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
그림과 음악, 소설 등의 작품들마다 그 안에는 많은 사연과 사건이 존재한다. 그에 대해 법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면서 예술을 예술의 차원에만 두지 않고 현실로 끌어와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렇듯 예술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을 법적으로 따져보는 것은 예술을 또 다른 관점으로 즐기는 방법이 된다.
사회적 이슈와 예술작품을 판례와 함께 소개
그림을 통해 법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색다른 재미
이 책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현대의 사회적인 이슈와 연관 지어 소개한다. 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판례를 덧붙여 생생한 사건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법의 영역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커다란 묘미이다.
예를 들어 독특한 인물화를 그렸던 화가 아르침볼도와 이를 모방한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통해, 2020년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법적 문제를 짚어본다. 생성형 AI가 기존의 작품들을 학습해서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냈을 때 법적인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사람의 얼굴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 초상권 문제는 또 어떤가?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푸시킨은 결투로 인해 사망하고, 바로크 음악의 거장 바흐는 백내장 수술 후 사망했는데,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현대의 법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자유롭고 탐미적인 삶을 살았던 화가 클림트는 사후에 14건이나 되는 양육비 청구 소송이 있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사례와 함께 살펴보기도 한다.
이렇게 법의 시선으로 예술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살아 움직이고 사건사고에 휘말리기도 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는,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의 이야기가 보인다.
책 속에서
그렇게 틈틈이 전시회나 공연장을 찾아다니던 중 우연히 어느 도슨트의 작품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듣게 되었는데 바로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작품 설명이었다. 그때 혼자 머릿속으로, 루벤스의 작품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 보다가 실제로 같은 일이 이 시대에 일어난다면 우리나라에서의 법적 판단은 과연 어떻게 될지 한번 따져보고 싶어졌다.
이를 계기로 나는 즉시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진열대에 놓인 국내 클래식 잡지 10여 권을 구매하였고 집에 오자마자 잡지에 실려있는 작품들에 법리(法理) 적용을 시작했다. (p.6 prologue)
독특한 모양의 자전거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장 모네가 타고 있는 세발자전거도 자전거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란 “사람의 힘으로 페달이나 손페달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구동장치(驅動裝置)와 조향장치(操向裝置) 및 제동장치(制動裝置)가 있는 바퀴가 둘 이상인 차로서 정부에서 정한 크기와 구조를 갖춘 것”이라고 하고 있다.
즉, 먼저 바퀴는 둘 이상이어야 한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바퀴가 1개면 자전거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재밌게도 외발자전거는 자전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장 모네가 타고 있는 자전거는 바퀴가 3개인 세발자전거이다. 법적으로 ‘바퀴가 둘 이상인 차’는 자전거라고 하므로 이 조건은 만족한다. (p.50 자전거를 자전거라 부르지 못하고 -모네와 자전거 제동장치)
아르침볼도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이다. 그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해 나갔다. 아르침볼도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이들은 20세기 초의 초현실주의자들이었다. 꿈의 세계나 몽상의 세계, 또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 아르침볼도는 상상력의 근원으로서 그의 작품을 모방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 최근 인공지능이 이러한 기존의 작품들을 학습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아르침볼도의 작품들을 학습하고 상당히 유사하지만 기존 작품과는 다른 과일과 채소로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을까? (p.63-64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세계 -아르침볼도와 초상권)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메리 카샛의 조카들은 자신들이 메리 카샛의 그림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동의했을까? 혹은 메리 카샛의 조카들이 이후 성년이 되어 자신이 주인공인 이 그림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미국 유명 배우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자 딸이 해당 사진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엄마, 우리 이야기했었잖아. 내 동의 없이 내 사진 올리지 마.”
최근 보호자가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아동의 사진·정보 등을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하여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맥이 맞닿는다. (p.126 누구를 위한 일기인가 -메리 카샛과 아동 인권)
조셉 라이트의 그림 속 이야기는 재밌지만 아무래도 찜찜하다. 그림 속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보일의 법칙’을 시연한다고 살아있는 새를 가둬두고 진공 상태를 만들다니,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실험동물에 대한 법적·윤리적인 문제는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이다. 국내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기견을 포함하여 사람에게 학대받는 동물의 고통에 미디어와 사회가 공감하면서 실험동물의 고통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p.212 실험동물을 위한 윤리적 배려 -조셉 라이트와 동물실험)
추천사
그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며 진주의 법적 정체를 고민하고, 반 고흐의 그림을 통해 강에서 빨래하는 행위엔 법적 문제가 없을까 생각한다. 한마디로 “그림, 법대로 합시다!” 16세기 화가 아르침볼도의 작품을 생성형 AI가 학습해서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 발행하는 시대 아닌가. 저작권·복제권에 대한 새로운 이슈가 생겨나는 이때, 이재훈 교수의 ‘법대로 그림 보기’는 유효하고 유용하다.
중앙일보 기자, 미술경영학 박사 권근영
나는 홀로 서있는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법학자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편협하고, 갇힌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은 많은 사회현상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아니, 반드시 연결되어야만 한다. 나는 그것을 ‘사유’라고 부른다. 이 책은 법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현상으로 법을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또 다른 내시(Nash)의 ‘뷰티풀 마인드’이다.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이성근
글은 저자의 인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기계항공공학 전공부터 로펌, 기업, 각종 위원회,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단연 특별한 변호사였다. 전혀 융합되지 않을 것 같은 클래식 미술과 법률을 엮어 이 책을 출간한 것은 바로 그의 다양한 경험과 연구의 토대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으신 모든 분에게 미술과 법률이 얼마나 멋지게 융합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적극 추천한다.
삼성준법감시위원장,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음악과 미술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어떻게 법이 적용되는지를 알려주는 이재훈 변호사의 글은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믿기에 이 글이 모여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벌써 수년의 세월이 흘러 칼럼을 모아 책을 발간한다는 소식에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주)아츠앤컬쳐 대표 전동수
장인 미술가들이 자유롭게 붓질을 하듯, 법률 전문가가 클래식 미술작품을 만나 자유롭게 요리하는 글들은 감상과 논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다음 챕터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오랜 시간 정성껏 써 내려간 글을 통해 명작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법률에 대한 새로운 통찰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클래식 미술을 색다르게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모델, 배우 황현주
차례
prologue_ 그림을 보고 법적으로 한번 따져봅시다
추천의 글
Ⅰ. 그림 속 진주, 빨래, 자전거에 대한 고찰 : 일상생활과 법
1. 진주는 귀금속이 아니다 - 베르메르와 진주 귀걸이
2. 수질오염과 부유물질 - 폴 카미유 기구와 빨래
3. 집시의 주민등록 - 앙리 루소와 전입신고
4. 자전거를 자전거라 부르지 못하고 - 모네와 자전거 제동장치
Ⅱ. 창작과 복제 사이, 그 어디쯤 : 지식재산과 법
1.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세계 - 아르침볼도와 초상권
2. 복사할 수 없는 가치 - 훈민정음과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3. 아이돌 의상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 튀튀와 디자인보호법
4. 소설 속 주인공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 - 바스네초프와 캐릭터
5. 영웅 지우기 - 베토벤과 저작인격권
6. 특허 전쟁 - 라에네크와 청진기
Ⅲ. 마법의 묘약이 필요한 순간 : 아이들과 법
1. 누구를 위한 일기인가 - 메리 카샛과 아동 인권
2. 아빠랑 살래? 엄마랑 살래? - 셰익스피어와 자녀의 의사
3. 청소년 유해업소의 기준 - 쇼스타코비치와 왈츠
4. 나의 진짜 아빠를 찾아줘 - 푸치니와 인지
5. 배드 파더스 - 클림트와 양육비 소송
Ⅳ. 동행을 위한 배려 : 동물과 법
1. 스스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 나쓰메 소세키와 유기동물
2.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는 개 - 고야와 동물보호
3. 사냥 전리품을 더 이상 운반하지 않겠다 - 얀 파이와 트로피 헌팅
4. 실험동물을 위한 윤리적 배려 - 조셉 라이트와 동물실험
5. 낙마한 미래주의 - 보치오니와 낙마사고
Ⅴ. 변호사가 읽어주는 세상 : 사건사고와 법
1. 그의 부재중 전화 - 아폴론과 스토킹
2. 말다툼에서 시작해 ‘현피’까지 - 푸시킨과 결투
3. 사고와 과오의 차이 - 바흐와 백내장 수술
4. 고부갈등, 언니들의 싸움이다 - 크레안거와 폭행치사
5. 지구를 살려라 - 시슬레와 기후위기
epilogue_ 루벤스의 그림엔 죄가 없지만, 따져보면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