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가을 김치 두번째, 조선배추 겉절이입니다.
조선배추는 가을김치로 너무 좋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날씨변주로 '배추'생산에 차질이 심해지는 시기에 더더욱 빛이 납니다. 조선배추는 토종배추로 우리땅과 기후에 오랜세월 적응한탓에 이정도의 날씨변동에도 끄떡이 없기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있고 친숙한 '통배추'는 재배역사가 60년이 채 안되었고, 중국종자로 재배되었고 현재는 육종되어 국산품종으로 분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땅에 '적응'하는 중이라 여기면 되는 외래종자배추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알고있는 배추로 배추맛을 논하거나 김치대표재료인양 여겨서는 안됩니다.
이런사실을 알고부터 하나씩 조선배추로 맛을 배우고 하나씩 밥상에 채우고 있습니다. 처음은 적응도 잘 안되고 어찌해야할지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 친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더많이 아껴줄 가치가 높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처럼, 계절의 변주 날씨의 변주는 심할텐데, 무난하게 씩씩하게 잘 크는 토종식재료는 중요할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니 입맛이 친숙해지니 오히려 지금의 배추가 닝닝하고 조선배추가 고소하니 씹는맛도 아주 좋아 더 좋습니다.
보통 통배추는 가운데로 결집해서 잎이 꽉꽉차게 크는터라 연한 노란속잎을 주로 먹고 질긴 겉잎은 버린다면, 조선배추는 가운데로 잎이 모아지지않고 크는터라 거의 겉잎 몇장으로 크는데 겉잎이 연하고 부드럽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어줍니다. 또, 무청줄기같이 생긴 조선배추나 잎이 겨자잎같은 조선배추는 톡쏘는 맛까지 가지고 있어서 익혀먹으면 갓김치 못지않은 톡쏘는 맛에 아주 맛있어집니다.
* 구글이미지에서 가져온 '조선배추' 또는 '토종배추'입니다.
많이 낯설지요? 이 낯설음이 저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외국종자로 키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까무러치게 놀랐습니다. 그것도 고유한 우리음식에 쓰이는 주요한 식재료들도 대거 외래종자를 끌어들여 재배해 (60년대 대량재배풍토 영향으로) 제맛을 잃은 상태라는것도 알게되면서 '종자'를 잃어버린 식재료생산이 '맛'과 '건강'을 잃는 주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은 대거 수입산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이미 60년대에는 수입(외래)종자로 키우기가 국가적방침으로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이러니, 먹는것(음식문화)은 단순히 '취향'따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책으로 결정된다는 걸 새삼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혹여, 지금 먹고있는 배추가 중국종자라는 사실에 놀랐다면, 이제부터 먹고있는 식재료들의 종자까지 들여다볼줄 아는 눈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러면, (비록 마음한켠이 무너지는 고통도 받지만) 무엇을 아끼고 사랑해야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우리나라 채소류들은 60%정도만 우리종자이고 40%는 수입종자입니다.비율상으로 보면 그다지 놀랄만하지않는데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40%안에 주요한 식재료들이 대거 들어있습니다. 눈길 안주는 소소한 식재료들만 우리종자이고 많이 즐겨먹는 식재료들은 외국종자로 키워진 것들입니다. 이 외국종자들은 크기가 크거나 양이 많이 생산되는 점에만 주목했던터라 '농약과 화학비료'를 떡칠하면서 키우게 된 시작이기도 합니다. 우리땅에 길들여지지않은 종자이니 당연히 나서는문제가 많았을터, 빨리 키워내기위해, 또 허약함을 감추기위해 그리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배추하나만 보더라도 우린 먹거리의 근본문제가 무엇인지, 어디로부터 우리가 '건강'과 '맛'을 찾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제게는 '조선배추'는 씨앗의 중요성도 가르쳐주었지만, 오늘날 우리들 먹거리의 허상과도 마주하게 했습니다.
또, 섣부르게 '맛'을 안다고 여기면 안된다는 '겸손함'도 안겨주었습니다.
토종식재료가 제삶에 조용히 깊숙이 차분히 들어 앉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동시에, 많은분들이 '조선배추' (이밖의 토종식재료들도)를 낯설어하지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졌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꾸준히 제철찾기여정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내것으로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글을 읽고 보시는 분들도 점점 친숙해져서 먹거리에 가장 중한것이 뭣인지를 하나씩 다듬어 갔으면 합니다.
* 그간 제철찾기를 하면서 만난 '조선배추들'입니다.
위사진은 그간 제가 맛본 '조선배추'들 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배추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김치를 해먹고, 데쳐서 나물로도 먹어보고, 국으로도 끓여보니 왜? 아직까지 살아서 장터에 아름아름 판매하고 있고 또 굳이 조선배추만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듯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어 친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막상 친숙해지고 나니, 너무 맛있습니다. 이제는 봄과 가을에 빠지지않고 김치로 내놓습니다. 이번에 담근 겉절이는 딱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고, 또 맛도 좋아 한껏 뿌듯해하며 먹고있습니다.
보기에는 뭔가 헐렁해보이지만, 아주 맛있습니다. 일단 배추씹는식감이 아주 좋고, 양념도 잘 어울려서 초가을에 너무 감사해하며 먹고있습니다. 특히나 추석도 끼고, 늦더위가 심했던 탓에 김치재료가 마땅치않았는데, 조선배추덕에 저렴하고 맛있게 챙길수 있게되어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9월말경부터 늦가을,초겨울까지 장터(5일장터나 직거래장터, 또는 재래시장)에서 만날수 있으니,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보시길 바랍니다. 알면 꼭! 만나게됩니다. 그리고 점점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중적인 식재료로 우뚝 세워질 것입니다. 그런 희망을 쏘아올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뭐, 그리 거창하지않아도 가을문턱에 들어설때쯤에는 김치재료중에서 '조선배추'만한 맛있는 김치거리가 없습니다.
왠만한 김치거리재료들은 철모르게 키우는터라 영 상태도 부실하고 (마치 늦더위땜에 그렇다고 탓하지만 철없이 키워서 그런것이 거든요 종자는 말할것도 없구요), 맛도 닝닝합니다. 그러니, 만날수만 있다면, 꼭! 챙겨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요번 김치는 익혀먹지않고 겉절이로 먹는데요. 자꾸 익혀서도 먹자고 혀서.. 조만간 담가 익혀먹을까 생각중입니다.
포기수는 11포기이나, 양은 3리터통에 헐렁하게 차요. (가격은 3000원) 근데, 이날 갓김치며, 고들빼기며 사다 담근통에 언제 그럴런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가을김치 연달아 소개할터이니, 참고해서 놓치지말고 밥상에 채워보세요!
'조선배추 겉절이'는 가을김치로 잘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매해 가을날 초입부시기마다 들썩거리는 물가에 덩실덩실 춤안춰도 되고 걱정없이 김치를 담글수 있으니 이보다 더 맘이 편한게 없네요. 사실, 맘을 편하게 해주는 먹거리가 없잖아요?
맘편하게 사다가 후다닥 담가삤습니다. 가을김치때문에 고민 걱정투성이라면, '조선배추'사랑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런지요?
조선배추 겉절이
재료: 조선배추 10포기( 3000원어치) 썬쪽파 네-다섯줌 , 배1/2개(대왕크기), 양파1개(중간크기)
절이기: 굵은소금1컵+물 3리터 , 웃소금 반컵
양념: 고춧가루 7큰술, 멸치액젓3큰술, 새우젓2큰술, 산머루청 5큰술, 다진마늘2큰술, 다진생강1/2큰술
조선배추 겉절이는요,
절여서 담그는 방법이 있고, 생으로 담그는 방법이 있어요. 생으로 담그는건 바로먹고 끝낼때 하는 거이 좋고, 조금 두고 먹으려면 절여서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에 따라 판단해서 만들면 됩니다.
절이기는 기본 '굵은소금1컵'당 물 3리터로 해서 잘 녹여준후 손질한 김치재료를 소금물에 담갔다 건져서 다른볼에 차곡차곡 담으면서 웃소금을 살살 뿌려줍니다. 그리고 남은 소금물은 체에 밭쳐 그 위에 뿌려주면 됩니다.
김치재료가 잘(부드럽게) 휘어지면 잘 절여진 것입니다. 절이기는 시간보다는 김지재료의 절여짐 상태를 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에 따라, 소금농도에 따라, 김치재료양에 따라 시간적 차이가 있기때문입니다.
제방식대로 절이기를 한다면, 다 절여지면 소금물이 김치재료위로 살포시 올라옵니다. 이때 재료상태 즉 부드러운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겉절이양념은 조금 달큰하고 꼬소롬하게 해줍니다. 곁들이는 과일은 채로썰어 단맛을 증가시키고, 통깨(깨보숭이)를 듬뿍넣어 맛을 내면 좀더 맛있게 먹을수 있습니다.
이번에 산 '조선배추'는 겉모양새는 얼갈이배추랑 비슷꾸리하게 생겼지만, 조금더 오동통하고 길쭉합니다. 얼갈이보다는 푸른잎이 살짝 거칠어보입니다. 속안을 보면 몇장 안됩니다. 포깃수를 세어보니 10포기인데, 김치로 담그면 얼마 안됩니다. 가격은 3000원입니다. 생김새를 보니, 언뜻 장보다가 만난거 같기도 하지않습니꺄?
보통은 얼갈이배추가 조금 우람하게 컸네! 하고 스치기 마련인데요. 만져보거나 조금만 눈여겨 보면 좀더 굵직하고 도톰하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당연히 길이도 상당히 길쭉합니다. 아마 신경쓴다면 여러 조선배추 중에서는 가장 만나기 수월한 '조선배추'입니다. 또, 익숙한 통배추로 할수있는 왠간한 김치조리법에도 무난하기때문에 적응하는데도 아주 손쉬울것 입니다. 잘 찾아내시길.
줄기끝부분을 잘라내고 4-5센치길이로 퉁퉁 썰어줍니다. 손질 끝! 너무 쉽죠?
소금물을 만듭니다. 소금 1컵에 물3리터를 넣고 잘 녹여줍니다.
그리고 손질한 배추를 퐁당 담갔다가 쪼로록 물기를 빼주면서 다른볼이나 김치대야에 차곡차곡 담으면서 웃소금을 살살살 흩뿌려줍니다. 마지막에는 남은 소금물을 체에밭쳐 따라주면 됩니다. ( 소금물이 지져분해졌을테니 고운체에 밭쳐서 부어주세요!)
잘 절여지면 이렇게 부드럽게 휘어집니다. 그리고 절일때는 안보였던 소금물이 위로 살짝 올라옵니다. (재료가 숨이 죽으면서 부피가 줄어들면서 소금물이 위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다 절여졌으면 체에 밭져 물기를 빼줍니다. 충분히 빼줍니다. 물을 대충빼면 나중에 양념이 많이 겉돕니다.
절여지는동안, 물기빼는동안 양념을 준비합니다. 부재료는 쪽파 ,배, 양파를 준비했습니다.
배는 추석에 선물받은 것인데. 대왕크기인데 정말 맛없습니다. (배는 가을볕과 기온차가 많아야 맛있어집니다. 선물이라 먹고있고는 있지만, 제발 추석시기에 이르게 나오지않았으면 ...하는 바램만 간절해집니다)
어쨌건, 이번김치에 채썰어 넣었습니다. 단단한 배라서 어울림도 나쁘지않을듯 해서 그리했습니다.
양파도 갈지안고 같여 채썰어 넣어주었습니다.
양념은 고춧가루 7큰술, 멸치액젓3큰술, 새우젓2큰술, 산머루청 5큰술, 다진마늘2큰술, 다진생강1/2큰술을 넣고 잘 섞어준후 준비한 부재료 넣고 물기뺀 배추넣고 쓰윽 버무렸습니다. 그리고 통깨를 살짝 으깨서(깨보숭이로 만들어) 뿌려 마무리~
보관통에 담고, 냉장고에 넣습니다. 숙성하지않습니다. 익혀드실경우에는 찹쌀풀도 좀 넣고, 통깨빼고, 배도 조금 줄여넣으면 됩니다.
자~그릇에 담습니다.
아오~ 너무 맛있습니다. 보통 초가을통배추가 서근서근 닝닝한 맛이라면 요건 찰싹 입에 착착 감기는 씹히는 맛입니다.
겉잎같은 푸른잎이 많아 씹히는 질감이 아주 좋습니다. 보통 통배추는 질겨서 안먹고 버리지만, 조선배추는 온통 겉잎들이라서 연하고 부드럽고 씹는맛이 오히려 좋습니다. 또 오래입안에 머물다보면 고소롬한 맛도 안겨줍니다.
예전에는 그맛이 낯설었는데, 이제는 너무 맛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맛이 '배추'맛이구나 하면서.
뜨끈한 돌솥밥에 척 얹어먹으니 정말 꿀맛입니다. (찬바람도 부니 '돌솥'밥도 한창 해먹고 있거든요)
새코롬하게 잘익은 초롱무김치만 먹다가 풋풋한 겉절이를 먹으니 더 맛있는지 모르겠지만서두, 왠지 저렴하고 맛있는 김치를 제때에 잘 선택한듯해서 뿌둣해지는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가을은 무르익으면, 김치재료가 한껏 맛있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초가을시기 끝트머리이니 맛있어지는 김치재료들도 하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사이 사이에, 조선배추는 우리들밥상을 더더욱 든든하게 채워줄듯 합니다.
지금 이맘때가 한창 '조선배추'도 선보이는 시기이니, 가을김치로 찜꽁해두고 매해 소중하게 맛있게 챙겨보셨으면합니다.
김치는 우리네밥상에서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찬입니다. 만들어두면 든든함은 아마 최고이지않을까싶습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지니 뜨끈한 햇잡곡밥에 갓담은 가을김치로 소박하지만 든든하게 차리는 가을밥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