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南傳大臧經(남전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숫타니파타(Suttanipata)>에 나오는 말이다.
숫타니파타에 관하여는 국내에 법정스님의 번역서와 팔리어 원전을 직역한 전재성의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다.
나는 숫타니파타 중 '무소의 뿔'을 암송하고 있다. 위 책에는 40구절로 되어 있는데 내가 외우고 있는 구절은 19개 구절이다.
오지 여러분도 이 게송을 외워보기 바란다.
이 게송을 외우다 보면 오지의 웬만한 봉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몇 년 전에 공지영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소설을 썼고(이 소설은 일본어로도 출간되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이 소설은 새 시대 여성들의 강력한 자기주장을 담아내어 이 땅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사회 전반의 문제로 끌어올려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에 불을 붙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문열은 소설 『선택』에서 장씨 부인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질타하고 있다.
“그들은 이혼의 경력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에 걸고 남성들의 위선과 이기와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그들과 싸운 자신들의 무용담을 털어놓는다.
이혼은 <절반의 성공>쯤으로 정의되고 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된다.
그리고 자못 비장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외친다.
어쨌거나 굳세고 용기 있는 여인들이지만 그들을 시대의 선구자로 인정하기에는 왠지 망설여진다.”
여기서 ‘무소’는 ‘물소’가 아니라 ‘코뿔소’이다.
무소는 아프리카, 인도에만 있고, 인도코뿔소(Rhinoceros/unicornis)는 주둥이의 끝 위에 1개의 뿔이 있다.
쌍용자동차의 무쏘(MUSSO)는 코뿔소의 또 다른 순 우리말로, 코뿔소처럼 튼튼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차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구절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번역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묶여 있지 않은 숲속의 사슴이 초원을 찾아 거닐듯,
현명한 자라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전재성 번역서 중 ‘코뿔소의 외뿔의 경’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중국어로 “让他象犀牛角一样独自游荡.”로 되어 있고,
영어로는 “let one wander alone like a rhinoceros.”로 되어 있다.
일본어로는 'サイの角のようにひとりで行け'가 된다.(법정스님의 숫타니파타 번역은 일본어판 번역의 중역이다).
중국어의 ‘他象犀牛’나 영어의 ‘rhinoceros’는 무소, 코뿔소를 말한다.
나로서는 팔리어원전은 읽을 도리가 없고 우리말 번역으로나마 숫타니파타를 읽어본다.
<숫타니파타>의 숫타는 경(經), 니파타는 모음이라는 뜻이므로 우리말로는 '경의 모음' 즉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은 불교경전 중 가장 먼저 성립된 것으로 70개의 경으로 구성되며, 모두 1149개의 시(偈頌)가 담겨 있다.
오직 팔리어 대장경에만 실려 있고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숫타니파타는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물론,
선불교 수행을 상징하는 심우도의 원형도 포함돼 있다.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경전을 읽다보면 고독한 수행자의 길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세상은 홀로 가는 길,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 제1장[수행자의 모습을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여 ‘사경(蛇經)’이라고도 함]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의미는 쉽게 말하면 ‘게으름 없이 묵묵히 홀로 정진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이 구절이 나오는 偈頌을 법정스님의 번역으로 읽어보자.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동반자들 속에 끼면 쉬거나 머무르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그러니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절바르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거든,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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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벗은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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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혼자 가라는 말은 아니겠고,
아무튼 강철같은 의지와 실천력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라는 조언이라고 봅니다.
인간이 그에 못미칠 뿐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물론입죠~
존 말씀 감사함다...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를 돌아봅니다. ㅠㅠ
캐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 왔지만 쉽지 않고,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자꾸만 멀어지는 듯합니다. 선배님 어찌하면 무소의 뿔처럼, 그물에 걸리지 아니하는 바람과도 같이 살아 갈 수 있을까요... 제발 알려주시길... 간절하옵니다
대사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대사님이~
무대뽀로 가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아이구 성님께서 애들 노는 데까지 다 들리시고 황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