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버섯 산행-큰바위산

[향상(박동욱)]

일시: 2018년 9월 8일

참가자: 모닥불 영희언니 스틸 자연 메아리대장 사계 상고대 대장 신가이버 오모 인치성 한계령 향상(12명)

산행궤적
6:30 동서울 출발, 삼패사거리 4인 탑승
8:40 상남5교 출발
10:40 대암산 큰바위산 1089.9m
11:50 점심 군부대 부근
2:50 왯골 개울 하산
3:05 쿠키산행(본문 후반에 설명)
4:10 왯골 3교 하산 완료
5:30 파레스 가든 저녁

백로다. 아침햇살에 오모의 입김이 스친다. 잘못본게 아닌가 의심스러워 나도 살포시 입김을 내본다. 틀림없다. 이미 가을에 들어섰다는건 지난주 산행으로 느꼈지만 오늘은 겨울을 예감하게 된다. 더위가 지나가자 마자 바로 월동에 생각이 미치는건 한해를 또 보내야한다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그래도 세월에 끌려 다니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를 즐기자고 마음을 추스린다.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가을 날이다. 버섯 산행이 딱 제철이라고들 하신다. 대암산 매봉산 일대는 오지팀이 이미 여러차례 섭렵한 결과 네 이파리 넝쿨 식생을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오늘은 어떤 수확이 있을지 기대해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송이 유사한 버섯이 눈에 띈다. 그러나 바로 잡버섯으로 판명나고. 모두들 그러면 그렇지 하는 반응으로 한바탕 웃는다. “새송인가? 그건 이마트에서 난다는데” 하면서.

오늘은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빠졌다. 총대장님도 안계시고 무한님, 수담님, 해피, 두루, 무불 등등. 오지버스 빈자리가 허전함을 더한다. 자연님은 총대장님의 가락이 없어 못내 아쉬워하신다. 분위기가 좀 가라 앉은 느낌이지만 오랫만에 오신 인치성님의 음성이 그나마 오지팀과 함께 있다는걸 느끼게 해주신다.

상남 5교 부근에 가니 군부대가 훈련을 시작할 기미를 보인다. 상고대대장님께서 신속하게 입산하라신다. 잘못하면 군인들이 입산을 막고 돌아가라고 할지모른다고 한다. 대암산까지는 큰 급경사없이 무난하게 올라간다. 대암산 표식이 두군데에 있다. 높이도 조금씩 다르다.

대암산에서 쉬는 동안 인치성님이 알러지와 아토피의 원인이 너무 깨끗하게 지낸때문이라고 역설하신다. 더러운 것 때문에 그랬는지 갑자기 오모는 어렸을 때 증조할어버지댁에 가면 쥐를 잡아 포를 떠서 주셨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고기가 귀한 시절이라. 이어 인치성님이 페루에 가면 꾸이꾸이라는 큰 쥐가 있는데 식용으로 먹는다고 하시더니 베트남에도 쥐를 식용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급기야 메대장님의 베트남 며느리 이야기로 옮겨지면서 메대장님은 며느리와 어찌 대화하시는지 묻는다. 메대장님은 “엘리스 물, 엘리스 밥, 엘리스 ...” 이렇게 하면 다 통한다고 하시고. 외국어 이야기는 총대장님 영어 공부로 이어졌다. 요즘 영어 공부 한창이시라고. 가이버 말에 의하면 영어 공부하시느라 거의 반벙어리가 되셨다는.

알러지 강의중인 인치성님

대암산

대암산부근 식생탐방. 가을 햇살이고 가을 이파리다.

대암산 지나 가는 길에서 본 산등성이. 무슨 이유로 벌목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이유건 보기 안쓰럽다.

대암산을 지나 군부대에 이른다. 우회해서 지나가서 점심 장소를 찾기로 한다. 총대장님이 말씀하신 김소위는 안보인다.

점심은 상고대님이 가져오신 내장탕으로 포식을 한다. 갓 채취한 표고버섯로 풍미가 더해진다.

나는 9월이 신체적으로 제일 어려운 시기다. 가을철 알러지 때문인데 이때는 외출을 되도록 줄이고 음식도 가린다. 술, 매운음식 등은 콧물 눈물 재채기로 이어져서 여간 괴롭지 않다. 오늘도 약을 먹어서 심하지는 않았지만 알러지가 올라왔다. 가엽게 여기셨는지 사계님께서 고맙게도 잔나비걸상 버섯을 건네주신다. 모닥불님께서 캐셨다고 다려먹으면 천식에 좋다고 하신다. 그리고 버섯산행에 걸맞게 오늘은 상황버섯을 오모를 비롯해 몇 분이 캐셨다고 한다. 상고대님이 즉시 검사하시고 상황버섯이 아니란다. 약간의 논쟁은 있었으나 상고대님이 상황버섯은 절대 손으로 부서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문제의 버섯을 부서버려 상황을 종료시킨다. 또다른 잡버섯으로 판명난다. 급기야 내장탕에 넣은 표고도 의심 선상에 올리며 한바탕 웃고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잔나비걸상 버섯

버섯 이야기로 웃음 꽃이 함박. 원래 사진 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산행기에 적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보니 기억이 안난다. 이제 이런 건망증은 너무익숙하다.

점심후 매봉산으로 계획했던 등로을 바꾸어 왯골로 내려서 다시 능선에 붙기로 한다. 이번 산행은 시작부터 내려올 루트를 정하지 않았다. 끝이 자유로우니 중간부터 즉흥적이 된다. 어떤 길이건 좋다. 청명한 날에 무난한 등로로 오지멤버들과 같이 가는 길.

군부대에서 보이는 가리봉 설악산

왯골전 임도에서. 싸리꽃

왯골 개울까지의 길에서

오늘은 단체사진이 따로 없다. 일찍 대암산에 오르다보니 너무 이른 것같아 생략했다가 매봉산을 가지 않는 바람에 자연스레 찍지 못하게 되었다. 왯골 개울에서 쉬는 장면 찍은 사진으로 단체사진을 갈음해야만 하겠다.

계곡에서. 수량이 좋다. 팬션에서 내려온 물이라 알탕은 안된다는 상고대님 말씀.

휴식후 시간은 오후 3시. 능선을 올라 하산하기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냥 내려가기는 아쉽다고 하기는 그렇고 왠지 몸이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 총대장님이 시간 체크하고 있을거라는 말도 있고. 한시간만 오르고 왯골3교로 하산하자는 의견이다. 자연님은 남고 나머지는 가파른 길을 오른다. 나도 마음은 자연님에게 두고 마지 못해 오른다. 시간을 정해두고 오르니 그리 힘들지는 않다. 40분정도 오늘 지점에서 왯골 3교로 4:10 하산, 오늘 산행 완료다. 오늘 막판 산행은 평소에 하는 2부 산행과는 달라서 뭐라 이름지을지 생각하다가 쿠키 산행이라고 지었다. 쿠키영상에서 따왔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영화끝나고 나온 사람, 협찬 이런거 보여주는 자막)을 보여준 뒤에 짤막하게 보여주는 추가적인 영상을 말한다. (보통 NG 장면이나 다음 시리즈의 힌트 등을 보여준다.) 2부산행 처럼 본격적인 산행이 아니고 산행 다 끝난 다음 맛뵈기로 잠시 오르는 산행.

양평 사우나

파래스가든 저녁후 상고대님 모시러온 형수님

오늘은 음력 29일 그믐달을 보며 집에서 나와서 샛별을 보며 귀가한다. 편안한 산행 청명한 가을 산행이었다.

[산정무한]

향상님의 등단 데뷔를 감축합니다. 참신한 글 계속 이어 나가시길...
앞으로 2부 산행대신 쿠키산행을 지향해야 할 듯 합니다.

[대간거사]

오잉? 이게 왠일이래~! 그야말로 놀랍고 기쁜 일 입니다. 등용문을 넘으심을 축하드려요. 기왕에 시작한 거 쭈욱 가보자구요.. 딸랑딸랑.

[악수]

산행보다 산행기가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한메(정문종)]

쿠키산행?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셨네요. 역시 정리의 귀재.
글이 참 깔끔하고 감칠맛이 있네요.
인재가 화수분인 오지팀은 새삼스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루(輝輝)]

우와~ 산행기의 신세계를 접하네 !!
매 산행마다 악수형님 총대장님 모닥불누님 메대장님의 산행기와 향상의 새로운 산행기가
오지산행기 란을 채우면 ~
오지회원수도 거의 사단급으로 급성장 !!!!!
두루도 지난 토 오지산행에 다녀온 듯 幻山 !!

[메아리(김남연)]

청명한 가을날씨속에 거운 하루였습니다..대단하시네요. 손폰으로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다니....앞으로 쭈욱 부탁드려유

[무불(지현수)]

하늘에서 파란물이 떨어질 듯 파란 날씨네요. 향상스러운 산행기 감사합니다.

[사계]

새로운 멋진 산행기를 계속 기대합니다^^

[맑은(김재훈)]

오! 향상의 일목요연한 멋진 산행기네
앞으로 계속 부탁합니다.

[향상(박동욱)]

과분한 격려에 위기감 마져 느낍니다. ㅎㅎ 악수형님 산행기 빈자리를 메꾸시던 총대장님도 결석하셔서 무리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만 등로와 주변 지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산행기를 쓰니 진땀나네요. ^^;

[스틸영(김순영)]

우와~~!!
신조어도 나오고 또 다른 맛의 맛깔스런 산행기군요
사진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와요 (특히 가이버님의 질끈 웃음이~~^^)
앞으로 쭈욱~~! 아주 잘할때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