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의 어머니…수차례 발현, 평화 위한 기도 요청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우리가 하루 3번 삼종기도를 통해 되새기듯이 성모 마리아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았을 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다. 성모 마리아는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 동정이고, 원죄 없이 잉태됐으며, 하늘로 불림을 받았음을 믿으며 특별히 공경한다. 이런 믿음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우리 신앙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한다.
성모 마리아가 ‘평화의 모후’라 불리는 것도 마리아가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기도 한 1월 1일이 ‘세계 평화의 날’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바로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로 여기는 이유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라고 하시며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님의 평화를 선포하도록 했다.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왕인 예수님을 잉태해 낳음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십자가 아래 서 있었고, 스스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평화의 사도로 살아갔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혼란과 폐허를 딛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성모호칭기도에 ‘평화의 모후여’를 추가해 신자들이 평화의 모후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도록 하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는 승천 이후에도 세계 여러 곳에 발현해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특히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성모 마리아는 5~10월 6차례에 걸쳐 발현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죄인을 위해 희생하며, 성모성심을 공경하라고 전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1)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기념한다. 인류 역사 안에서 영혼뿐만 아니라 육신이 승천한 분은 그리스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뿐이시다. 예수님과 같이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오름을 기리는 승천의 특전은 바로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명확히 밝혀준다.
2) ‘마리아의 동정의 몸과 흠 없는 영혼이 누리는 영광’을 기념한다. 원죄 물듦 없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동정녀로서 아기 예수님을 자신의 태중에 모셨으며, 이를 세상에 낳으신 후에도 변함없는 동정을 지니신 티 없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성모 승천 교의를 통해 명백하고 합당한 것으로 증명된 것이다.
3) 성모님이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으심‘을 기념한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셨고, 모든 점에서 그리스도를 완벽하게 닮으셨으니 승천하신 그리스도를 닮음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4) ‘우리도 성모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상기하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며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자리하길 바란다. 이런 희망을 이룬 첫 번째 인간은 마리아이시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의 모상인 성모님이 하늘에 올림 받음을 보면서 “마리아 안에서 완성될 구원의 업적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즉 성모님과 같은 유한한 인성만을 지닌 우리 보통 사람들도 예수님을 굳게 믿고 따른다면 성모님처럼 승천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함으로 떨고 우리 인류에게 너무나도 큰 기쁜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한다.(“예수의 모친은 천상에서 이미 영혼과 육신으로 영광을 누리고 계심으로써 후세에 완성될 교회의 모상이며 시작이 되신다.”[교회헌장 68항])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성 마리아 기념일’에서 계속된다. 이 기념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8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