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동상황을 보면 한마디로 중구난방입니다. 미국이 중동을 장악하고 있을 때와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이런 모습이 정상적이기는 합니다. 특정 초대형국가가 상황을 휘잡고 있은 것은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아도 그 속은 아주 소용돌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911사태도 미국이 중동지역을 장악할 때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 입김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급속히 약화되었기에 여기 저기서 여러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빈 공간을 파고 들어 중동지역에서 그들의 세력권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기에 중동양상은 또 다른 방향을 향해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의 전쟁입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지난해인 2023년 10월 미국의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대선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초극우주의적인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아래에서 이런 저런 곤경을 겪고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떳떳한 죽음을 택하자는 의지의 발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스라엘의 총리인 네타냐후는 극우주의의 선봉장입니다. 팔레스타인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의 영토를 더욱 넓히겠다는 이른바 시오니즘주의자들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네타냐후는 이번을 바로 시오니즘을 완성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네타냐후 자신의 독재성향때문에 퇴진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더욱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니 절대 이 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못할 것입니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대통령 바이든의 입장에서는 빨리 이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어합니다. 유럽 각국에서도 이제는 그만 하고 휴전하라는 압력이 많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반전시위 다시말해 반시오니즘 시위도 바이든 입장에서는 아주 고약한 요소입니다. 자신의 지지자들로 분석되는 반전시위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지금 박빙의 승부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민주당 캠프입니다. 미국 경찰이 강압적으로 시위를 저지하고 시위자들을 연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 바이든은 결국 팔레스타인의 라파지역에 대해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강행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에 행한 경고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일언지하에 묵살합니다. 아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타냐후는 그 어떤 압력이나 국제사회의 결정도 나라를 지키려는 자신들의 의지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홀로 서기를 강요받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홀로서기라는 다소 섬뜩한 표현 사용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은 보라는 듯이 라파지역의 폭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미국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확실한 지원국인 미국을 향해 비웃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이런 홀로서기를 내세우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국내외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특히 극우 연정 파트너들을 의식해 국제 여론과 국내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네타냐후가 국가안보장관과 재무장관 등 극단주의 연정 파트너에 의존하면서 이스라엘 대중과 더욱 멀어지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네타냐후의 연정은 64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겨우 과반을 넘기는 수준입니다. 불과 4명만 이탈할 경우 과반이 무너져 실각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극단주의 두 장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시작부터 지금껏 가장 강경한 태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네타냐후가 서방세계의 휴전안을 받아드릴 경우 연정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네타냐후를 강하게 협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타냐후는 비록 우방인 미국을 잃더라도 이스라엘의 권력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퇴진을 할 경우 국민들의 질타를 감내할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팔레스타인 전쟁과 이란 전쟁까지 떠맡으면서 피비릿내 나는 전쟁을 무기로 자신의 권좌를 연장하고 싶은 것이 바로 네타냐후와 그의 추종자들인 초극우주의 시오니즘자들의 사고방식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홀로서기가 의미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그렇게 심각하게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그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하려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받아드려지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세계에서 많은 핍박을 받은 것은 바로 선민주의 즉 자신들은 종교적으로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그 의식때문입니다. 주변국들과 주변 이웃들과 사이좋게 살아가려는 시도보다는 오로지 자신들만이 신의 선택속에 탄생했고 살아갈 것이다라는 고슴도치식 사고방식때문에 역사상 유래가 없는 탄압과 학살을 경험한 것 아닙니까.
겨우 겨우 팔레스타인 지역에 그들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우고 막강한 미국을 배경으로 중동국가들을 누르면서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강성해지는 만큼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주변 중동국가들의 심기는 불편했을 것입니다. 미국을 방패로 호가호위하는 식으로는 절대 편한 이웃국가, 사이좋은 국제사회 일원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한때 추진하려던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수교 추진과 이란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중동지역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당한 외교 그리고 순리에 맞는 외교를 해야 이스라엘이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 네타냐후처럼 초극우적인 성향을 주장하다가는 그야말로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 지 모를 일입니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고난의 역사 그리고 처참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 네타냐후와 그의 추종자들은 어떤 것이 중동 평화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구적 존재를 가져다줄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4년 5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