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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투시경] 김주애가 김정은 후계자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
정창열
국가정보원이 7월 29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북한은 김주애를 현시점의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어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와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딸인 주애가 향후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이다.
다만 "아직은 다른 형제가 나설 가능성이 있고, 최종적으로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이런 판단을 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애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이후 공개된 활동의 70%가량이 군사 분야에 집중됐는데, 이는 그녀가 (후계자 지위에서) 제국주의와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수령이나 후계자에게 사용하는 ‘향도’라는 표현을 김주애에게 쓴 것도 후계와 관련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주애는 2022년 11월 김정은과 함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 17’형 시험발사 장면을 참관하는 모습이 노동신문을 통해 처음 공개된 이후 김정은 공개 활동에 수시 동행했다. 이에 김주애의 위상과 역할, 후계자설에 대한 견해가 분분했다. 그러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지난 2023년 ‘김주애 띄우기’를 본격화하면서, 김주애 후계자설에 회의적이던 관계기관과 전문가들까지 ‘후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을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는 김주애에 대한 호칭·의전·간부들의 태도 등을 고려해 볼 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되어 후계자 수업을 받는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겉보기’로만 판단한 결과다.
‘주애가 과연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는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김일성의 핏줄을 함께한 가족 구성원이 어떤가를 살펴야 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권력이 부자 세습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곁가지 무리’는 김평일처럼 무력화되거나 김정남처럼 살해됐다.
김일성 피를 이어받았으면서도,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구성원은 김정일·김경희, 김정은·김여정 조합에서처럼 동복(同腹)뿐이었다. 외형적으로는 김일성의 혈통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일종의 모계집단(母系集團)인 것이다. 여타 김일성의 후손들은 존재감이 없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가족 구성을 보면 스산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세습이 아니라 김정은→김주애로의 부녀 세습이 이루어진다면, 주애가 통치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권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른바 ‘백두혈통’ 중에서 김주애를 보좌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애는 차기 후계자로 등장하는 시기가 ① 결혼 전이라면 외가(外家)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② 결혼한 후라면 시가(媤家)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권은 자연스럽게 다른 성씨(姓氏)의 인물에게 넘어갈 것이고, 이는 김씨 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 김정은 역시―종족 보존이라는 관점에서―이 점을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잔혹한 인권 유린과 무모한 핵 능력 증강, 최근의 민족 부정 발언까지도 ‘김씨 정권 지속 유지’라는 종족 보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현재로서는 주애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후계자로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리고 김주애의 역할은―남자 형제가 있다는 가정하에―오빠나 남동생이 후계자로 등장할 때까지 이른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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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열 북한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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