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에 선발돼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을 이용했다. 어느덧 1년이 지나 연장 심사 기간이 다가왔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터라 책이나 포장재 등 짐이 상당했다. 일을 꾸려 나가려면 이 공간이 꼭 필요했기에 심사에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사실 큰 걱정은 없었다. 성과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새 책을 두 권 출간했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정부 지원 사업도 두 건이나 따냈다. 이 정도면 인정받을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담당자도 서류만 잘 준비하면 별 탈 없이 사무실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서류 심사가 끝나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된 폭설 때문에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지만 정작 심사위원들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발표 없이 서류만으로 연장 심사가 진행됐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쓸데없는 걱정이라 치부하며 마음을 다독이는데 덜컥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해 더 당황스러웠고 어쩔 줄 몰랐다.
퇴거까지 약 3주가 주어졌다. 중간에 낀 설 연휴 동안 고향에 머물기로 했기에 실제로 남은 시간은 2주 정도였다. 이사 갈 곳을 알아보고 짐도 싸고, 입주까지 하기에는 몹시 빠듯했다. 막막하고 갑갑한 마음에 주변 창업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내 하소연에 그들은 위로와 함께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공유 사무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퇴거 통보를 받고 이틀째 되던 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창고와 공유 사무실이라는 선택지 안에 머무르는 건 현재에 안주하는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가게를 차릴까? 편집 숍 느낌으로 내 작업실을 갖는다면 출판사를 알리는 데 도움도 되고 이것저것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나는 곧바로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고 집과도 가까운 곳으로, 상황이 급박하기도 했고 다행히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렸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 짐을 챙겼고, 새로 가게를 열겠다는 나를 걱정한 어머니가 제주로 내려와 이사를 도왔다. 2월에는 겨울 장마로 비가 연이어 내렸다. 그런데 이삿날 딱 하루만 해가 쨍쨍했다. 3월 말보다도 따뜻했다. 이상하리만치 날씨가 좋았던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면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좋아!' 뜻하지 않게 가게를 차리게 된 걸 생각하면 이 말이 자주 떠오른다. 만약 연장 심사에 통과했다면? 적당히 싼값에 다른 사무실에 들어갔다면? 그랬다면 이 작은 책방을 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를 떨어뜨린 심사위원들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은 나에게 고맙다! 김채윤 | 제주도 제주시
좋은 것과 나쁜 것 중 무엇을 중심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엮을지는 내 선택이다. 내 이야기에 대한 편집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_ 제현주
우리 집이 생기다 찬 봄바람이 불던 날,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가슴이 쿵쾅거렸다. 왼팔에 닿은 아내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가 살면서 착한 일을 많이 했을까, 나쁜 일을 많이 했을까?" "우리는 착하게만 살았지. 남들 다 무단 횡단 할 때도 우린 꼭 신호 지켰잖아!" "그래, 그럼 됐어. 착하게 살아왔으니까 분명 당첨될 거야. 10만 원 내기 어때?" 내 말에 아내의 얼굴이 복숭아꽃처럼 폈다. 사무실 앞에는 우리처럼 아파트 당첨을 향한 갈망에 부푼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자, 이제 명단 게시하겠습니다!" 쿵덕거리는 마음으로 게시판 앞에서 접수 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던 그때, 아내가 나를 와락 껴안고 말했다. "우리 당첨이야!" "거 봐! 내가 뭐랬어? 사실 어젯밤에 당첨되는 꿈을 꿨단 말이지." 하고는 아내를 시장으로 데려갔다. 떡볶이에 순대, 튀김, 만두까지 먹으며 평화를 느꼈다. "신혼 때 말이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지난날을 돌아봤다. 돈 아끼느라 둘 다 영양실조에 걸려 아지랑이를 코앞에서 본 일, 임신 중인 아내와 직접 벽지를 바른 일, 전화기를 내다 팔고 슈퍼 앞 공중전화를 쓴 일까지. 고된 시간을 돌이키며 우리가 눈물의 골짜기를 함께 건넌 동지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저녁 밥상에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고추장찌개가 올라왔다. 푸짐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을, 집이 생겼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비록 결혼 8년간 이사를 여덟 번 다니느라 이사 귀신 붙었다는 소리를 달고 살았지만, 괜찮다. 이제 우리 집이 있으니까! 전용석 | 경기도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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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화위복
힘든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낸 서민의 삶
꾸밈없는 순수한 글이군요.
반갑습니다
소산 님 !
고운 멘트로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낮은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는
행복한 나날들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움과 미소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 지네요
건강 조심 하시고 즐거운 나날들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움과 미소로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