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 덥수룩한 이민철 씨가 차에 탄다.
“이민철 씨, 대구 가기 전에 면도 한 번 하고 갈까요?”
“안 돼. 안 돼. 지금 집에 손님이 있어서, 들어가기가 그래. 그냥 가.”
“그래요? 그럼 집 말고 면도할 곳은 없나요?”
“음…. 없지.”
“그럼 이민철 씨, 아직 치과 예약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어제 말씀하신 돈 갚고 가는 건 어떠세요?
빌린 건 빨리 갚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신세계이용원? 장로님?”
“네.”
“그래요. 그럼 거기 가서 장로님한테 돈 갚고 면도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이민철 씨 친하게 지내는 장로님이 계신다.
이용원을 운영 중이신데, 평소 이민철 씨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들른다.
명절이나 생일 때는 꼭 감사 인사 전하는 분이기도 하다.
“장로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
“아, 전담하시는 분이죠? 반갑습니다.”
장로님이 운영하는 이용원을 들어가 보는 건 처음이다.
매번 이민철 씨 혼자 가시는 곳이라 직원이 장로님을 뵌 적은 없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매번 고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민철아, 요구르트 마실래?”
“네. 장로님 죄송한데, 여기서 머리 한 번 감고 가도 되겠습니까?”
“응. 그래, 그래.”
“잠깐만.”
장로님이 이용원 손님이 두르는 커트보를 둘러 주신다.
이곳 이용원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머리를 감아야 하는 곳이다.
수도는 따뜻한 물과 찬물이 따로 있어 적절히 물을 섞는 요령이 필요하다.
바가지를 이용해야 해서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사용하기에 낯선 곳이기도 하다.
“오늘 어디 간다고?”
“대구 갑니다. 대구.”
“그래? 민철아, 여기 앉아 봐.”
타지에 간다고 하니 장로님께서 면도를 해 주신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면도 받는 이민철 씨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뒤로 누운 채로 면도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이다.
이민철 씨가 이용원에 자주 가니, 면도는 이용원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다.
가끔 권하기도 했는데 잘되지는 않았다.
“장로님, 고맙습니다.”
“이민철 씨, 면도가 깔끔하게 됐어요. 가끔 직원이 돕지 못할 때는 여기 와서 돈 내고 면도해도 좋겠어요.”
“응. 그렇네.”
이민철 씨 반응도 좋다. 오늘처럼 급한 날, 사정이 있는 날에는 종종 면도하러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민철 씨가 면도할 돈은 충분히 있으니, 언젠가는 직원의 도움 없이 이렇게 면도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한다.
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박효진
이유가 있으니 돕는 사회사업가의 바람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네요. 다시 품는 기대에 응원을 더합니다. 정진호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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