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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셀 수 있거나 혹은 셀 수 없는 여러 가지 상처를 안게 된다. 셀 수 있는 경우는 자기 안에서 인식되어 새 살이 동을 수도 있겠지만 셀 수 없는 경우는 마치 카오스 덩어리처럼 내면에 자리하고 앉아 자신과 주변을 괴롭힌다. 새 살이 돋는 경우, 그 과정은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표면화된다. 폭력 같은 반사회적인 과정도 있을 수 있고 언어나 음악, 미술 같은 예술 행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요시모토 바나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초기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상처 깁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첫 작품집인 <키친>은 행복한 `상처 깁기`의 원형을 보여준다.
졸업작품인 「달빛 그림자」에서 주인공 사츠키가 안고 있는 상처는 애인이 교통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죽은 애인의 기억과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불면에 시달리지만 어느 날 안개처럼 다가온 『우라라』라는 신비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애인의 환영을 보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사치키의 상처는 애인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 현실로 인식되고, 다리(죽음과 삶의 경계,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 위에서 헤매이던 의식도 다리 이쪽으로 돌아온다. 즉 새 살이 돋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작품으로 사츠키와 비슷한 아픔을 (그녀 역시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안고 있는 『우라라』라는 여인은 오컬트적인 신비한 힘을 지닌 천사이며 영매이며 의사이다.
그녀의 다가옴, 그녀와의 교감, 그녀의 선처 속에서 사츠키의 상처는 그 자리를 인식하고 이끌어간다. 데뷔작은 「키친」과 그 후편인「만월」에서도 이러한 `상처 깁기`의 과정은 되풀이된다. 단 하나의 혈친인 할머니를 잃은 여자 주인공 미카게에게 살며시 다가가는 유이치. 유이치가 자기 엄마(실은 아버지이지만)를 잃자 반대로 이번에는 미카게가 유이치에게 다가간다.
비슷한 상처를 껴안고 있는 자들의 교감에서 태어난 새로운 사랑은 「달빛 그림자」에서 예감할 수 있는 히토시와 사츠키의 관계에서 발전된 형태로 행복한 `상처 깁기`의 완성을 의미할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작품집인 <키친>은 그녀의 전작품을 관통하는 여러 가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녀의 소설에서 문제 삼고 있는 기본적인 테마인 `상처 깁기`를 비롯하여, 우라라란 인간형에서 볼 수 있는 오컬트적인 요소, 또 사츠키와 히라키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근친상간적 요소(히라기는 사츠키의 죽은 애인인 히토시의 남동생이다), 유이치의 엄마이며 동시에 아버지인 에리코가 상징하는 양성 구유적인 요소 등, 모두가 바나나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집 <키친>을 읽는 재미는 행복한 환상처럼 우리들의 상처를 소리없이 감싸안는 따스한 이들과의 만남, 동시에 요시모토 바나나 문학의 원형과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 김난주 (옮긴이)
「 여자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야 」
어느 저녁 나절, 에리코 씨가 불쑥 말했다.
잡지를 읽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고, 네? 하고 물었다.
아름다운 엄마는 출근 전의 한때, 식물에 물을 주고 있었다.
「 미카게 씨는 장래성이 있어 보여서, 문득 말하고 싶어졌어.
나도 혼자서 유이치를 기르면서 깨닫게 되었지.
힘들고 괴로운 일도 아주 아주 많았어.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
노래하듯, 그녀는 그녀의 인생 철학을 말했다.
「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많았나봐요. 」
감동한 내가 그렇게 말하자,
「 뭐 다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난 그나마 다행이었지 」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칼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싫은 일은 썩어날 정도로 많고,
길은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험하다.......고 생각되는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조차 모든 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황혼녘의 햇살을 받으며 가느다른 손으로 초목에 물을 주고 있다.
투명한 물의 흐름으로 무지개가 뜰 것처럼 반짝이는 달큰한 빛 속에서.
「 알 것 같은 기분이에요 」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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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깨달은 일이 있었어.
말로 하면 아주 간단하지, 세계는 딱히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나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일에는 대범하게, 되도록 명랑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 고. 」
그 무렵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즐거움이란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토악질이라도 날 것처럼 잘 안다.
왜 사람은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도 밤은 어둡고 숨은 답답하다.
각자 끝없이 헤매이는 무거운 잠 때문에 싸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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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이 나지 않는다.
ㅡ바로 얼마 전까지의 모든 것이 무슨 까닭인가,
엄청난 속도로 내 앞을 질주하여 지나가고 말았다.
뎅그마니 혼자 남겨진 나는 느릿느릿 대응하기가 고작이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말하는데,
질주한것은 내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난 그 모든 것이 진정 슬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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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에 맹세코, 그런 일들은 그런데로 담담한 심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여겼었다.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하늘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비행선을 눈으로 좇으면서.
그런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이 똑똑 가슴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놀라웠다.
자신의 신체 기능이 정지되었는가 싶었다.
술에 몹시 취했을 때처럼, 자신과는 무관한 곳에서, 눈물이 송글송글 솟았다.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당황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어두컴컴한 뒷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란 짐 사이에 끼여, 어둠 속에서 쭈그리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울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쉴새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에,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거의 한번도 제대로 울지 않았음을 알았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저 여러 가지 일들로 울고 싶어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들리는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자, 머리 위로 보이는 밝은 창에서 하얀 김이 새어 나왔다.
귀를 기울이자, 안에서 시끌벅적한 소리, 냄비 부딪히는 소리, 그릇들 소리가 들렸다.
ㅡ주방이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우울하고, 그러다 명랑한 기분이 되어, 머리를 감싸고 잠시 웃었다.
그리고 일어나 치맛자락을 털고, 오늘 돌아갈 예정이었던 다나베네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이여, 아무쪼록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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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걸음걸음, 살아가야 하는 나날들을 내던지고 싶었다.
내일이 오고, 모레가 오고, 그러다 보면 내주가 오고, 틀림없이 그렇다.
그런 일들이 이토록 성가셨던적이 없다. 이제나저제나 나는 슬픔과 암울함 속에서 살아가겠지,
정말 싫었다. 가슴속은 태풍인데, 담담하게 밤길을 걷는 자신의 영상이 귀찮았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해결되는 일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어둠속으로 내리는 차가운 비가 그치는 정도다.
희망 따위가 아니다.
한층 거대한 절망이 흘러드는, 어둡고 우울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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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니 나쁘니, 그런 것은 분명 있다.
하지만 거기다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한층 살기는 쉬워졌다.
별일 아닌 것과 일상 생활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되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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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제멋대로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 행복의 영역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세뇌되어 있다.
아마 그들의 자상한 부모들로부터.
그리고 진정한 기쁨이 뭔지를 모른다.
어느 쪽이 좋은지, 인간은 선택할 수 없다.
각자는 각자의 인생을 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신이 실은 혼자라는 사실을
가능한 한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다.
나도, 뭐 좋지, 하고 생각한다.
앞치마를 두루고 꽃 같은 미소를 띠고,
요리를 배우고, 열심히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사랑을 하고 시집을 간다.
그런 인생도, 멋지지, 하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온화하다.
특히 몹시 지쳐 있거나,
뾰루지가 났다거나,
쓸쓸한 밤에 이리저리 전화를 걸어대도 친구들이 다들 받지 않을 때.
.... 태생도, 성장과정도, 그 모든것,
나는 자신의 인생을 혐오한다.
모든것을 후회하고 만다.
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 그 부엌에서.
나는 불에 데어도 칼에 베여도 두렵지 않았다.
철야도 힘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순서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만든 당근 케이크에는
내 혼의 단편이 들어 있었고,
슈퍼마켓에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발견하면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언지를 알았고,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어둠 속,
깍아지를 듯한 벼랑 끝을 아슬아슬 걸어 국도로 들어서서
후, 하고 안도한다.
이젠 질렸다고 생각하면서 올려다보는 달빛의,
마음으로 스미는 아름다움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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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나는 안다.
즐거웠던 시간의 빛나는 결정이,
기억속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지금 우리를 떠밀었다.
싱그럽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향기로웠던 그 날의 공기가 내 마음에 되살아나 숨쉰다.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
수많은 낮과 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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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 어린 시적의 흔적만이, 항상 당신 곁에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손을 흔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흔들어준 손, 고마워요.
바나나의 작품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좋아하는 문장들 몇개 올립니다^^
첫댓글 좋았어요 이 소설^^
지루하지 않은 소설...
저도 좋았어요~~
좋아요~ 근데 이분은 죽음을 너무 다뤄서 슬프기도 한...
최고.
저는 암리타 정말 재밌게 봤어요 ~
2
3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4 암리타 진짜 좋아요3탕까지 했음
5
최고에요
전 바나나소설중에 하치의마지막연인을 특히 좋아해요.
저두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 완소
전 바나나 소설 중 하드보일드 하드 럭 좋아해요 ㅎㅎ
전 바나나 소설중 불륜과 남미랑 티티새를 좋아해요.
전 NP도 괜찮더라구요
달빛 그림자 넘 좋아요....ㅠㅠ 정말 너무 좋아요 ㅠㅠ
하치의 마지막 연인....내가 너무 사랑하는 하치와 마오
이거 괜찮았어요
전 바나나 소설중에 이거 젤 좋아했어요.히히
전 배고플때마다 이소설을 봐요. 돈까스 부분. 먹고싶거든요 ^^
키친읽구 티티새살라구하는데, 티티새두 잼나나용 ㅇ_ㅇ?
네 재밌어요~ 등장인물중에 츠구미라는 아이가 젤 인상깊었어요~
키친 정말 재밌게 봤는데...다른것들도 다 읽어보고 싶네요
전 키친하고 하치의 마지막연인하고 티티새 좋아합니다.. 다 소장중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요~
일본소설중 유일하게 아끼는 소설이삼~
마음에 들어서 샀었는데 내용도 대만족~~이분소설은 인물설정이 너무 좋음,,특이하고 매력적인,,
'ㅡ'
저도이책무지좋아해요...
티티새도 재밌어요...
3번 이상 본책 또보고싶다~
헐, 난 이 책 별로였는데 ㅠ 차라리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좋았어 ㅠ
헐..나두 이거 별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