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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록수 자활센터 원문보기 글쓴이: 문패꽃
옛날에 이탈리아의 룬트에...
죠반니라는 어린 남자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죠반니에게는 아빠도 엄마도 없었읍니다
언제나 넝마 같은 옷을 걸치고 이곳 저곳에서
빵을 얻어 먹고, 밤에는 그 부근 집의
문전에서 자고 있었읍니다
그런데도 죠반니는 행복했읍니다
왜냐하면 죠반니에게는 기막힌 재주가 있었으니까요
딸내미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공부란걸 하고 있습니다
엊저녁엔 닭볶음탕을 만드느라 볼이 빨개지도록
열심이었습니다^^
재원이 양치질하는것도 봐주고 왠일로 이쁜짓을 하더니만
저를 살짝 불러 생글거리며 하는 말이
"엄마~ 친구들이랑 놀이공원 가도 돼?
친구 넷이서 갈건데 나만 허락을 못 받았어~" 합니다
계획대로 할일을 열심히하면 친구들이랑 방학동안에
놀이공원 가게 해준다고 제가 약속을 했다나요~
저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말입니다 하하~^^
약속을 했다니 하는 수 없이
눈을 살짝 흘겨주고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ㅎㅎ
마음같아서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것을 마냥 해주고 싶지요
그러지 못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어릿광대>는 아이들이 어릴때 특히 좋아했던 동화책중의 하나입니다
동생에게 준 책이 물려주고 물려주고 해서
더 이상 볼 아이들이 없어지니 친정으로 돌아와 있었나 봅니다^^
지난 설날에 친정에 갔다가 책꾸러미를 발견하곤
어찌나 반갑던지 빨래감은 다 꺼내놓고 택배로 보내라고 하고는
여행가방 가득히 책을 담아 덜덜거리며 끌고 상경했습니다^^
제가 병아리 천주교신자가 되었다고 책 제목을 보는 순간
<하느님>이라고 해야할것 같이 느껴지니
뚱땡이 마~이 컸습니다 ㅎㅎ
그치만 책 제목이니 그대로 옮깁니다^^
오래된 책이어서 맞춤법이 바뀌기 전이라 문장끝도 <...읍니다>로 되어있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반갑기도 하고 그새 벌써 낯설게도 보입니다^^
저도 이 전집이 특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마법사 노나 할머니, 별 도둑
피터의 자전거,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1년,
까마귀 도령, 녹색의 종, 이슬람 왕자,
마술사 가자지씨의 뜰에서,
별의 사자 스텔라, 녹색의 종 등등
아이들과 제가 밤마다 옆에 쌓아두고 보고 또 보고 했던 책들입니다
죠반니는 뭐든, 레몬이든 오렌지든 공중에 던져
멋지게 빙빙 돌리는 재주가 있었읍니다
사과나 가지 호박이나 무엇이든지요
어느 날 광대들이 마을에 찾아와 연극을 하는걸 보고
죠반니는 그 극단에 들어가 마술사 분장을 하고
재주를 보여주며 떠돌이 삶을 시작합니다
가는곳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인기를 얻은 죠반니는
이탈리아 이곳저곳을 다니는 동안 왕자님앞에서도 공연을 하고
명성을 날리게 되었읍니다
어느 날 나그네 길에서 수도사 두분을 만나게 됩니다
수도사 두분이 죠반니에게 먹을것을 청하자
죠반니는 기꺼이 음식을 나누어 먹었읍니다
수도사님들은 죠반니에게, 자기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구걸을 하고 다니며
하나님의 가르침을 넓혀 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들의 교회를 만들어 주신 성 프란시스님은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읍니다.
당신의 재주도그런 것이지요."라고 합니다
그러자 죠반니는 "저는 그저 손님들을 웃겨주고 박수치게 하기위해
재주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요." 라고 합니다
"똑같은 일이지요, 그것은..." 하고 수도사님들은 말했읍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됩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죠반니는 웃으며 다음 마을로 떠났읍니다
동화책을 머리맡에 쌓아두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며칠을 그랬더니 딸내미가 와서
"내가 동화책 읽어줄까?" 합니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얼른 "그~으래~!" 했습니다
딸내미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들수 있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누나가 엄마를 재워주는 낯선 풍경에 재원이가 기웃거리니
한페이지를 읽으라고 내어 줍니다
그리하여 저는 두 눔이가 번갈아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죠반니는 나이를 먹었고 마침내 괴로운 날이 찾아왔읍니다
사람들은 이제 죠반니의 재주를 보려고 발을 멈추는 일이 없게 되었지요
"저 늙은 광대가 아직도 재주를 부리고 있네,
이젠 싫증이 났다니까~!"
죠반니는 비참한 기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재주를 부리며 떠돌아 다녔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죠반니는 <하늘에서 빛나는 해님> 재주를 부리다
그만 구슬을 땅에 떨어뜨려 버렸읍니다
하늘에서 빛나는 해님은 무지개색의 구슬들을 돌리다가
금빛구슬을 냉큼 꺼내 더 높이 던져 올리는 재주로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기뻐하던 재주이지요
사람들은 죠반니에게 몹쓸 짓을 하였어요,
재소나 돌멩이를 마구 던졌으니까요.
죠반니는 기겁을 하며 도망을 쳤읍니다
매주 토요일, 재원이 미사 드리러 가기전에
상록수에 갑니다
토요일에 다른 일이 없으면 조금 일찍 가서 일을 거들지만
아무래도 휴일이다보니 냄표니 일찍 깨우기가 미안해
절로 일어나길 기다리다 보면 마음만큼 일찍은 못 갑니다^^
냄펴니가 재원이 블레이드 태워주느라 일산엘 늘 같이 가거든요
방학중이라 토요일이어도 봉사하러 온 학생들로
상록수가 빼곡~ 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재원이 녀석, 자기 맡은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냄표니는 학생들 하는일을 보아가며 거들어주고
투덜대는 남의 아들녀석 어깨를 장난스럽게 주물러 주기도 하며^^
일을 도왔습니다
재원이 녀석은 연신 " 열심히~해요~!" 하면서
남까지 꾀를 못부리게 찔리게 했습니다 ㅎㅎ
단순노동의 좋은 점은 머리가 쉴 수 있다는 거지요,
게다가 여러 사람이 같이 즐겁게 하는 단순노동은
정신건강에 짱입니다~ 하하^^
왕언니표 점슴을 얻어먹고 든든하게 미사드리러 갔습니다~
냄펴니는 저보다 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성당에 안 다닐때도 이곳저곳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신부님 수녀님 만나면 화들짝 놀래 도망치기도 하지만
어쩌다 딱 걸리면, 눈 딱 감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리고는
긴가 민가 하시는 분들을 뒤로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냅다 도망을 치곤 했는데^^
냄펴니는 아예 성당 주차장에서 차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바위에 납작 붙어 미동도 않는 도롱뇽같이
"나 여기 없어요~" 하는 얼굴로 숨어 있으니까요 하하~~
신부님 강론말씀이 마이크를 통해 크게 울려서
도롱뇽 귀에도 들어가길 바라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개울가로 도망쳐 온 죠반니는 어릿광대 마술사의 화장을 지우고
막대기와 접시, 일곱가지 빛깔의 구슬을 모두 보자기에 넣고는
늙고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인 소렌토로 돌아가고 있었읍니다
가까스로 고향에 다다랐을땐 추운 겨울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까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읍니다
저만치서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읍니다
흠뻑 비에 젖어 추위를 이기지 못한 늙은 죠반니는
건물속으로 숨어들어 어떤방의 구석에서 잠에 빠져들었읍니다
"하나님께 영광이 있으라~!" 라고 하는 우렁한 노래소리에
죠반니는 잠에서 깨어났읍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수도사와 신부님, 그리고 수녀님들 ,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제가끔 하나님께 바칠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여자의 상 앞에 그것을 바쳤읍니다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이오?"
죠반니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읍니다
"원 세상에! 당신은 오늘이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인 줄도 모르시나요?" 라고 대답했읍니다
죠반니는 노랫소리가 그칠때까지 황홀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읍니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교회는 휑하니 어두워졌읍니다
다만 마리아님과 예수님의 둘레에만 촛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읍니다
"마리아님." 하고 죠반니는 속삭였읍니다
"저도 뭔가 드릴 것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당신 아드님은 저렇게 좋은 선물을 듬뿍 받았는데도 아직 슬픈 얼굴이군요.
옳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는 제가 가지고 있지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죠반니는 어깨에 맸던 자루를 열고 낡은 의상과 접시, 작대기,구슬들을 꺼내
꾀죄죄한 깔개를 깔고 재주를 부리기 시작했읍니다
거기에 수도사 섹스톤이 문에 자물쇠를 채우러 왔다가 재주부리는 것을 보고
놀라 자빠질 지경이 되었읍니다
"저런 무엄한 짓을! 신부님 어서 오세요, 저기 좀 보시라구요."
그러나 죠반니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읍니다
" 보세요, 제 솜씨가 어때요?"
죠반니는 어린 예수님께 웃으며 말했읍니다
"당신께,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 이것을 바칩니다."
죠반니는 온 힘을 다하여 소리치고 멋진 재주를 부렸읍니다
그때 별안간 죠반니의 늙은 심장이 딱 멈추어 버렸읍니다
그리고 죠반니는 바닥에 쓰러져 죽었읍니다
거기에 신부님과 수도사님이 급히 달려와 이미 숨을 거둔 죠반니를 발견하곤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렸읍니다
그때였읍니다
수도사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읍니다
" 보세요, 신부님!"
어린 예수님은 방긋 웃으시면서
죠반니가 재주부리던 금빛 구슬을 쥐고 계셨읍니다
죠반니야 말로 예수님이 가장 흐뭇해하시는 선물을 드렸던 것이었어요
다음주는 재원이 미사가 없는 주이고
상록수에도 미사가 없어서
쪼금 허전하고 서운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멀리계신 신부님 마음 안 편하시게 이런 말씀 드리면 안되는거지요~? 하하
언니들한테 혼날지도 모르겠네요 ㅎㅎ(한 주일이 지나면 거의 까먹으시니깐~^^)
동네 투어를 하면서 가까운 성당을 기웃거려 봐야겠어요~
어머님 생신상을 올해는 우리 집에서 차리기로 했으니
손님치르느라 바쁜 주말이 될것도 같습니다
새로 시작한 한주일
따뜻해진 날씨만큼 포근한 날들 되시길 바라며
이만 눔이들 즘슴 준비하러 사라집니다~~^^
모두들 맛있는 점심 드세요~
첫댓글 우리 성당 9시 미사 오실래요? ... 해오름 반에서 재원이 친구들이 미사드린답니다.
뿌리님초대 고마워요 그런데 어쩌지요...아무래도 그 날 시댁 식구들과 같이 움직여야 할것 같아요, 저는 저녁시간만 같이 하는것로 생각했는데 남편이 상록수 미사가 없다는 이야길 듣고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는것 같아요, 가까운 강화도 성지에 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어머님은 불교신자시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세요, 아주 열려있는 분이시죠^^)
죠반니의 순수한 봉헌에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고맙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라면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이 된다는 말씀 잘 간직하겠습니다~^^
저도요...저도 그 말씀을 잘 간직 할께요...
죠반니의 사람을겁게 해 주는 재주, 사랑의 마음을 아기예수께 바치는 장면, 감동적입니다.
맑고 고은 이야기 참 좋았어요. 감사해요.
이탈리아 민화라는데 줄여서 옮기느라 원작의 향기가 사라질까봐 염려가 되었어요, 많은분들이 알고 계신 이야기지만 다시 나누고 싶었어요
사랑스런 조반니...따듯한 뚱땡님 가족....
곡스엄마 새 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드렸어요^^ 곡스랑 엄마랑 오늘도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되기를 기도드릴께요
다예...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네요. 엄마에게 동화책 읽어 주는 딸... 다예 말고 또 그런 딸 있으면 나와보라 해 봐요... 정말, 아무도 없넹~~~ㅎㅎ... "그 엄마에 그 딸"... 아름다운 두 모녀...
으아름답다고 하시니 손발이 오그라듭니다요오글오글 딸한테 동화책 읽어라는 엄마도 없을것 같지요
곡스야...........다예누나는 동화책 읽어준대............너두좀 나좀 자장자장 재워주라잉~~~~
곡스어매 한 십년쯤 기둘려야 할것이요잉
그런 딸을 주님 섭리로 만나지 못했으니 ~~잉 하면서 호호호 어제 만났던 엄마가 투덜대던 음성이 들리네요~!다예는 이름도 이쁘네요.
소금님도 어머님껜 한없이 이쁜 딸이랍니다 오늘은 참말 포근하네요 쓰레기 버리고 들어오다가 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 보았어요 제주에는 유채이 한창이겠지요 소금님 사시는곳이 천국이네요
저는 예수님을 흐뭇하게 해 드릴 선물을 드린 적이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다예가 예쁘네요.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저도 하늘바람님같이을 드린적이 있나...생각해보았어요. 근데 하나도 안떠오르는걸 보니 드린적이 없나봐요
돌구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책을 다시 읽어보는 재미 전혀 새로운 감동으로 마음을 비우고 볼 수 있는^^*
저도 그 기분 알아요. 저는 30여년전의 아이들에게 사주었던 알세느 루팡 책을 고고코롬 야금야금 재미를 음미하며 본답니다.정말 행복해요.다 아느 내용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