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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만의 해장국 타임
해장국. 보통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먹는 국’을 총칭한다. 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간편한 영양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음식이 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이 같은 해장국집들이 유난히도 많이 눈에 띈다. 조금 과장해 한 집 걸러 한 집 있을 정도로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민의 해장국 사랑은 유별나 보인다. 독특한 점은 제주도 해장국집은 대부분 새벽에 문을 열어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문 닫는 시간은 그야말로 ‘얄쨜없다.’ 맛있기로 소문난 집은 시간 맞춰 가지 않으면 쓸쓸히 돌아서야 한다.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 제주도만의 해장국 타임이 돌아간다.
중독성 있는 그 맛! 미풍해장국
제주에서 해장국 하면 가장 먼저 이 집을 꼽는다. 먹어봤든, 먹어보지 않았든 간에 도민들 사이에선 해장국 하면 ‘미풍’이란 등식이 통용된다. 얼큰하고 푸짐한 해장국 한 그릇이면 간밤에 쌓인 숙취는 물론, 이른 아침 여행길이 든든해진다. [왼쪽/오른쪽]미풍해장국 입구 / 얼큰하고 칼칼한 해장국
해장국집 많은 제주에서도 미풍해장국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오랜 세월 지켜온 ‘변함없는 맛’에 있다. 4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미풍해장국은 그만의 중독성 강한 맛을 내기로 유명하다. 한번 단골이면 영원한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맛을 내는 성실함과 우직함에 있다. 선지해장국이 기본인 이 집의 첫 번째 비법은 잡내 없이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있다. 미풍해장국 신제주점 김재형 사장은 매일 육수 뽑기에 공을 들인다. 몇 시간씩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덕분에 국물이 훨씬 풍부하고 깊은 맛이 난다. 두 번째 비법은 직접 만든 새빨간 고추기름 양념장이다. 미풍만의 얼큰하고 칼칼한 맛이 바로 이 양념장에서 우러나온다. 육수 뽑기는 물론 양념장 만드는 법도 ‘노코멘트’. 여기에 선지와 건지, 콩나물, 시래기 등이 뚝배기 가득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왼쪽/오른쪽]양념장을 빼고 주문해도 된다. / 시원하고 새콤한 깍둑국
특이한 점은 주문할 때 기호에 따라 재료들을 빼거나 더 넣어달라고 하면 그에 맞춰 내준다. 재료들을 각각 따로 준비해두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육수를 부어 한 번 더 끓여내는 덕분이다. 때문에 재료마다 본연의 맛과 식감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마치 국처럼 깍두기가 담겨 나오는 ‘깍둑국’은 해장국을 한층 맛깔스럽게 해주는 별미다. 식사 전 한 모금 들이키면 시원하고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달큰한 끝맛이 일품! 은희네해장국
구도심지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은희네해장국은 선지가 든 소고기해장국이 유명하다. 해장국 메뉴는 소고기해장국 단 하나뿐이다. 아침이나 점심 무렵이면 해장국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한적한 골목길에 때아닌 주차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왼쪽/오른쪽]은희네해장국 입구 / 해장국 상차림
첫눈에 무척이나 매워 보일 것 같은 해장국은 한 숟가락 뜨자마자 반전을 몰고 온다. 보기보다 맵지 않은 맛에 놀라고, 달큰한 끝맛에 두 번 놀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곧잘 먹는다. 처음 해장국을 접하는 이들도 크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여기에 다진 마늘을 적당히 넣으면 풍미가 훨씬 깊어진다.
[왼쪽/오른쪽]오픈 키친 형태의 주방 / 얼큰한 소고기해장국
주방은 안이 훤히 보이는 오픈 키친 형태여서 해장국이 나오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미풍해장국과 마찬가지로 재료들을 따로 준비해두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다시 끓여낸다. 이글이글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여 끓고 있는 뚝배기들이 이 집만의 정성스런 고집을 보여준다. 소고기해장국 7,000원.
큼직한 뼈다귀가 한가득! 비지곳식당
제주 시내는 물론 읍면 단위에서도 해장국은 언제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인기 만점 메뉴다. 구좌읍 평대리에 자리한 비지곳식당은 뼈다귀해장국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일주도로변에 자리해 특히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왼쪽/오른쪽]비지곳식당 입구 / 뼈다귀가 푸짐하게 들어간 해장국
살이 두툼히 붙은 뼈다귀해장국은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오랫동안 뭉근히 고아내는 육수와 어우러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뚝배기가 작아 보일 정도로 큼직한 뼈다귀가 3~4개씩 담겨 나오는 데다 여기에 붙은 살코기만 떼어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심지어 뚝배기마다 튼실하게 생긴 돼지 무릎뼈가 하나씩 보너스처럼 담겨 있다. 아이스크림처럼 잡고 살을 깨끗이 발라 먹은 후 뼛속에 든 골수를 쏙쏙 뽑아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
[왼쪽/오른쪽]돼지 무릎뼈가 하나씩 들어가 있다. / 골수를 빼먹는 재미가 쏠쏠
제주산 돼지만 이용해서인지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없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푹 끓여낸 우거지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해장국에 들어간 건 오직 돼지뼈와 우거지뿐.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적당히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이 허한 속을 보양해주는 기분이다.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에 눈과 입이 한껏 호강을 누린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 맛도 좋은데 가격까지 착하다. 뼈다귀해장국 6,000원.
이곳도 추천! 광양해장국 & 모이세해장국
제주시청 부근에 자리한 광양해장국은 직장인 단골이 많은 집이다. 선지와 고기를 푸짐히 썰어 넣은 해장국도 맛있지만 고소하고 순한 맛을 내는 내장탕도 인기 메뉴로 꼽힌다. 오히려 내장탕에 꽂혀 이 집을 찾는 손님도 많다. 실내도 넓고 쾌적한 편이다. 해장국 7,000원, 내장탕 8,000원.
[왼쪽/오른쪽]광양해장국 내장탕 / 달걀을 넣어 먹는 모이세해장국
제주 시내 곳곳에 체인점을 갖고 있는 모이세해장국은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집이다. 노형동 본점은 규모가 커서 단체 여행객들도 자주 찾는다. 이 집의 특징은 다양한 해장국 메뉴를 갖추고 있다는 것. 선지를 비롯해 콩나물, 굴해장국 등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제주 해장국집 중 거의 유일하게 24시간 문을 연다. 해장국 6,500~7,500원.
여행정보미풍해장국
은희네해장국
비지곳식당
광양해장국
모이세해장국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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