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40여 명의 소형주택 탐방단과 함께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2박 3일간 도쿄 곳곳의 소형 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을 둘러봤다. 취재하는 내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하는 부러운 마음이었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대부분은 기업형 임대주택에서 독립을 시작한다고 했다. 6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한 번에 내야 하지만 반환 가능한데다 회사가 임대 계약, 주택 관리, 보수, 이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취미가 비슷한 1인 가구끼리 모여 사는 모터사이클 주택, 음악가 주택도 흥미로웠다. 결혼하고 아이를 둔 2∼3인 가족을 위한 2룸 구조나 복층 형태의 임대주택도 많았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처럼 들떴던 기자와 달리 탐방단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한국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 사람은 큰 집을 좋아하고, 자기 집을 사고 싶어하므로 돈이 안 될 거라고 했다. 50대 이상인 CEO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일 수 있었다. 기자는 갈수록 20대의 월급은 줄어들고 집을 소유하기 어려워져 직주근접성이 뛰어난 곳에 임대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출산을 갈수록 꺼리는 이유는 낮은 급여와 높은 집값인데, 사회 진출 초기 5∼10년간 양질의 임대주택만 제공하더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었는지 ‘그래도 한국에서는 안 된다.’라는 반응만 되풀이됐다.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정부와 건설사가 임대주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로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의 현재는 일본의 10년 전이라는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일본의 현재를 유심히 살펴본다. 한국의 10년 뒤를 먼저 준비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지금 일본에서는 홈퍼니싱 기업이 지자체와 함께 빈집, 낡은 집을 고쳐 임대주택이나 에어비앤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무인양품은 일본 주택공사와 함께 노후화된 공영주택(임대주택)을 20대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 해 인기를 끌고 있다. 1960년∼1980년대에 지어져 엘리베이터도 없지만, 동 간 거리가 넓고 오래된 나무와 정원이 있는데다 주변 인프라가 발달해 새집처럼 꾸며 놓으니 신축 아파트보다 더 좋다는 응답률이 60%에 달했다.
한국도 갈수록 도시와 주택이 늙어간다.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는 없다. 낡고 버려진 아파트를 재탄생시켜 새로운 시장을 만들 기회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10년은 생각보다 짧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부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