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기특 (奇特) - (1)
백장(百丈)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奇特事)입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대웅봉(大雄峯)에 홀로 앉았느니라."
스님이 절을 하니, 선사가 때렸다.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조사의 영역을 설치는 하늘 망아지가
교화의 문 열고 닫음이 같지 않네.
번개빛 부싯불에 기변(機變)이 없쟎거늘
사람들 와서는 범의 수염 끄는 게 우습네.
대각련(大覺璉)이 송했다.
당당히 대웅산에 홀로 앉았으니
오가는 이 그 누가 오를 생각 내리요.
학자가 가깝다는 생각을 내어
주장자로 일으켜도 데리고 돌아오진 못하리.
투자청(投子靑)이 송했다.
의젓하고 우뚝하여 구름 위로 솟으니
정수리에 찬 눈이 덮여 위세가 하늘까지 뻗었네.
앉아서 사방을 보니 저녁 연기 어린 곳에
한 떨기 푸른 산이 만 개울의 근원일세.
천복일(薦福逸)이 송했다.
의젓하게 혼자서 대웅봉에 앉아서
석 자의 용천검(龍泉劍)을 손아귀에 쥐었네.
우습구나. 그는 와서 칼날을 기다리니
당장에 메밀꽃 가루 되기가 누구 손에 달렸는가?
해인신(海印信)이 송했다.
대웅봉에 의젓하게 홀로 앉으니
4해의 노래 소리 거리마다 가득하네.
온몸이 칼날로 된 이라 해도
여기에 이르면 모두가 항복하네.
보녕용(保寧勇)이 송했다.
대웅봉 정수리가 혼자서 우뚝한데
여덟 팔(八)자 눈썹이 시원히 뻗었네.
다행히 머리 숙여 진퇴(進退)를 알아
경솔히 상대방을 건드리지 않았네.
운대정(雲臺靜)이 송했다.
취모검을 대웅봉에 뽑아 들고 있으니
뉘라서 그 앞에서 조종(祖宗)을 의논할까?
아무리 가섭〔飮光〕의 후손이라 하여도
쓸개가 찢어지고 자취가 끊기리.
숭승공(嵩勝珙)이 송했다.
홀로 대웅산에 앉았으니
줄 없는 거문고를 어찌 쉽게 타리요.
손에는 즐률 주장자 들려 있고
난간 밖에는 뭇 봉우리 둘러섰네.
뭇 봉우리 둘러섰음이여
원래부터 큰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불감근(佛鑑勤)이 송했다.
맑은 바람 땅에 스쳐 기상이 충천한데
대웅봉에 홀로 앉아 큰 권세 부리네.
소리치는 외마다에 바위 굴 깨지니
다시는 강아지 발자취 문 앞에 안 오네.
장산근(蔣山勤)이 송했다.
장물에 소금을 치고
눈 속에 숯을 보냈네.
범의 수엄을 끄들자
방망이 끝에 눈이 있고
대웅산에 홀로 앉은 것을 수상히 여기니
그가 일찍이 최상의 관문을 밟은 적이 있었던가.
본연(本然) 거사가 송했다.
납승(衲僧)의 콧구멍을 알고 싶은가?
반드시 큰 장인의 망치를 만나야 하리.
그대 만일 종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나는 또 누구를 저버리는 것인가?
법진일(法眞一)이 염하였다.
"그 스님에게 허물이 있던가, 없던가?"
불감근(佛鑑勤)이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송곳 끝이 뽀죽한 것만을 보았도다."
어떤 스님이 덕산(德山)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덕산이 대답하였다.
"우리 종파에는 말이 없느니라."
선사가 말하였다.
"끌 끝이 모난 것은 보지 못했도다."
그 스님이 다시 나산(羅山)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나산이 말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고?"
선사가 말하였다.
"나산은 늙은 쥐를 쫓을 줄만 알고 기름 항아리 쓰러뜨리는 줄은 모르는
구나. 오늘 저녁에 홀연히 어떤 이가 나 장산(蔣山)에게 묻기를 '어떤 것
이 기특한 일인가?' 하면, 다만 그에게 말해 주되 '오늘에 내일 먹을 음식
을 걱정할 필요가 없나니, 살림살이는 발우 한 벌이면 되기 때문이니라'
하리라. 말해보라. 옛사람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고? 알고자 하는가?
맛없는 밥을 푹 익혀서 오지 않는 사람을 접대하리라."
불안원(佛眼遠)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사람을 잘못 때렸구나."
어떤 스님이 덕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덕산이 대답하였다.
"우리 종파에는 말이 없느니라. 진실로 어떤 한 법도 남에게 준 적이 없
느니라."
선사가 말하였다.
"좀 비슷하다."
그 스님이 나산(羅山)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나산이 말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고?"
선사가 말하였다.
"어떤 도리를 이루었는가? 대중들이여, 옛사람이 낚시 끝에 먹이를 단 뜻
은 고기를 잡으려는 데 있다. 지금 발을 씻고 배에 오를 이가 몇이나 되는
고? 어떤 이가 나 용문(龍門)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한다면, 나는 그에게 '여기서 대호(大湖 : 못의 이름)가 멀지 않다' 고 답하리
라. '그런 말씀이 무엇이 기특하다 하겠소?' 하고 묻는다면, 또 그에게 답하
기를 '당리(棠梨 : 포구이름)가 지척에 있느니라'하리라.
대중들아, 알겠는가? 한가로움을 알 수 없거든 한가롭게 구경을 하라."
송원(松源)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범의 머리를 타고서 범의 꼬리를 잡는 일은 백장(百丈) 노인이 한 일이거
니와 만일 기특한 일을 이야기한다면 조그만큼 틀린 곳이 있다. 여러분은
점검해 낼 수 있겠는가? 겨울 날씨가 춥지 않거든 섣달 지난 뒤에 보라."
밀암걸(密庵傑)이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백장은 범의 머리에 올라타는 것도 능숙했고, 범의 꼬리를 걷을 줄도 알
았다. 이와 같이 머리와 꼬리는 온전했으나 끝까지 철저하지는 못했다.
오늘날 홀연히 누가 나 영은(靈隱)에게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에게 '나라를 위해 개당(開堂)했노라' 고만 대답하리라.
그 스님이 절을 하거든 '은혜를 알아야 은혜를 갚을 줄도 안다' 고만 말해
주리라. 말해 보라. 백장과 같은가, 다른가? 만일 가려낼 수 있다면 푸
른 하늘을 평지같이 걷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게송 하나를 들어라."
다음 게송을 읊었다.
범을 쫓듯 용을 몰듯 이렇게 왔더니
갑자기 평지에 풍파가 일었네.
방망이 끝 바른 눈이 햇빛같이 밝으니
늠름하고 맑은 바람 천지를 감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