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아주 짧은 순례
김 난 석
사월 한가운데
등나무 아래 하늘 가린 꽃
봄비는 가는 손 잡아 쉬어가라 하데
바라보기만 할양이었는데
향내만 맡을 양이었는데
정말 그러기만 할양이었는데
모르지
내가 눈이 멀었던지
코를 대려다 입까지 닿았던지
젖은 옷
벗어 툭 툭 털어내려니
어디서 꽃잎 하나 뚝 떨어지는데
그대 것인가
내 것인가
그대와 나의 것인가. / 졸 시 “등나무 아래” 전문
엊그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참 멀리도 떠나왔나 보다.
몇몇 글벗들이 가을 나들이를 하자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비조차 내리고
약속된 장소,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무거운 짐 들고, 지고, 우산도 펴 들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잠시 서성이다가
우선 짐을 가벼이 할양으로
오래전 그 등나무 아래로 찾아들기로 했다.
이리저리 자리 펴고 둘러앉아 너스레 떠는 사이
어느새 비 개여 하늘과 등나무 덩굴을 번갈아 올려다보며
봄비 내리다 개였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봤던 것이다.
떠나간 세월아
지난봄이었더냐
멀리멀리 지나간 봄이었더냐.
발길을 돌려
여덟 쪽 꽃잎 팔팔한 코스모스 언덕을 넘어
몇 걸음, 그저 몇 걸음 놓으려니
파아란 물안개 피었다 지고
분홍빛 노을 번지고 만
핑크뮬리 들판에 이르렀으니
흐르는 세월아
아침인 듯 벌써 저녁이더냐
멀리멀리 지나온 발자취더냐.
이웃집 마실 다녀온 새 해는 지고
나는 짧은 세월에 겨워
펑펑 회한만 마셔댔네. /2021년 10월 16일의 단상
위 글은 지난날 수필방에 올린 글이다.
그로부터도 많은 날들이 지나갔지만
하루하루가 부끄럽고 아쉬운 순간들이다.
체험과 생각들의 파편을 이리저리 모자이크 하면
그걸 글이라 하고,
우린 그걸 게시판에 올려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떤 사람은 반짝하다 사라지고
어떤 사람은 늘 붙어있는 듯하지만
그도 세월의 벨트에서 언젠간 사라지고 마느니
어제도 반짝하다 사라진 현상을 목격했다.
사람의 손이 두 개인가...?
하나 더 있다.
오른손, 왼손에 이어 겸손이라는데,
어느 가수는 '겸손은 힘들어' 란 노래를 잘 부르더라만
겸손이 제일 어렵다한다.
스스로 잘났다는 자만~
남을 무시하는 오만~
남을 깔보는 교만~
남에게 거들먹거리는 거만~
이젠 그걸 다스려봐야겠다.
오늘만이라도.
그러면 적어도 오늘만은 회한에 젖지 않겠지..
2025. 1. 15.
첫댓글 위의 사진은 2021년 10 월 15 일
나 태평성대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수필수상방 모임 이었습니당
나의 허접한 글과 꼬리글에 답 꼬리글을 달아주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많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득했던 모임 이었었습니당
그 이후에 일년에 몇번씩 글벗님들을 만나는 모임에 참석하곤 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 지는대로 또 한번 우리 수필수상방의 모임을 기대해 봅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태평성대라면
짐꾼으로 앞장서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건 솔선수범의 상징이지요.
날풀리면 걷기에서라도 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필가가 우하 박문하님입니다. 우하하하 하
일 년에 몇번씩 만나는 군요.
지나간 세월이
아름다웠었고,
그시절
다시
생각나면,
행복하지요.
추억에 젖어
그리움에 젖어
항상,
좋은 것만을 가려 기억하는
오늘이고,
또,
그맘으로
내일도 살아갑니다.
붉게 물들인 핑크뮬리가
천국의 낙원인 듯 합니다.
기억이 생생하신 석촌님,
자만, 오만, 교만, 거만할 새가 없습니다.
좋은 생각
좋은 일하기도 바쁜 나이인데...
회상의 글,
예쁜 맘으로 잘 읽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좋은것들만 기억해야지요.
"코를 대려다 입까지 닿았던지"
아름다운 자연의 유혹뿐 아니라
이끌림의 과정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첨밀밀에서도
열심히 돈벌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지애에서
어느날 춥다고 단추 채워주며 코가 스치다 입까지 닿으며
그들의 사랑역사가 시작되지요.
어느날 전시회에서 박수근 화백의 '樹下' 그림이 제 마음에 쏘옥 들어왔었습니다.
오늘은 석촌님의 '등나무 아래' 시가 제 마음에 쏘옥 들어왔습니다.
영화도 그림도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제나름 상상도 해보다 갑니다.
가을이 엊그제 같은데
정말 한겨울이 되어 이제는
차거운 날씨와 매일매일 만나게 됩니다.
모쪼록 석촌님 건강한 겨울 지내시고
또 포근한 봄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잘 지내지요?
요즘 춥지만 나보다 장사니까 잘지내면서 즐거움도 많이 찾아요.
그런데 시국이 모두를 우울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