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마법사 칸드.....그는 마법 격투술의 창시자로 큰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마법 격투술....그것은 기존의 마법사...즉, 주문만 외우고 약골의 신체를 지니고 있는 것에서 탈피하여 기사와 같은 건강한 육체에 자유자제로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의 능력을 혼합한 새로운 기술이었다.
개발 당시 소드마스터(Sword master)의 아류라는 비판이 맹렬하게 쏟아졌지만 마법 격투술사만의 기술, 파공음과 마력탄의 사용과 마법사용의 가능으로 새로운 직업으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크로우는 장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잠시의 침묵...그리고 쌍방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접전...크로우의 검은 달빛조차 끊어버릴 듯이 날카롭고 섬뜩했으며 칸드의 격투술은 대지를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쐐액!
대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칸드의 주먹이 날카롭게 뻗어져 나왔다.
크로우는 재빨리 몸을 놀려 주먹을 피하고는 번개같이 검을 내리쳤다.
-카앙!
둔탁한 금속음...허나 그곳에 칸드는 있지 않았고 애꿎은 바닥을 검으로 내리치는 꼴이 되어버렸다.
"여기다. 크로우."
어느새 등뒤에서 나타난 칸드는 크로우의 등판을 향하여 한쪽 손을 뻗었다.
"윈드 플레어!!"
-카카카카카칵!!
5급의 고위마법, 윈드 플레어가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를 내며 크로우의 등판을 강하게 들이 받았다.
"컥!"
크로우는 선혈을 토하며 멀찌감치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그 엄청난 충격에 벽 또한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흐읍!"
저택 마당에 거꾸로 쳐박힐 위기에 처할 찰나에 크로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몸을 반전하여 마당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등뼈가 욱신거리는 강한 공격을 받은 크로우의 입에서는 피가 쉼없이 새어나왔다.
"아직 멀었다!!"
칸드의 외침과 함께 대지를 진동시킬 정도의 마력이 담긴 진공파가 날아왔다. 크로우는 용수철처럼 땅을 박차며 높이 솟아올랐다.
-콰콰쾅!
대지에 작열한 진공파는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와 함께 높이 솟아오른 흙먼지는 칸드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한치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먼지 구름 속에서 크로우는 자신의 검에 서서히 기를 불어넣었다.
-우우우우웅
미약한 공명음을 내며 스톰블링거는 일렁이는 푸른 빛에 휩싸였다.
그것은 검기...검에 통달한 자만이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진 것.... 크로우는 푸른 검기에 휩싸인 스톰블링거를 쥐고는 칸드를 향하여 날렵하게 움직였다.
"흠....이게 무슨?!"
칸드는 강력한 마나의 기운을 감지해 내고는 곧바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순간 먼지속에서 한 개의 인영이 빠르게 뛰쳐나왔다.
날카로운 늑대의 이빨과 같은 섬뜩한 푸른 검기...
칸드는 재빨리 손을 뻗어 붉은 마력탄을 쏘았다.
-퍼어어어어엉
강한 진공음과 함께 검기과 마력탄이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흙먼지와 돌 조각들이 마구 날렸다.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섰었나? 하지만 어림도 없다!"
칸드는 양팔을 크게 벌리고는 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읊을 때마다 새어나오는 강력한 마나의 기운에 크로우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는 그를 저지하려 했으나 어느새 처진 보호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대로 있으면 가루조차 남지 않고 죽어버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이것만은...쓰지 않기를 바랬는데....'
크로우 또한 자세를 바로잡고는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내면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의 기운과 난폭한 천뢰의 힘... 크로우는 서서히 양손을 벌렸다.
"메기드 플레임!!!"
한참 만에 주문을 완성한 칸드에게서 붉은 화염 줄기들이 뻗어져 나와 크로우를 향하여 날아갔다. 그러나 붉은 화염이 크로우를 채 덮치기도 전에 칸드는 놀라움에 겨운 눈으로 크로우를 바라보았다.
'저건?'
분명히 한 개의 장검이였던 스톰블링거가 둘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시리도록 푸른 검과 눈부시도록 햐얀 검으로...크로우는 흰검을 들어 화염을 향해 내리쳤다.
-파가가각!
굉장한 소리와 함께 화염줄기들은 힘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대단한 위력...허나 크로우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 개의 검....정확히 말하자면 풍신과 뇌신으로 나뉘어진 스톰블링거는 아귀처럼 시시각각 크로우의 체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면.....죽음 뿐이였다.
두 개의 검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는 시드를 향하여 돌진했다.
"대단한 위력!! 흥미진진하군! 그렇다면 나의 힘도 보아라!"
칸드의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붉은 마나들이 칸드의 몸을 휘감았고 칸드또한 눈 앞의 적을 향하여 돌진했다.
-쿠쿠쿠쿠쿠
사드와 크로우가 정면충돌하면서 시퍼런 빛이 터져나왔고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한 충격파와 바람이 일어났다.
그리고....
칸드는 눈을 떴다.
곳곳에 구멍이 파인 정원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머리 위의 창공은 서서히 푸르게 물들어갔다.
"크로우는?"
칸드는 자신의 몸을 뒤적였다. 분명히 품속에 있어야 할 가면이 사라지고 없었다.
"후후후후"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하하핫!! 정말 대단한 도둑이군!! 이거 내가 수양이 부족하군! 하하하하!!"
칸드는 마음껏 웃었다. 이렇게 가슴이 후련하게 웃어본 곳이 얼마만인가...
아침해가 밝아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