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야고보 사도 축일: 지금 앉은 자리가 바로 '별의 들판'이다
PACOMIO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독서: 2코린 4,7-15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복음: 마태 20,20-28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제목: 지금 앉은 자리가 바로 '별의 들판'이다
1. 별의 들판과 잊힌 무덤
스페인에는 전 세계 신자들이 찾아가는 유명한 순례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가 있습니다. 줄여서 ‘산티아고’라고 많이 부르는데, 산티아고는 스페인 말로 ‘성 야고보 사도’를 뜻합니다. 그리고 뒤에 붙은 ‘콤포스텔라’는 옛날 말로 ‘별의 들판’(Campus Stellae)이라는 뜻입니다.
이 거룩한 이름에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9세기 무렵, 펠라요(Pelayo)라는 은수자가 숲속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함께 환하게 빛나는 별빛을 봅니다. 이 신비한 별빛을 따라 땅을 파 보니, 무려 800년 동안이나 잊혀졌던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나왔습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먼저 목숨을 바쳐 순교했던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바로 그 ‘별의 들판’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온 것입니다.
2. 높은 자리와 수난의 잔
하지만 야고보 사도가 처음부터 이렇게 훌륭했던 것은 아닙니다. 복음 말씀을 보면, 야고보의 어머니가 예수님을 찾아와 이렇게 부탁합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 20,21) 야고보 사도 역시 처음에는 예수님 곁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세상 재미와 권력을 누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마태 20,22) 하고 물으셨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잔은 출세나 권력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하신 말씀처럼, 십자가에서 자기 목숨을 다 바치는 희생의 잔이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훗날 칼에 맞아 목숨을 바침으로써, 스승이신 예수님의 그 잔을 끝까지 마신 첫 번째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3. 질그릇에 드러나는 생명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7) 우리 인간은 조금만 부딪혀도 깨지기 쉬운 흙으로 만든 흙항아리, 즉 질그릇처럼 약하고 부족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깨지기 쉬운 우리 마음속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위대한 보물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질그릇처럼 힘들고 약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내 고집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남을 사랑하고 섬길 때, 나의 약함과 부족함 사이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이 환하게 터져 나옵니다. 이렇게 나를 조금씩 양보하고 내어주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순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힘든 삶의 순간들을 주님이 주신 잔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며,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매일 아름다운 ‘별의 들판’으로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