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너무 많은 도시
정민식
무리가 2차로 향한 곳은 횟집이다
말풍선이 뽀글뽀글 터지는 수조 속에서 건져 올린 탄성
자신을 평생 찔러온 가시를 살에서 발라
우리가 밤이라고 부르는 시간을 가리키면
접시에서 젓가락이 집어 올리는 숫자 몇 점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 물고기
뻐끔뻐끔 취해버린 입은 어떤 소리도 아니고
넙치가 수면에 다시 닿는 일은 죽음뿐이라
이제 머리만 남은 중얼거림이 육수를 헤엄친다
익어야만 잡은 뼈를 놔주는 마지막 살점,
한없이 국물로 깊어가는 이 새벽에
누가 고춧가루를 뿌리나
돼지 꽥꽥, 송아지 삐약삐약, 생선은
뽀글뽀글 끓는 바다에서 난파하지
무슨 조리법을 배워야 바다의 눈빛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회 밑에 깔린 장식용 물체의 이름은 천사채,
다 졸은 저녁을 포획하는 천사는 결국 비만이 되었다고 해
넙치는 자라면서 눈이 한쪽으로 몰린다는 사실을 아니?
바닥에 납작 엎드린 취기는 그래도 숨을 쉰다
수조 안 한쪽으로 몰린 눈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계간 《포지션》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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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식 / 1990년 경기 광명 출생. 2020년 《문학의 오늘》로 등단.